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18)] 초록동색(草綠同色) 전략①

2015년 1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자료사진)
2015년 1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언론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던져 크게 보도되도록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에 해당한다. 뉴스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뉴스화 하는 것은 곧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 권력이 보수 언론이 좋아하는 메뉴로 끊임없이 제시하는 것은 ‘색깔론’이다. 보수 권력은 선거철만 되면 ‘북한’, ‘빨갱이’, 좌파‘, ’친북 좌파‘, ‘노무현’ 등을 거론했고 조·중·동·문(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을 중심으로 이를 크게 확대 재생산하는 식으로 의제를 키웠다. 

선거가 끝나면 색깔론이 끝나는 듯 잠잠해지지만 여론이 불리하거나 비판거리가 생기면 다시 이런 용어를 내세우면, 조·중·동·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화했다. 특정 정치 집단이 조·중·동·문이 좋아하는 메뉴를 찾아 필요할 때 던지는 것도 일종의 언론 통제 전략이다.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악용하고 이념 분쟁을 부추겨 사회를 혼란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반 저널리즘적이지만 현실은 너무나 잘 먹히는 언론 통제 전략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 '조·중·동·문'과 일심동체

조·중·동·과 박근혜 전 대통령(자료사진)

‘초록동색’이란 초색(草色)과 녹색(綠色)을 합하여 초록이라 하듯이 서로 같은 무리끼리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조·중·동·문’은 일심동체라고 부를 정도로 비슷한 시각과 주장을 했다.

이들을 ‘보수집단’이라고 명하는 것이 적합할지 의문이지만 아무리 비슷한 시각을 갖더라도 원천적으로 정치와 언론이라는 존재의 이유와 목적이 다른 집단이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언론은 정보전달과 함께 권력 감시와 견제가 주요 책무이기 때문이다. 상이한 두 집단간에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의제를 확산 혹은 축소시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일종의 초록동색 혹은 이심전심(以心傳心) 전략의 일환이다. 그 접점을 찾기 위해 청와대는 아이템을 찾아 던지고 언론사는 받아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요리한다.

정치집단은 항상 언론을 이용하려는 속성이 있다.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언론을 ‘우리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단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면 언론 통제 전략을 전개하는데 유리하며 이는 곧 뉴스화 과정에 동참할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철지난 이념 전쟁 부추기는 건 '죄악'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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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 전쟁을 거치며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은 2018년 전세계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존재한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을 이용하는데 ‘색깔론’만큼 유용한 도구도 드물다.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집단은 ‘북한과의 적대감을 노골화’함으로써 보수집단을 우리편으로 만들기 쉽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수를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지않은 국민을 ‘좌파’, ‘친북좌파’, ‘빨갱이’로 매도하는 것은 철지난 이념 전쟁을 부추기는 죄악이지만 2018년 한국사회는 이 문제가 여전했다.

국민이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조차 공공연하게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강남 구청장 같은 공직자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같은 확신에 찬 사람들이 있었다.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빨갱이’라고 비난할 정도면 학자나 연예인 등 사회적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그런 원색적인 무시무시한 용어를 사용한다. 일반 국민은 이념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편이지만 정치인들은 여기에 함몰돼 이념 분쟁을 악용하고 국민을 편가르기 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8년 1월 한국당 신년 인사회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라고 말해 새해 벽두부터 색깔론 타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색깔론, 주요 메뉴

초등학생이 그린 우리은행 2018년 탁상 달력 그림때문이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등 50여 명이 우리은행 본점에 달려가 "아이의 그림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우리은행을 규탄"했다. 이쯤 되면 어린 아이의 그림에 대해서조차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않고 정치 도구로 삼는 한국 정치의 한심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어린 아이의 교육을 책임진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색깔론’은 한국 보수정당이 이처럼 틈만 나면 앞뒤가리지않고 언론에 던지는 단골 메뉴였다. 이런 메뉴를 선택하면 조·중·동·문은 이를 의도대로 요리해주기 때문이다. 없는 간첩도 만들고 없는 문서도 위조하지만 조·중·동·문은 간첩이라고 대서특필한다. 

2017년 4월 23일 선관위 1차 TV토론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
2017년 4월 23일 선관위 1차 TV토론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선거가 있는 해에는 색깔론이 주요 메뉴가 된다. 보수정당이 던지면 보수 언론이 받고, 보수 언론이 보도하면 이것을 다시 확대해서 보수 정당이 리바이블하는 식이다. 오죽하면 2017년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북한이 없었다면 보수는 어떻게 선거를 치렀겠나"(2017년 4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 당시)라고 비판을 했겠는가.

20세기 동서 냉전이 사라지면서 소련 제국은 무너졌다. 이와함께 동구 공산권은 붕괴됐고 독일도 통일시대를 맞아 지구상 ‘좌우 이념 대립’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국민을 분열하는 이념 대립은 물러나고 실용주의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세계의 변화를 거부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아무리 분단국이라고 하지만 특정 정치집단과 지배언론의 합작이 없이는 지속이 불가능한 법이다.

21세기를 알리는 첫 선거의 해,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자유한국당(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은 이념 전쟁의 장본인이고 조·중·동은 그 전쟁을 수행하는 전사로 존재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은 대선을 사흘 남겨놓은 2002년 12월 16일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2002년 12월 1일 북한의 조평통 서기국은 저 이회창을 '동족을 해치는 전쟁론자'라고 맹비난했다. 바로 그 다음날인 12월 15일 노무현 후보는 마치 북한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로 저를 비난했다. 정권 연장이 아무리 절박하다 하더라도 북한의 음해와 모략을 앵무새처럼 외워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 후보다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무한 욕설과 비난, 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조평통 주장을 따른 게 아니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알렉산드로 만소로프박사의 발표를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색깔론은 보수언론의 충실한 보도로 뉴스화됐고 이념 분쟁을 심화시켰다. 색깔론을 신봉하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11년 10월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 돈 모아 좌파 단체에 준다”고 이처럼 주장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아름다운 재단'이 2008년도 같은 경우 촛불사태를 주도했던 좌파 시민단체에 지원한 돈이 50억원가량 된다. 시민들로부터 또는 재벌로부터 돈을 모아서 좌파 시민단체나 자기들하고 취향이 맞는 시민단체에만 임의로 돈을 배분하고, 보육비나 양육비까지 줬다는 제보도 있는 것을 봤다." 

2011년 재보선 당시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인 상황에서 나온 색깔론이다. 이 발언은 선거를 5일 남기고 나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홍준표 대표는 "말은 안 하지만 북한과 뜻이 통한다"는 등 다른 형태로 색깔론 공격을 퍼부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12년 1월 4일 부산시당 신년하례회에서 "진보 이데올로기에 빠져 그게 진보인지, 종북인지 구분 못하는 세태를 틈타 부산부터 빨갛게 물들여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빨갛게 물들이겠다는 것을 우리가 막아내야 한다. 지금 이 사회에는 진보의 탈을 쓴 종북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동지 여러분! 우리가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 라고 발언했다. 허황된 주장도 반복되면 반신반의하게 되고 더 반복되면 스스로 확신범이 되는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제일 먼저 만나러 간다 한다. 문재인이(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을 정하는 대통령은 김정은이다.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는 것이다." 

2017년 4월 18일 경상남도 선거 유세 당시 나온 홍준표 대선 후보의 발언이었다. 자유한국당 홍 대표의 이런 발언은 조금도 변함없이 일관되었다. 실제로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이런 주장이 먹혀들었다. 일부는 문재인 정부하에서 나라가 ‘빨갱이 세상이 된다’고 우려했다. 색깔론을 좋아하는 조·중·동·문을 중심으로 홍 대표의 발언은 잘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2013년 5월 23일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2013년 5월 23일자.

살아서도 언론의 일방적 비난에 시달렸고, 죽어서도 근거없는 모욕에 시달려... 

보수언론이 좋아하는 메뉴에는 색깔론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포함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동아일보의 채널A는 2013년 “노무현, 마을 이장이나 했으면…” 제목을 달고 특정 출연자들을 데려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무한 욕설과 비난을 하도록 했다. 방송의 공정성을 심대히 위반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장성민 사회자까지 중립성을 잃고 공격에 나서 확인되지않은 사실을 갖고 전직 대통령을 모욕했다.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선 2013년 5월 31일 박정인 전 백골부대 사단장이 나와 “김대중·노무현이 종북세력을 만들어놓은 것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대북 지원 한 것 아닌가”, “박근혜 후보를 뽑지 않았으면 종북세력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란 문제적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쳤으나 그대로 노출했다. 이들 종편들의 이와 유사한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 모욕주기, 비난하기식 방송은 끝도없이 이어졌지만 방송통신심의위는 심의를 하는둥 마는둥 뒤늦게 제재에 나서는 모양새를 냈을 뿐이다.

전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라며 “적폐청산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칼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썼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부부 싸움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적시하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불법, 탈법에 대한 수사를 ‘망나니 굿판’이라고 폄하했다.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를 하지말라는 주장이었다. 

정 의원은 자신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논란이 되고 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되자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았다. 그 해명의 논리가 궁색하고 설득력이 없었다.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그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반박이지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색깔론 부추겨 모욕주기...'반 저널리즘' 

'색깔론'이나 '노무현 모욕주기'식 메뉴를 언론에 던지는 사람은 정진석 의원처럼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었다. 정 의원은 또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정 의원은 틈만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다. 그는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면서 대단한 문건이라도 발견한 것 처럼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내용을 정확하게 알게되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정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부부 싸움 탓’이라는 주장이 첫 번째 고인에 대한 허위 주장이자 명예훼손이라면 ‘댓글정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는 주장은 두 번째 반복하는 사실상 범죄 행위에 해당된다. 이런 주장이 조·중·동문에게는 기다리는 메뉴다. 정치인의 주장을 받아서 보도하면 소송에 가더라도 면죄부를 받게 되기 때문에 마음놓고 대서특필한다.

노 전 대통령은 살아서도 언론의 일방적 비난에 시달렸고 죽어서도 근거없는 모욕에 시달렸다. 정 의원이전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미 심각한 명예훼손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허위 주장했다.

현직 경찰청장의 이런 주장은 삽시간에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기관에서 크게 다뤘다. 문제는 조 전 청장이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뒤에도 조·중·동의 보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조·중·동, 사회 강자로 여전히 '이념 분쟁의 전사'

2012년 동아일보 5월 5일자 5면
2012년 동아일보 5월 5일자 5면

대표적으로 동아일보 2012년 5월 4일자 “조현오 전 경찰청장 ‘어느 은행 누구 명의인지’다 까겠다”는 식으로 선정적으로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또 같은 날짜 다른 지면을 할애해서 “조현오 까겠다 발언 사실로 드러나면”이라는 가정법을 이용해 “조현오 파일 실제 존재한다면 대선판 전체 흔들 ‘뇌관’”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동아일보는 그 다음날인 2012년 5월 5일 “노무현 차명계좌 다 밝히겠다”는 발언 파문을 이어갔다.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과 동아의 희망은 조현오의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허망하게 끝났다. 조현오는 8개월 징역이라도 받았지만 허위보도를 일삼은 동아는 아무 탈없이 더 과감하게 전대통령의 인격권을 말살하는 관행을 일삼았다.

동아일보는 2012년 5월 14일 “노 차명계좌에 20억...2004년 입금, 퇴임때 인출”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뤘다. 이것도 부족해서인지 채널 A를 동원, 단독 영상이라며 “조현오, 권양숙 여사 비서계좌서 10억 발견”이라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결과는 허무맹랑한 주장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더욱 확고한 증오심을 심어줬다.

조 전 청장은 최종적으로 허위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했다. 그러나 이런 터무니없는 정치적 주장을 불법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조·중·동에 대해선 법적 책임도 묻지않는다.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선 인신공격이었지만 조·중·동은 사회 강자로 여전히 이념 분쟁의 전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인신공격의 주범으로 행세하고 있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권좌에서 물러나게되면 비난 리스트에 올리게 될 것이다.(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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