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는 ‘송하진·김승수 세력’, 뜨는 ‘김관영·우범기 세력’ 차이점과 전망(1)

전북의 정치 지형도가 크게 흔들리며 뒤바뀌고 있다. 최연소 전북도지사 당선, 정치 입문 최단기 전주시장 당선 등 6·1 지방선거 이후 전북지역 정치·행정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으론 신·구세력 교체로 요동치는 형국이다. 

특히 전주시장 8년과 전북도지사 8년 등 16년 동안 최강의 정치·행정 세력을 과시해 온 송하진 전북지사와 측근·주변 실세 인사들('송하진 사단')이 퇴보하는 대신 김관영 도지사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신흥 세력이 전북의 정치·행정가를 할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전북도·전주시, 김완주-송하진-김승수 막강 세력 퇴보...신흥 세력 교체 ‘분주’

송하진 전북도지사(왼쪽)와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
송하진 전북도지사(왼쪽)와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

그런가 하면 전주시장 8년과 전북도지사 4년 등 12년 동안 전북의 정치·행정계를 주름잡았던 ‘김완주 사단’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다 2014년 45세 나이에 전국 최연소로 시장에 당선된 김승수 전주시장과 주변 인물들도 교체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김 시장이 3선과 도지사 꿈을 접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게 됨에 따라 ‘김완주-김승수 사단’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전북의 정치·행정을 좌우했던 세력이 퇴보하고 신흥 세력이 대신 그들의 자리를 메우느라 분주하다. 우범기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불과 정치 입문 7개월여 만에 이미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던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장에 당선됐다. 지금 전주시는 ‘우범기 세력’의 입성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전북지역의 정치·행정 권력의 양대 축인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이 교체되면서 신·구 세력 간 보이지 않는 견제와 갈등 속에 ‘절치부심(切齒腐心)’과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사자성어가 관가에 깊숙이 어른거리며 교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4년의 도정과 시정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들 이면에 불안감을 주는 요인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보아왔던 일당 독식 구도 하에서의 패거리 정치·행정과 측근 챙기기 인사, 계보·계파 정치 등의 폐해가 전북발전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낙후의 암운을 더욱 짙게해 온 때문이다.

인사=만사, 첫 단추 잘 꿰야...정실·측근인사 배제해야 함에도

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자(왼쪽)와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오른쪽)
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자(왼쪽)와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오른쪽)

따라서 첫 단추부터 잘 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4년의 도정과 시정을 함께 이끌 인사들의 초기 발탁이 공정하고 전문적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도민과 전주시민 더 나아가 전북사회 전체로 파급된다는 것을 수십년 동안 보아왔다. 

과거 김완주 도지사에 이어 송하진 도지사, 그리고 김승수 전주시장 초기 출범 과정을 복기해보면 측근·주변 인사들이 실세로 등장해 세를 형성하며 충성 경쟁하는 ‘그 나물에 그 밥’의 정치·행정이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차제에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수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부터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은 눈여겨보고 감시·비판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우선 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자와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위원들의 면면과 주변 실세 그룹을 면밀히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김관영, 출마 선언 한달 만에 최연소 도지사 당선...파란 후 변화는?

지난 4월 29일.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50대 초반의 김관영(53) 전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최종 확정돼 파란을 낳았다.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결선투표 결과, 김관영 후보는 최종 결선에 오른 현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안호영 후보를 꺾고 민주당 도지사 후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더욱이 그는 지난 3월 23일 도지사 출마 선언 한 달여 만에 후보 자리에 올라 전국 이슈가 됐다. 지난해 연말 복당 후 뒤늦게 민주당에 합류해 조명을 받은데 이어 지방선거에서 큰 이변을 연출한 주인공으로 부상한 그를 이처럼 단기간에 전북도정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조언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언론과 정치권에선 일찌감치 송하진 현 도지사의 3선을 유력하게 전망해 왔다.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조직과 세력을 갖춘 인물로 대부분 지역 언론들은 수년 전부터 그의 도지사 3선 가도에 긍정 메시지를 아낌없이 전달해왔다.

김관영 도지사 당선자
김관영 도지사 당선자

그러나 20여 년의 시정·도정 등 장기 행정 집권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는 도민들 사이에선 세대교체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과연 그 변화의 바람을 누가 일으켜 줄 것인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순간, 김관영과 그의 주변 인물들은 바로 이러한 갈망과 요구를 간파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당선자는 최 단기간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을 뿐 아니라 도내 단체장 가운데서도 최연소자로 전북도정의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대교체 바람을 갈망해 온 도민들에게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는 도지사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적재적소의 유능한 인물, 대체 불가할 만한 전문가들의 발탁과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정무부지사 외에 도청과 산하기관의 정무 라인 공직자들, 특히 15곳의 전북도 산하기관을 맡아 책임지고 운영할 기관장의 임명권을 가진 막강한 인사권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 자리에 측근들 위주의 보은성 인사로 나눠주기식이라면 과거의 폐해가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일각에서 김관영 당선자의 인수위 구성 과정을 바라보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앞선 도지사들이 행한 측근 위주의 정실 인사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전북경제 살린다" 김관영 전북지사 당선자 인수위 구성, 그러나...

두재균 단장, 신효균 분과장, 이정헌 대변인(사진 왼쪽 부터)  
두재균 단장, 신효균 분과장, 이정헌 대변인(사진 왼쪽 부터)  

김 당선자가 민선 8기 도정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지만 실망 섞인 분석들이 나왔다. 먼저 당선자와 같은 군산 출신인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전북의 대표적인 현안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인사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어 인수위 부위원장 겸 경제산업분과장은 새만금개발청장을 역임한 김현숙 전북대 교수가 임명됐으며 대변인에 전북출신 이정헌 전 JTBC 앵커가 발탁됐다. 이 대변인은 광주MBC기자와 JTV전주방송 기자·앵커에 이어 JTBC 기자·앵커로 활동하다 올 1월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센터 센터장에 발탁돼 시선을 모았던 인물이다.

이상직 국회의원의 임기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 확정 판결'에 따른 '전주을' 보궐선거 후보군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이밖에 김 당선자는 앞으로 4년간 전북도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회의 기획조정분과 분과장에 JTV전주방송 사장을 역임한 신효균 군산대 석좌교수를 발탁한 것도 눈에 띈다. 두 중견 언론인 출신들이 인수위에서부터 중책을 맡게 됨에 따라 향후 민선 8기 전북도정에서도 이들의 역할과 비중이 상당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1차 전북도 인수위가 전문성과 다양성이 부족하고 특히 노동계를 대변할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자 김 당선자는 2차로 핵심 공약들을 구체화하고 실행 담보력을 확보하기 위한 3개의 TF팀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수위 산하에 구성된 3개의 TF팀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려졌다"고 13일 이정헌 인수위 대변인이 처음으로 발표했다. 민선 8기 전북도 핵심공약 실행을 위해 ▲혁신경제민생회복지원단 ▲도정혁신단 ▲농생명산업지원단 등 3개 TF팀을 구성하고 혁신경제민생회복지원단장에는 이례적으로 성도경 비나텍 대표를 임명했다. 

또 도정혁신단장에는 두재균 전 전북대 총장을 임명하고 농생명산업지원단장에는 라승용 전 농촌진흥청장을 임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인물은 두 전 총장이었다. 그의 중책 기용에 대해 반응이 긍정과 부정으로 갈렸지만 김 당선자와 동향인 동시에 그동안 줄곧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친근한 관계라는 점에서 두 단장의 행보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두재균 단장, 임명 사흘 만에 전격 사의...불안한 출발 

하지만 두 단장이 임명 사흘 만에 사의를 밝힘으로써 김 당선자의 불안한 인사와 출발을 드러내 보였다. 김 당선자는 두 단장 후임에 곽병선 전 군산대 총장을 바로 임명했지만 이 역시 '군산'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정헌 대변인은 16일 “두 단장이 막중한 책임의 TF 단장 업무와 병원 운영, 수술, 진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단장직을 내려놓지만 민선 8기 전북도정의 성공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전 총장의 과거 ‘전북대 재직 시절 부적절 전력’에 관한 일부 언론 보도가 사임 결정의 배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인수위 출범 일주일 만에 전영옥 행정자치분과 위원(군산대 교수)까지 그만두면서 인수위원 인선 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선 8기 경제부지사 김종훈·정무특보 김광수 내정...“깜짝·파격”

김종훈 경제부지사(왼쪽)와 김광수 정무특보 내정자(오른쪽).
김종훈 경제부지사(왼쪽)와 김광수 정무특보 내정자(오른쪽).

그럼에도 김 당선자는 민선 8기 전북도의 첫 경제부지사로 15일 김종훈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깜짝 발탁해 주목을 끌었다. 첫 경제부지사에 지명된 김 내정자는 진안출신으로 전라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 당선자와 행정고시 동기이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기획재정담당관과 대변인, 농업정책국장, 차관보,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이날 또 다른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바로 정무특보(2급)로 김광수 전 국회의원을 발탁함으로 더욱 이목을 끌었다. 김 내정자는 제10대 전북도의회 의장, 국민의당 전북도당위원장, 민주평화당 사무총장, 제20대 국회의원(전북 전주갑)을 지냈다. 김 당선자와 과거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물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깜짝·파격 인사에 이어 김 당선자는 "조례 개정을 통해 정무부지사와 정무특보 명칭을 각각 경제부지사, 정무수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제부지사 인선으로 도정을 이끌 도지사와 조봉업 행정부지사 등 두 부지사(행정·경제)가 모두 행정고시(36회) 동문으로 짜였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김 당선자는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인사의 기준은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전문성, 전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동반자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북발전에 필요한 인재라면 출신과 친소관계를 넘어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도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정운천 "전북 발전 맞손" 주목...지나친 계보·계파 주의해야

김관영 당선자(왼쪽)와 정운천 의원(오른쪽) 
김관영 당선자(왼쪽)와 정운천 의원(오른쪽) 

이 외에 김 당선자는 정운천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과 맞손을 잡은 점도 이색적이다. 15일 두재균 단장이 준비한 정 위원장 초청 특강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전북 발전을 위해 여야 구분없이 함께 뛰자'며 맞손을 잡았다. 

정 위원장은 이날 “두 단장이 초청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인수위에서 첫 번째 연사로 저를 불러준 것만해도 영광이다"며 "저를 부른 것만으로도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김 당선자 또한 “정운천 의원의 전북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을 본받고 싶다"고 화답했다. 

"전북도정의 20개 세부 실천과제를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 당선자는 “앞으로 긴밀히 협조해 더 큰 전북발전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정이 과거와는 다른 방향, 다른 세력으로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들이다.  

그러나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 군산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많이 포진됐다는 점, 과거와는 달리 비전주고 출신들이 많다는 점, 행정고시 출신들과 방송사 기자 출신들이 두드러진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계보와 계파를 중시하거나 학연·지연 등에 얽매인 근시안적 인사와 행정을 펼치기 시작한다면 4년 내내 원망과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계속)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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