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20)] 호혜주의(互惠主義) 전략①
호혜주의(互惠主義) 전략은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코드 맞추기식의 보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겉으로 보면 정치 권력이 언론 통제 전략을 실행할 필요도 없이 언론사가 스스로 나서서 권력자의 취향에 맞는 이데올로기나 주장을 내세우는 듯 하지만 내용을 알고보면 그렇지도 않다.
낙하산 사장이나 권력의 특혜 수혜자가 방송사가 보답하는 일종의 주고받기식의 거래이기 때문에 언론 통제 전략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권력과 언론의 서로 다른 목적과 이익을 챙기기위해 진실이나 정의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배제되고 저널리즘은 만신창이가 되는 법이다.
"조·중·동, 권력에 보답이라도 해야하는 듯 ‘코드 맞추기식’ 반복"
'호혜주의'는 원래 경제 용어로 ‘무역 당사국들이 통상 협정을 통해 호혜 관세(reciprocal tariff)라는 동등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상호간의 무역 장벽을 완화시키고 무역 증진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여기서 호혜주의란 언론사가 권력이 바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갖다 바치는' 식의 서로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언론사가 나서서 ‘자발적으로 권력과 코드 맞추기’식의 보도는 일종의 권력의 홍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홍보 전략은 존재하는 작은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보도하는 것이라면, 코드 맞추기식의 보도전략은 진실도 정의도 무시하며 있는 사실을 부정하고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 지배 이데올로기를 창조해 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목격하기 힘든 방송 장면을 자주 접했다. 특히 권력의 특혜로 방송사를 경영하게 된 조·중·동은 권력에 보답이라도 해야하는 듯 ‘코드 맞추기식’ 방송을 반복했다. 그것은 ‘낙하산 사장’도 감히 할 수 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자국 현대사 왜곡하는데 앞장서는 언론...‘반민족 처벌죄’로 다스려야"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비극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유혈집권 과정에서 벌어진 정치적 사건이었다. 국민의 재산과 목숨을 지켜야 할 군인들의 손에 무참히 죽어간 시민들에게 ‘폭도’ ‘난동’이란 이름을 조선, 동아 등 주류언론들이 낙인찍었다.
노태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한 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정하는 것으로 역사의 한페이지가 정리되는 듯 했으나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해괴한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느새 광주폭동으로, 북한군 특수부가 침투한 것으로 역사가 왜곡되고 진실이 훼손됐다.
TV조선, 채널A 등 소위 보수 언론사가 소유한 종합편성채널들이 반복하여 탈북인사들을 출연시키고 그들의 믿거나말거나 식의 주장으로 정부의 공식조사와 발표를 부정했다. 이런 주장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광주·전라도를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적대시하는 감정을 더 악화시켰다.
2018년, 이 지역에서 상당수는 여전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북한이 파견한 대통령’ ‘빨갱이 대통령’으로 적대시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마저 ‘빨갱이’라고 부정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끝나면 역사가 또 어떤 식으로 둔갑하게 될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이 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데 조·중·동이 앞장 선 셈이다.
필자는 <미디어오늘> 기고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는 국내언론진실을 기록하는 외국기자 -택시운전사’의 실제모델 힌즈페터를 기리며>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주장했다.
“자국의 현대사를 왜곡하는데 앞장서는 언론사는 ‘반민족 처벌죄’로 다스려야 하지않을까. 멀고 먼 외국까지 와서 뒤틀린 한국현대사, ‘광주의 비극‘을 알리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 선 외국 기자에게는 ‘국가훈장’이라도 내려야 하지않을까.”

"방송법 규정한 공정방송은 커녕 일방적이고 황당한 정치 주장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은 방송사 수치"
영화 ‘택시운전사’로 다시 보는 광주의 비극은 오래전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가 생생하게 경험하고 목격한 바로 어제의 기록이다. 더구나 전두환의 육사동기 노태우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 정리한 결과로 나온 것이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 당시 어디에도 간첩이니 빨갱이 이야기는 없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들이 ‘북한의 5·18 개입설’ 등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영했다.
<채널A>는 과거 종합뉴스에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직접 광주로 내려왔었다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가 ‘북한군이 5·18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북한 특수군 출신이라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씨 증언에 따르면, 부대원과 정찰부대 남한 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북한 황해도 장연군을 떠나 5월23일에 광주로 들어갔다. 이미 북한군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이들이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정체불명의 인사를 등장시키고 가명을 사용하여 매우 구체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내용을 방송에서 여과없이 내보낸다는 것은 바로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 결국 폐지된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는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씨가 출연해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였다” 등의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사회자 장성민 씨는 “탈북자들의 직간접적 증언 등,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패널들의 허구 주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장씨는 스스로 사회자 자격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방송법이 규정한 공정방송은 커녕 일방적이고 황당한 정치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창구노릇을 했다는 것은 방송사 수치로 기록될 것이다.
"언론이 권력의 압력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코드 맞추기식 이데올로기 전파하는 것은 일종의 '뇌물'"

이 같은 종편들의 주장은 당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자신들에게 저항한 광주 시민들을 “간첩의 사주를 받은 폭도”라고 주장한 것과 같다. 그러나 영화속 독일 기자 힌즈페터는 역사왜곡을 용납하지 않았다. 독재자 전두환이 군을 이용해 얼마나 잔인무도하게 광주시민을 살상했는가를 사진과 기록으로 증언으로 남겼다.
작년에 고인이 된 그는 살아생전 “1968년 박정희 독재하의 초기부터 나는 억압받는 야당과 김영삼, 김대중과 그의 동료 등 지도자들을 주시하였다. 다른 일로는 한국 정치변화에서 역사적인 순간인 5.18항쟁을 아시아 전역으로 알렸다. 이것은 나의 기자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이것이 아마 외국 기자인 내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겪은 아주 나쁜 경험의 원인인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채널A, TV 조선 등 틈만 나면 '역사 왜곡'
그는 1986년 11월 28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평상복 차림의 전경에게 무자비하게 테러를 당해 목뼈, 척추등이 부러지는 등 심하게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야만의 경찰에 의해 진실을 추구하던 외국 저널리스트가 쓰러진 사건이다. 채널A, TV 조선 등은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제제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역사 왜곡을 틈만나면 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현대사를 왜곡하는 정치집단이거나 그 대변인격인 셈이다. 이런 방송사가 앞으로도 역사 왜곡을 하고 진실을 부정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도록 유지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지않는가?
언론이 권력의 압력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서서 코드 맞추기식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것은 일종의 뇌물이다. 권력이 무엇을 기대하고 원하는가를 알아서 특정 프로그램을 없애고 특정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특정인을 출연시키는 등의 행위는 소수 낙하산 사장이 자리를 보전하거나 방송 허가에 따른 특혜를 바라는 일종의 거래이기 때문이다.(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