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민주당에 또 말한다. 내일 6월 15일 국회, 아주 중요한 날이다. 4.15 총선 민의를 민주당이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받아들여 국회를 정상화시키느냐, 아니면 미통당에 상임위원장 7석을 내주고 “협치”라는 명목으로 협잡해, 그만 발목 잡혀 21대 국회 운영을 내내 망치느냐, 갈림길이다.

새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다. 국회법에 의거하지 않고 “협치”를 말하면서 국회 법정 일정을 의장 스스로 어기고, 대의 기구인 국회를 당리당략으로만 끌고 가는 미통당에 질질 끌려가느냐, 아니면 국회법에 명기한 대로 상임위원을 의장 권한으로 배치시키고 상임위원장을 본회의 투표로 결정해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출발시키느냐가 내일 민주당과 국회의장에 달렸다.

민주당은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할 때가 아니다. 김태년 원내 대표는 말만 앞세우고 이제 시간을 지연시키면 안 된다.

이틀 전 12일 밤 민주당이 “원구성 협상 종료” 선언, 원구성 강행하겠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것을 또 뒤집으면 안 된다. 이해찬 대표나 김태년 원내 대표가 누누이 말했듯 상임위원회 위원장 단 1석도 미통당에 넘겨주면 안 된다.

참 미덥지 않다, 민주당. 정국의 전환기 마다 민주주의 시민들이 민주당을 계속 견인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가 시민들 삶에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고, 정치가 시민들에게 무거운 짐과 부담을 안기고, 생업에 충실해야 할 입장인 시민들이 수년간 직업 정치인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고 가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가 직업인 자기들은 매달 1천만 원 이상 월급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직무를 방기하고, 대신 생업에 손해를 보는 시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민주당의 정국 읽기와 현실 이해와 시대 인식은 닥친 현실 과제와 동떨어져 있기 일수다. 오늘의 국회 일정 지체도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믿고 맡기기에 몹시 불안하다.

햇수로 4년 전인 2016년 10월 28일 밤, 나는 박근혜 탄핵 시위 광화문에 나갔고, 2만여 명 시민들의 시위를 막는 검은 헬멧을 쓴 경찰들과 바로 앞에서 나는 마주쳤다. 의무경찰이 아닌 검은 전투복을 입은 완강한 체격의 특수 경찰들이었다. 청와대 길을 뚫으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들의 대치는 긴 시간 계속됐다. 이 날은 고등학교 학생들도 시민들과 함께 움직였다. 시민들 손에는 아직 촛불은 켜지기 전이었다.

바로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정의당이 박근혜의 대통령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의당처럼 탄핵과 하야 움직임을 같이 갈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은 국민의 분노를 담으면서도 국가가 더 큰 혼란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민심이 들끓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진다",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고 경제가 어려운데 그렇게 해서 경제위기가 오면 서민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한심한 궤변(詭辯)이었다. 얼마나 현실 이해나 인식이 역부족인 자가 현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가? 이런 수준이 당시 제1야당 민주당 원내 대표였다. 기가 막혔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의 2016년 10월 28일 당시 당 공식 입장이었고 사태를 보는 ‘눈’이었다.

이후 오늘까지 무임승차 대통령의 지지율에 간신히 업혀 온 더불어민주당이고, 지난 4.15 총선에서 시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비상사태임에도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갔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계속 바꾸면서 국회를 교란시키고 입법을 방해하고, 문 대통령의 국가 개혁 의지를 훼손하고 모욕하고 문재인 정권을 파괴시키려는 부패 신문들과 연합한 미통당을 국회에서 끌어내려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민주주의 시민들은 투표에 임했다.

김상수 작가.연출가
김상수 작가.연출가

나만해도 내 지역구 민주당 후보 이름도 모르고 정치 이력도 모르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비례투표는 민중당을 찍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상호가 똑똑하고 뛰어난 국회의원이라고 생각되어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이 우상호를 찍었다고 본인은 착각하는 거 같다. 크게 어리석다.

국회를 개조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들이 민주당을 과반수 의석 이상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미통당에 “협치”니 뭐니 끌려다니지 말고 과반 이상 의석으로 개혁 입법에 집중하라는 민주주의 시민의 명령이었다.

벌써 총선 끝나고 2개월이 지났다.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원장 선출하고 의장은 상임위원 분배 배치시키는 의사일정 진행해야 한다. 내일 15일 민주주의 시민들은 민주당과 국회의장을 주시한다. 대단히 중요한 날이다. 이제 시민들이 생업에 좀 집중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은 제대로 정치를 해야 한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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