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82)

못난 가을은 없다. 지난 계절 애쓰고 최선을 다했던 결과물을 내어놓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들만 좋은 가을의 주인공이 아니기에 가을은 존재하는것 모두로부터 합하여 온다.

이때 쯤이면 탱자가 노랗다. 탱자에 대한 추억담은 단연코 과수원 서리다. 과수원에는 침입자를 방어하기 위해서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탱자나무 묘목을 심어 몇년 지나면 과수원은 그 무엇도 침입하지 못하는 완벽한 탱자나무 성이 된다.

탱자나무 가시가 과수원을 지켜내는 전천후 병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창과 방패의 세상은 있다. 나랏님이 세운 철벽같은 성은 사다리로 뚫리고, 농부가 둘레친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은 장군통이 뚫는다고 했다.

탱자나무 틈새에 장군통을 쑤셔박고 양쪽의 막음통을 돌로 쳐서 빼내면 나무 통로가 생겼고 그 구멍으로 드나들며 과수원 서리를 했다. 적을 방어하는 성 주변에 탱자나무 울타리를 만들지 않은 것은 장군통으로 침입 통로를 만들고 그 장군통이 화살을 방어하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장군통은 주인의 이름이나 자기 것의 표시를 하지 않고 분뇨 수거통으로 사용했다. 혹여 아이들의 과수원 서리가 이웃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들키면 아이들 혼나는 선에서 추억이 되게 해주었던 누구나 이웃 사촌 덤 문화 속에 들어 살기 때문이었다. 

마을은 사람살이 선(善)의 종점이다 .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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