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박병석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국회의장 자리를 차고 앉은 ‘박병석 사퇴’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4만 6천 명이 넘었다. 역대 국회의장 중에서 취임 1개월만에 ‘민심’이 거부하기 시작한 국회의장이란 처음 있는 일이다. 비참하다. 당사자는 창피하겠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21대 국회는 지난 국회와는 확연하게 달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 적폐를 청소해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가 개혁 입법 이행을 실천할 것을 화급하고 강력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요구는 지난 선거 결과에서 반영된 것이고 민주주의 시민들은 이의 실천에 국회가 진력할 것을 국회에 명령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병석이는 왜? 국회의장을 하려고 했을까?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그는 국회의장을 원했다. 국회의장 당내 경선에 출마해 이미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박병석은 결국 3수 끝에 국회의장이 됐다. 그는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경선에서 정세균·문희상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렀고, 후반기 경선에서는 문희상 후보에 패했다. 이번에는 김진표와 경합을 했는데 김진표가 의장 후보를 사퇴하자, 독자 출마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상반기 2년 짜리 임기 국회의장에 뽑혔다.

박병석은 안일했다. 시간이 달라졌고 시대가 변화를 일으킨 오늘 현실을 체감하지 못했고 정세균이나 문희상이 처럼 적당히 ‘의장 놀이’를 기대했던 것인가?

이런 판단은 의장 선출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그의 연설에서 알 수 있다. 정세균이나 문희상의 언어와 내용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입만 살아서 상투적인 수사로만 들렸다. 하나님한테 매일 아침에 기도한다는 얘기를 2번이나 했다. 21대 국회의 입법 과제와 사명이 얼마나 긴급하고 중차대한 것인지를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는다.

왜? 박병석이는 국회의장 3수를 할만큼 의장직에 집착했을까?

국회의장직은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중에서도 의전 서열 1위다. 국가 전체를 보면 의전 서열이 대통령에 이어 2위다. 따라서 대우 또한 특별하다. 국회의장은 차관급인 비서실장을 포함해 보좌진을 23명까지 둘 수 있다. 일반 의원은 9명이다. 국회의장이 이동할 때는 국회경비대 소속 경호원 4명이 항상 따른다.

대통령 관용차 번호 ‘1001’에 이어 국회의장 관용차 번호가 ‘1002’인 것도 의전서열 2위의 상징성이다. 또 국회의장은 해외 입출국 시 출입국검사장을 거치지 않고 전용통로를 통해 비행기에 오르내릴 수 있다. 국회 본청에 위치한 의장실도 일반 의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의원실이 146㎡(약 44평) 정도 되는 반면 의장실은 그보다 9배가량 넓은 1,320㎡(약 400평)의 규모다. 의장실 입구엔 의장병 한 명이 항상 부동자세로 서 있다.

국회의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공관도 제공받는다. 3층짜리 건물인 국회의장 공관은 대지면적 9,596㎡(2,900평), 연면적 2,180㎡(약 660평)에 달한다. 1층에는 연회실, 응접실과 비서실이 있고 외부에는 가든파티가 가능한 대형 정원도 있다. 이곳은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등과 마찬가지로 옥외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장소다.

국회의장 대우를 보면 정치 후진국 특징인 낭비와 허세가 덕지덕지다. 오늘 한국 사회 민주주의 시민 의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너무 싸구려 나라의 국회 같다.

국회의장 권한은 크게 국회 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 4가지로 나뉜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해 대내적으로는 국회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한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 입법부를 대표해 외국의 입법부와 외교, 교류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국회 대표권이라고 한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일정을 포함한 모든 의사일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으면 국회를 ‘올스톱’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권한은 법률안을 상임위원회 의결 없이 직접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직권상정 권한이다.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권한만 없을 뿐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김상수(작가.연출가)
김상수(작가.연출가)

국회의장은 4,000여 명의 국회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과 차관급 인사인 국회도서관장, 비서실장, 입법차장, 사무차장 등을 정할 수 있다. 또 약 6,500억 원에 달하는 국회 예산집행 권한도 있다. 급여와는 별도로 규모와 사용 내용이 비밀에 부쳐지는 특수 활동비도 있다.

의장은 회기 중 원활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 경호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행사하면 본회의장 출입을 제한하고 회의의 질서유지를 위한 여러 권한(경고, 퇴장 등)을 합법적으로 갖게 된다. 국회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경우 경호권을 발동해 경찰에게 회의장 밖 경호를 지시할 수도 있다.

박병석이는 왜? 3수나 하면서 꼭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집착했을까? 의문이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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