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17)] 두문불출(杜門不出) 전략

언론인들이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주요 취재원들과의 공식 접견을 차단당하는 것은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언론인들도 못 만나는데 대해 문제 제기가 없다는 것은 정치권력과 언론이 담함했거나 서로 묵인·동조하는 것으로 언론자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은둔의 대통령, 비밀 속에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 서면보고가 일상화된 비정상의 청와대 풍경, 그것을 문제삼지 못하고 기자회견이 열려도 문제 삼지 못하는 나라는 정치권력과 언론 모두 중병이 걸렸다는 증거다.

언론인들과 만남 싫어했던 대통령들...흉내 뿐인 '국민과의 소통'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두문불출은 ‘문은 닫아 걸고 나가지 않음. 곧, 집 안에만 들어앉아 있고 밖에 나다니지 아니함’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만나야 할 사람, 소화해야 할 일정은 너무나 많아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쁜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저에 머물며 ‘두문불출’하여 청와대 수석, 장차관들조차 서면보고가 일상화되는 것은 비정상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조차 대통령의 두문불출로 접견 자체가 차단당했지만 이를 비정상으로 여기지도 않았고 공개적으로 면담요구에 대한 집단 시위조차 없었다. 대통령이 언론과 아예 관계를 끊다시피해도 청와대가 던지는 말만 전하는 식의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비밀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은 언론인들과 접촉 그 자체를 금하는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그 직에 걸맞는 행동이나 책무를 다하지 못할 때 이를 국민이 알지못하도록 하는 언론 통제 전략 중에 가장 유용한 방식은 일단 언론과의 접견을 차단하는 것이다. 

언론과의 접견을 차단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그 다음 단계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않고 일방적인 발표만 하고 마치는 것이다. 만약 이것도 문제를 제기하면 미리 질문자를 사전에 정하고 질문지를 받고난 다음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프롬프터’를 읽어가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들 직무유기...감시·견제 '무기력'

2009년 9월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G20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09년 9월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G20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인들과의 만남을 싫어했다. 특히 자유토론이나 질의는 아주 싫어했다. 그나마 ‘국민과의 소통’이란 이름으로 이 전 대통령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일방적으로 낭독하는 식으로 소통의 흉내를 냈을 뿐이다. 박 전대통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박 전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없애버렸다.

주요 신문사나 방송사들은 창간특집이나 신년특집 등의 제목으로 대통령과 공개 인터뷰 등을 하여 국민에게 국정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은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국민에 대한 배려,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존중은 안중에도 없었다. 철저하게 자기방식을 고집하며 주권재민 정신을 훼손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기간 공개 기자회견 횟수를 살펴보면 너무나 명확하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150씩 언론인들과 공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단 20회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2016년 1월까지 5회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언론인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 진실은 알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래도 국정을 자신의 방식으로 열심히 챙기고 있으려니 착각을 했다. 그러나 2014년에 터진 비극의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7시간 동안의 대통령의 행적은 국민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건이 공론화 되고 수사와 청와대 공식해명,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그날의 대통령 행적 7 시간의 미스테리는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갔다.

그 긴박한 순간에 안보실장 등 청와대 최측근 참모들조차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서면보고를 할 정도로 대통령은 국정을 내팽개치고 의혹의 ‘딴짓’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언론인들도 드러나는 사실 하나 하나에 함께 놀라워했다. 그제서야 직무유기에 빠졌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많은 학생들이 수장되고 난 뒤에야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나 고작 한다는 소리가 “아이들이 구명조끼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전혀 엉뚱한 질문이었다. 보고를 받지않았거나 엉터리 보고를 받았거나 대통령의 상황판단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청와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기대했던 언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여기저기서 나왔다. 

"청와대, 국정 논란 진원지...기자들 아무 것도 몰라" 

경향신문은 2014년 세월호 사건 후 “집권 초반부터 소통을 즐겨하지 않는 청와대지만, 비선그룹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진 이후엔 아예 언론과 접촉을 더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언론을 멀리하니 청와대 참모들조차 언론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분위기를 비판한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예정된 2014년 송년모임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들 등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고해 만남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그 이유라는 것이 “일부 언론이 청와대의 비보도 요구를 거부하고, 김 실장 참석 등의 ‘기사화’를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비선 국정개입 논란으로 민심 이반이 극심한 와중에 ‘잔칫집’ 분위기를 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의례적인 송년회조차 갖지못하고 바람맞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스스로 자초한 것인지, 압도당한 것인지 중요하지않다. 국민의 알권리가 내팽겨쳐지고 있는데도 출입기자들은 머리만 조아리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국정 논란의 진원지임에도 출입기자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은 심각하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뉴스 전하기 위해 대표로 그 자리에 파견된 것" 

2013년 5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3년 5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필자는 당시 ‘미디어오늘’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비판의 책임 절반쯤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나눠가져야 한다는데 과연 동의할까. 일방적 통고로 송년회조차 갖지못한 헤프닝은 적어도 세가지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 세가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청와대 출입기자들조차도 대통령과의 접촉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두 기자도 아니고 청와대 출입 전체 기자가 비서실장 정도에 바람맞는 현실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공적 정보공개권리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언론을 대하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태도에서 불통과 오만을 읽을 수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 홍보맨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뉴스를 전하기 위해서 대표로 그 자리에 파견된 것이다.

세 번째, 비보도 논란이 만남을 불발시켰다는 점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언론은 소통을 전제로 존재한다. 아무 것도 보도하지 못하게 하는 전제라면 청와대에 출입할 이유가 없다. 던져주는 보도자료 몇 건을 읽어주는 식이라면 고급 인력이 그곳에 굳이 진을 치고 상주할 이유가 없다. 비보도를 지키면 오고, 비보도를 지키지않으면 불참하겠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국민을 염두에 두지않은 오만한 행태다.”

세월이 흘러 2018년 범법자가 된 김기춘 전 실장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홍보는 왜 그가 감방동기가 돼야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청와대 춘추관에 참석하여 이런 발언을 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우리 대통령이 디그니티(위엄)있고, 엘레강스(우아)하고 차밍하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단도 있다.”

"꽉 막힌 병적인 불통, 대한민국 언론자유 심하게 후퇴"

‘디그니티, 엘레강스, 차밍’으로 홍보를 늘여놓더라도 기자들은 일단 만나 확인하고 듣고 또 물어야 한다. 비서실장을 통해서가 아니고 기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대면해야 한다. 그다음에 ‘찌라시 발언’ ‘사라진 7시간’ 등 국민의 궁금증을 대통령의 입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도 참모도 거부했고 언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직접 해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국가의 위험신호다. 2014년을 상징하는 ‘고사성어’로 교수들은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택했다. 중국 진나라 희대의 간신으로 악명을 남긴 조고가 철없는 황제를 앞에 두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해서 자신의 말을 부정하며 옳은 소리를 한 측근들을 가려내 모조리 죽여없앴다.

환관 조고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황제와 참모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황제는 존귀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참모들의 접견자체를 허락하지 않도록 격리시켰다.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가 의외로 짧은 역사를 마감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데 조고 한사람의 농간으로 충분했다.

미디어오늘 2017년 11월 23일 외부 칼럼(김창룡 교수 칼럼)
미디어오늘 2017년 11월 23일 외부 칼럼(김창룡 교수 칼럼)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 비서실장에게 바람맞고도 하소연하지 못하며 직무유기로 비판받는 언론인들. 이렇게 꽉 막힌 병적인 불통은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심하게 후퇴시켰다. 그 반쪽의 책임은 ‘접견 거부’ 전략으로 소통을 차단한 박 전대통령의 언론 통제 전략에 협조한 언론사에 있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 똑같은 기준을 언론사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과 제도적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2018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내용과 형식이 모두 다르다. 사전 각본이 없고 질문자도 미리 정하지 않는 형식파괴란 점이다. 또한 질문없이 일방적으로 낭독하고 끝나는 식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국정 책임자의 책임있는 자세이고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다. 

대통령이 질문을 받겠다고 하니 이제 긴장해야 하는 쪽은 언론사, 기자들이 됐다. 어떤 질문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지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보는 재미와 기대감을 갖도록 한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달라진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이렇게 정리했다.(아래 내용 참조)


청와대 출입기자단 앞에 놓인 과제 : 질문

청와대 출입기자단 앞에 숙제가 던져졌다. 질문이란 숙제. 상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얼핏 보면 쉬운 숙제 같지만 만만치가 않다. 질문하는 게 기자의 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기자들은 자신들의 ‘본업’을 망각했다. 허용되지 않은 질문은 하지 않았고, 청와대가 쓴 각본에 따라 ‘연기’를 했다. 어설픈 연기에 시민들은 코웃음을 쳤다. 웃픈 건, 그럼에도 기자들이 ‘발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부끄러움은 ‘전체 언론인’ 몫이었다.

이 부끄러움을 만회할 기회가 생겼다.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사이에 대략적인 얼개를 짜고 질문순서를 정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이걸 없애기로 했다. 대통령이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명한다. 역대 정부 통틀어 최초다. 언론사의 크고 작음, 영향력 등에 관계없이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진검승부. ‘흥미진진’ ‘흥행대박’ ‘관심폭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려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니라 기자들이 말이다. ‘뻘 질문’ ‘하나마나한 질문’ ‘왜 하는지 모르는 질문’을 하지 않을까 해서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 언론에게 이는 분명 낯선 풍경이다. 이른바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간 질문 경쟁도 관전 포인트! [미디어 오늘 2018. 1.9]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658#csidxf765ee0d1c9b3f0b3beae5b86f5e41f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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