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6)

오늘날 저널리즘을 통한 사진 조작과 왜곡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디어의 선거보도에서 이러한 사진의 조작을 통해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선거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 여섯 번째 편으로 '선전 저널리즘'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기사들] 

⑤ 독점·담합 ·왜곡...사라지지 않는 '패거리 저널리즘'

④ '망국병' 부추기는 '지역주의 저널리즘' 

③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파성 저널리즘', 선거철 더욱 '기승' 

② '정치 냉소주의' 부추기는 '틀 짓기 저널리즘' 경계해야

① 미디어 선거보도의 잘못된 관행과 편파적 보도 원인 


흔히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목표는 미디어 속에 비친 자신들의 이미지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거철 이러한 현상은 더욱 자주 나타난다.  특히 미디어를 활용한 정치적 선전(宣傳)은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형태로 등장해 미디어 이용자들을 현혹시키곤 한다.

프로파간다는 사전적 의미로 '특정한 사상적 노선이나 파당적 의도에 따라 대중의 사회적 태도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정보나 이론'을 뜻한다. 정치 선전뿐만 아니라 상업 선전, 종교 선전, 사상 선전 등 여러 형태가 있으나 세뇌와 같은 방식으로 프로파간다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가 프로파간다를 만났을 때

프로파간다는 여러 가지 활용 목적이나 방법에 따라 단순한 ‘선전’이란 의미 외에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글이나 말 또는 다른 모든 형식을 포함하여 여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을 넓은 의미의 ‘프로파간다’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미디어가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작동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는 국내외 정치뿐 아니라 사적인 이익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허먼과 촘스키(Herman & Chomsky)는 "정부와 강력한 사적 이익집단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뉴스 보도를 어떻게 여과하고 순화하는지에 대한 경로를 추적한 결과, 권력과 자본이 뉴스를 여과하는 장치들이 프로파간다 모델의 기본 요소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 기본 요소를 다시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규모, 집중된 소유권, 소유자의 부, 거대 언론기업의 수익 지향성 등이다. 둘째는 언론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다. 셋째는 정부, 기업 그리고 이들의 일차적인 정보원이자 권력의 대리인들로부터 자금과 인정을 받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언론의 의존성이다. 넷째는 언론을 훈육하는 역할을 하는 ‘강력한 비난’의 존재다. 다섯째는 국가적인 종교이자 통제 메커니즘으로서 ‘반공주의’, 즉 이념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뉴스를 ‘여과’함으로써 뉴스가 일종의 프로파간다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주로 미국 미디어의 성격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 이론이 미디어 편견의 원인으로 가정하는 기본적인 경제 구조와 조직 원리를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에도 거의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허먼과 촘스키는 미국의 걸프전쟁(1990), 파나마 침공(1989), 이라크 침공(2003) 등에 대한 주류 미디어의 보도 태도를 분석하기 위해 프로파간다 모델을 폭넓게 이용했다. 이들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미디어가 여과 장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거대한 ‘망상’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왜곡, 프로파간다 저널리즘 '전형'

YTN 2019년 10월 8일 보도(화면 캡처)
YTN 2019년 10월 8일 보도(화면 캡처)

최근에는 사회주의 국가뿐 아니라 세계 각 나라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도자의 사진을 일부만 게재하거나 수정과 조작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의미를 변형시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조작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의 조작이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직접적인 가위질이나 합성을 하는 방법으로 사진 자체에 직접적인 수작업이 가해지는 조작이 있으며, 또 하나는 사진에 어떤 수작업을 하지 않고 사진 자체의 의미를 바꾸거나 대중매체에 게재 시 사진이 갖고 있는 사실을 왜곡시키는 방법이다. 

어떠한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거나 자신들의 이념을 다른 집단에 전달하기 위하여 사진을 조작하는데, 이는 언론이 통제된 폐쇄적인 사회에서 사진 조작이 많이 행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선전이나 선동을 위해서는 사진 조작이 우선 이루어지고, 미디어들도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진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진의 조작은 수용자들을 속이고 기만하며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어서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조작된 사진을 대하는 수용자들은 그 사진 조작의 사실을 모른 채, 사진이라는 매체의 진실성 때문에 조작된 사진을 믿고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때문에 설령 나중에라도 그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최초에 가졌던 생각을 쉽게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에서 본래 상황을 다르게 바꾸어 버리는 경우 종종...매우 위험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사진의 왜곡과 조작은 분명 차이가 있다. 사진의 조작은 사진에 수작업을 가하여 내용을 조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의 왜곡이란 사진에 어떠한 수작업을 행하지 않고 사용자가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에 사진을 게재하는 당시 기사나 내용 설명 시 사진의 본래 상황을 다르게 바꾸어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매우 위험한 사진 저널리즘 형태다. 

이런 사진의 왜곡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촬영한 사진가의 사진을 사용자가 아무런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여 발생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어떠한 다른 목적으로 사진을 사용할 의도를 갖고 촬영하기도 하고 촬영 시 연출이나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경우다. 

사진을 왜곡한 최초의 사례로는 1855년 로저 펜턴(Roger Fenton)의 크리미아전쟁 종군 사진을 꼽을 수 있다. 영국, 프랑스, 터키가 연합해서 러시아와 대결한 이 전쟁에서 60만 명이 희생되었고, 그중 50만 명이 질병으로 쓰러져 갔다. 그런데도 자국 국민들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확신시키려 했던 영국 육군성은 크리미아로 파견된 펜턴으로 하여금 전쟁의 비참한 면을 기록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펜턴은 결국 자신이 촬영한 원판 300여 점들에 단 한 구의 주검도 싣지 않았다.

펜턴 자신은 사진 300여 장을 촬영하면서 ‘사진 왜곡’을 한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을 것이고, 그가 촬영한 하나하나의 원판은 모두 있는 그대로를 찍은 것들이지만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전쟁터에서 촬영해 온 사진이 활기찬 병영의 모습뿐이라면 그것은 분명 전쟁이라는 진실을 간과한 명백한 현실의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1969년 6월 17일 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대흑산도 무장공비 소탕 사진(출처=동아일보)
1969년 6월 17일 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대흑산도 무장공비 소탕 사진(출처=동아일보)

우리나라의 대표 사례는 1969년 6월 17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대흑산도 무장공비 소탕 사진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사진으로 왜곡 사용한 경우다. 대흑산도 무장공비 소탕 사진은 동아일보 윤석봉 기자의 특종 사진이었다. 1980년 당시 특전사 부대의 작전을 기록했던 사진기자가 특전사의 기록 사진 18장을 1988년 3월 월간중앙에 “사진으로 본 광주 그 현장”으로 게재했는데, 그중 대흑산도 관련 사진 2장이 광주항쟁의 시위대 소탕 사진으로 포함되었던 것이다.

월간중앙의 사진은 그냥 두었으면 그대로 역사 속에 묻혔을 것이다. 그러나 1990년 국회 광주항쟁 청문회장에서 이 사진이 도마에 올려졌다. 당시 시체 앞에서 웃고 있는 병사의 사진을 이해찬 국회의원이 들고 나와 커다란 파문을 몰고 왔다. 

사람 닮은 인공지능형 '딥페이크', 선거철 유권자들 더욱 현혹 

YTN 영상 캡처
YTN 영상 캡처

그러나 오늘날 저널리즘을 통한 사진 조작과 왜곡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디어의 선거보도에서 이러한 사진의 조작을 통해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선거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 기술과 인공지능이 더 정교해져 목소리뿐 아니라 생김새, 동작까지 똑같은 가상 인간을 만들어 냈다. 인공지능 앵커의 뉴스를 시청하고,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 인물이 TV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정교한 가상 영상을 만들게 된 것은 ‘딥페이크(deepfake)’ 기술 때문이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 학습)’과 ‘페이크(fake, 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이 실제 데이터를 학습해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미디어 프로파간다로 쉽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철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쉽다.  

선거보도의 편향과 프로파간다가 만났을 때 

딥페이크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흔히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목표는 미디어 속에 비친 자신들의 이미지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목표가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인지, 아니면 정적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인지 그 목표를 뚜렷이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핵심은 캠페인의 정치적 목표를 뒷받침하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유통시킴으로써 목표 수용자 집단에 호소하고, 공격받을 때도 상징적 우위를 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기간이 되면 정치인들은 보다 적극적인 컨뮤니케이션 전략을 채택하고,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온갖 선전 기법을 동원한다. 김태용은 "특정한 정치 선전 기법들은 오랜 기간 마치 일종의 교본처럼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캠페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일곱 가지 선전 기법을 ‘매도’, ‘미사여구’, ‘이미지 전이’, ‘증언’, ‘보통사람’, ‘카드 속임수’, ‘부화뇌동’ 등으로 구분해 소개했다. 

여기서 매도(name calling)는 가령, 과거 한나라당을 ‘차떼기 당’으로, 진보적 인사들을 ‘빨갱이’, ‘종북주의자’로 부르는 등 대상에 오명을 붙여 비난함으로써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이끌기 위한 선전 기법을 말한다. 미사여구(glittering generality)는 매도와 반대로 자신을 화려하게 칭송하고 미화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호감을 갖도록 하는 선전 기법이다. 

이미지 전이(transfer)는 명성이 있고 대다수의 호감을 이끌 수 있는 인물과 사물, 이벤트, 개념 등을 사용해 대상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선전 기법이다. 증언(testimonial)은 상업광고에서 메시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빈번히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로 이미 그 제품을 사용한 이들의 증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선전 기법이다. 이 기법이 가장 뚜렷이 사용되는 사례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에 방송되는 지지 연설인데, “내가 본 후보 ○○○”와 같은 제목의 연설이 대표적 예다. 

 예측할 수 없는 선거 결과, 비정상적·비합리적 사회 구조 낳게 하는 장본인 

JTBC 2021년 10월 19일 보도(화면 캡처)
JTBC 2021년 10월 19일 보도(화면 캡처)

보통사람(plain folks)은 기타 치며 노래하는 후보, 눈물을 흘리는 후보, 논에 발을 담그고 김매기를 거드는 후보, 어린아이를 안고 행복해 하는 후보, 싸구려 국밥을 열심히 먹는 후보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모두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물로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영상 메시지를 활용한 선전 기법이다. 카드 속임수(card stacking)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강조하고, 불리한 것은 언급하지 않거나 축소해 언급하는 선전 기법이다. 

선거에 후보로 나선 인물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것이 상례라고 할 때, 긍정 일변도의 메시지만 선별, 전달하여 호감을 얻는 것은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화뇌동(bandwagon)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니 당신도 예외가 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직접적이고 우회적인 주장을 전달하여 동조를 얻는 설득 기법이다.

선거에서는 군중집회를 열어 비지지자들을 동원한 후 사이사이에 투입된 열성 지지자들의 환호를 통해 비지지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거 기간에 미디어의 프로파간다는 편향 보도를 낳게 되고 유권자들을 현혹시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선거 결과를 낳게 하는가 하면, 비정상적·비합리적인 사회 구조를 낳게 하는 장본인이다.

※위 글은 필자가 저술한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중 일부를 시의성 있게 수정·보완한 기사임.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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