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가장 막강한 권력은 언론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될 수도 없다. 언론은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며 여론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진실도 거짓이 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언론이 틀렸다고 하면 틀린 것이 된다.”

"나는 언론 권력과의 유착을 단절했다. 언론 권력의 부당한 특권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탄압한 적은 결코 없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 보도 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민사 소송을 낸 것을 가지고 언론 탄압이라고 한 것은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는 엄살에 불과하다. 내가 대통령이던 5년 동안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 자유를 누렸다. 그들은 자기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했다. 나는 다만, 언론 앞에서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대통령이고자 했다. 그뿐이다.”

언론 앞에서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과 유착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죽인다.

대통령이란 무거운 직책을 그만두고 시골 고향집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설계하던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과 부패 카르텔 세력에 저항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힘도 없었다.

대통령 권력을 휘둘러본 사실이 없는 그는 신임 대통령 이명박의 횡포에 속수무책이었다. 조중동과 검찰의 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조롱과 모욕은 자존심이 강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고통스럽게 했다. SBS TV의 '논두렁 시계' 보도쯤에 와서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때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도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통곡을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는 그렇게 외롭게 갔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정의연의 윤미향을 범죄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라, 과장되고 부풀린 의혹들은 사실부터 왜곡했다.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범죄 의혹이란 얼마나 부당한 검찰의 기소인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모펀드니 뭐니 어마어마한 국사법처럼 조국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몰고 갔지만 뚜렷한 범죄 사실은 검찰이 아직 증거를 못 대고 있다. 설사 재판 결과 범죄가 있다고 해도 벌금형에나 미칠까 말까다. 일본군 침략 시기 성노예 문제를 바로잡고 일본 정부의 배상과 책임, 공식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며 30년 간이나 시민운동을 한 윤미향은 하루아침에 '악녀'를 만들었고, 동료는 목숨을 끊었다.

고인에게 가해지는 국회의원 곽상도의 린치나 조중동의 보도는 패악질 그 자체다. 윤미향이 정말 조중동의 바람대로 '도독년'이었다면 수사하는 검찰은 동업자 조중동을 통해 벌써 정치 정국을 뒤집어놓는 범죄 의혹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이 시간까지 시민운동가 윤미향을 '도독년'으로 만들어 내보이기에는 역부족인가? 무슨 수사가 이렇게 오래 끌고 있나? 수백억 수천억을 굴리는 기업도 아니고 시민단체인데도 검찰 수사는 여전히 '수사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년이 지났다. "선출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될 수도 없고,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고자 진실도 거짓으로 여론을 만들어"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오늘 어떤 모습인가?

노 대통령이 말한 “가장 막강한 권력은" 오늘날 정론으로의 언론으로 개혁되었는가? 천만에 전혀 반대다. 현직 대통령을 모욕하고 조롱하고 사세는 더 커졌다. 이명박은 대통령을 만들어준 조중동에 종편TV까지 안겨줬다.

신문 구독자는 계속 줄어들어 초라한 현실인데도 광고비 수입은 11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아졌고, 정부도 정부광고비 명목으로 다년간 수백억씩 안기고 있고, 언론사는 더 거대해졌고 문어발로 확장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무소불위의 권력체가 됐다.

홍석현(洪錫炫, 1949 ~ )은 중앙일보, JTBC 회장을 지낸 이후 중앙 미디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중앙홀딩스 회장을 하고 있다.
홍석현(洪錫炫, 1949 ~ )은 중앙일보, JTBC 회장을 지낸 이후 중앙 미디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중앙홀딩스 회장을 하고 있다.

특히 여론의 조작 가공 능력은 이제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일본어판을 만들어 주저 없이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기사를 내놓는다. 일본 미디어들의 혐오 한국과 혐오 한국인 보도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만 17년 전인 2003년 2월에 대통령 임기를 마친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언론 표방 매체들로부터 '빨갱이'로 평생 시달린 김 대통령은 언론사의 부패,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부패를 묵과하지 않았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 계셔서 오늘 현실의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일본어판을 만들어 자국을 모욕하고, 일본에 자국을 혐오하는 기사를 퍼트리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재벌식 못된 경영 방식을 통해 재산을 쌓고, 거꾸로 시민단체더러 부패집단이라고 가짜 기사를 쏟아내는 현실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조치할까?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3년 차를 앞두고 1999년 10월 2일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을 구속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 홍석현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협의로 구속 수감시키고 법정에 세운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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