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5)
기자실은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 기자들 위주로 좌석을 배치하고,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패거리 의식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정 신문사와 방송사, 통신사 기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출입처를 보호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기자단이 일종의 독점과 담합 구조를 이루는 행태를 패거리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선거 과정에서 우리나라 지역 언론들이 패거리 중심의 보도를 해 온 것은 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왔다.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 다섯 번째 편으로 '패거리 저널리즘'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기사들]
③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파성 저널리즘', 선거철 더욱 '기승'
② '정치 냉소주의' 부추기는 '틀 짓기 저널리즘' 경계해야
출입처 중심 취재 관행, 왜 못 버리나
2021년 11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미디어오늘 등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의 기존 기자실 운영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잘못이 있다”며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42개 언론사 270여 명이 가입한 법조 출입 기자단은 사실상 ‘원칙적 배제, 예외적 개방’에서 ‘원칙적 개방, 예외적 배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법조 기자단·기자실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나라의 출입처 기자단, 기자실 제도는 일제 강점기부터 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주류 언론사들은 대부분 출입처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는 우리나라 취재 시스템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출입처가 어디냐에 따라 기자가 공급받는 정보가 좌우될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취재와 보도를 다루는 저널리즘 교과서들도 대부분 출입처에서 어떻게 취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출입처는 기자와 취재원의 정기적인 접촉이 공식적인 관행으로 정착된 장소이며, 뉴스 가치가 있는 정보가 쉽게 기사화될 수 있게 기자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출입처에서는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배경 설명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곳이다.
규모가 큰 국가 기관은 대변인이나 공보관을 두어 해당 기관의 언론 관계를 전담하기도 한다. 대변인은 공식적인 자료 제공과 함께 해당 기관의 입장에서 사안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제공받는 자료와 견해, 직접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기사를 주로 작성한다. 특히 기자들에게 출입처 제도는 정기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되며, 취재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다. 따라서 기자에게 출입처는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정보의 출처이며, 잠재적으로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과 생각들이 발견되는 장소로 많은 흥미로운 정보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본질 왜곡시키거나 권력의 입맛에 맞게 평가
그러나 출입처 중심의 취재 방식은 독자층이 확대된 대중 언론의 단계에 이르면 취재 영역 또한 광범위해져 기존의 인력이나 자가 취재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독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되면서 등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국에서 출입처 제도는 특정 기자가 정부 부처 등의 주요 출입처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전담하여 취재한다는 점에서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인 취재를 할 수 있고 또한 비교적 공신력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구할 수 있는 제도라고 인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문사 편집국의 각 부서가 일정한 출입처를 전담하고 기자들의 출입처는 연공서열에 따라 배정되며 수시로 순환되고 있다. 규모가 큰 출입처는 한 신문사에서 다수의 기자가 출입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출입처는 한 기자가 여러 곳을 함께 맡기도 한다. 규모가 영세한 지역 신문사들은 특히 한 기자가 많은 출입처를 담당한다.
하지만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공신력을 지니고 있지만, 때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거나 권력이나 기관 또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평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은 기자의 취재 활동에서 출입처의 취재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게 만들고, 사회 환경의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자들의 취재원 선택 기준이 취재의 편의성보다는 사건 본질과 관련성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이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등과 같은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제공하는 정보를 선호하면 할수록 언론 보도는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고 편향 보도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특히 출입처 중심의 취재는 동일한 취재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사의 획일화가 불가피하고, 출입처가 제공한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특정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하기 쉽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보도로 전문성과 심층성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지만 관행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은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드러내 왔다.
출입처 기자단 미가입 시 각종 불이익...패거리 저널리즘의 폐해
기자들은 대체로 국가 기관이라는 출입처를 중심으로 취재 활동을 벌인다. 출입처에는 기자실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취재의 근거지로 삼는다. 기자실은 그 자체가 권력적인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 기자실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외에 그 지역의 다른 기관·단체의 정보가 자연스레 모여드는 공간이 된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을 통해 취재 활동을 펴는 기자단이 정보의 한 축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기자실은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사용하며 이들은 기자단을 구성해 취재 편의와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기자단은 동종의 언론사 기자들로 구성되어 동료 의식과 함께 경쟁 의식이 배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단은 출입처에 따라 운영 방식이나 활동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움직여 왔다.
먼저 기자단에는 대개 간사가 한 명 있어 기자들을 대표하여 출입처 측과 취재 일정 · 보도자료 · 엠바고 등의 문제를 조정한다. 출입처 측에서 기관의 장(長)과 기자들의 간담회 일정을 잡으면 간사를 통해 기자단에 통보하며, 거꾸로 기자들이 기관장의 의견을 듣고자 하면 간사가 출입처 측과 논의해 일정을 잡는다. 또 엠바고도 기자단을 중심으로 성립된다. 기자단에 들어가 있는 동료 기자들은 대화나 의견 교환을 통해 서로 판단을 공유하기도 한다.
기사 담합, 자율 검열 정당화, 경쟁 억제, 비판 의지 약화...문제점 지적

그러나 기자단이 외형상으로는 친목 단체의 성격을 띠지만 실제로는 기자들이 고위층 취재원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제공하는 일종의 취재 체계로서 기능한다는 점이 문제다.
즉, 출입 기자들은 기자단을 통해 자료를 요청하고 기자 간담회를 요구하며, 취재원은 기자단을 대언론 창구로 이용하거나 언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출입처의 기자단에 가입돼 있지 않을 경우 취재에 각종 불이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팽원순은 기자단을 ‘도착된 평등주의(perverted equality)를 영속시키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즉, 기자단을 통해 취재원을 접하게 되면 취재원은 기자단의 구성원을 모두 평등하게 대해야 하며 기자들은 취재원과 접촉하고 뉴스를 다루는 데 평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원칙에 묶여 있는 한 특종은 있을 수 없고 취재원에 대한 비판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평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경쟁을 억제하고 비판 의지를 약화시키고 문제의식을 갖고 독자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의욕을 빼앗아 버리면서 뉴스의 획일화를 가져오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가 하면 유재천과 이민웅은 "기자단이 출입처 테두리를 벗어나는 기사의 발굴과 보도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회원들의 기사 담합과 자율 검열을 정당화해 ‘떼거리 저널리즘’을 유도하기도 하며, 출입처의 기사 조작에 취약점을 노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사례가 있는데, 기자단에 들어가 있는 기자들은 공동으로 또는 서로 역할을 나누어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과 빈번한 접촉을 통해 일종의 ‘해석적 공동체(interpretative community)’를 형성한다는 것이다(Berkowitz & Terkeurs).
출입처, 편리한 제도지만 기사의 획일화, 촌지 수수, 정보 유통 왜곡 등 노출
더 나아가 성기철은 "기자단이 카르텔 체제를 통해 유력 언론사가 정보를 독점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출입처에서는 중앙 일간지와 유력 방송사, 통신사 중심으로 기자실이 운영돼 왔으며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의 참가 범위도 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설 매체나 소규모 언론사는 불공평한 취재를 감수해야 하고, 고급 정보 접근도 차단되었다.
이에 대해 권혁남은 "기자단이 다수의 다양한 언론 매체를 총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출입처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편리하고 효율적인 제도이지만 반대로 독자는 떼거리 저널리즘, 기사의 획일화, 촌지 수수, 정보 유통의 왜곡 등 비정상적 언론 행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자실·기자단은 그 폐쇄성과 배타성·독점성·유착성 등의 문제점을 꾸준히 드러내 왔다.
이 모두가 패거리 저널리즘의 폐해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폐해가 선거철에는 더욱 심각한 현상을 낳고 있다. 기자단·기자실의 폐쇄적·배타적 운영은 선거 기간에도 마찬가지로 작용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미디어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후보의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후보의 개인적 속성이나 캠페인 활동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후보들의 공약은 외면하고 후보자들의 동정기사, 이벤트, 스케치, 가십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정치부 기자들이 후보를 24시간 밀착 ‘마크’하는 현실에서 '한가하게 앉아서' 공약을 비교, 분석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보도의 경우 각 언론사의 선거 취재 시스템은 대동소이하다.
선거 특별 취재반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정치부(각 당의 선거 전략과 판세 분석, 후보 동정 담당)를 주축으로 사회 1, 2부(지역별 민심 동향과 선거법 위반 사례 취재)가 보조적으로 결합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개정 선거법에 따라 옥외 집회가 없어지고 각종 직능, 사회단체 주최의 소규모 토론회나 강연회가 선거운동의 주종을 이루는 상황에서 유세장 주변 스케치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특별 취재팀은 이제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다.
기자실·기자단, 폐쇄성·배타성·독점성·유착성 문제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기자실·기자단은 그 폐쇄성, 배타성, 독점성, 유착성 등으로 인해 종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가령, 후보자 또는 정당으로부터 향응 접대, 촌지 수수, 엠바고 남용 등이 기자실 또는 기자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출입처 기자실·기자단 중심으로 운영되는 패거리 저널리즘은 기사의 획일화, 촌지 수수, 정보 유통의 왜곡 등 비정상적 언론 행태에 쉽게 직면하게 된다. 그들이 안주하는 기자실은 정보원에 접근하여 취재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기자들 사이에서 허락을 받은 주요 신문과 방송 기자들만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스스로 폐쇄적이거나 배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체로 기자들은 자신의 출입처를 보호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출입처의 입장을 옹호하게 된다. 같은 출입처 기자들끼리 오랜 기간 소통하면서 갖게 되는 의식의 동질화, 집단 감정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패거리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 지닌 가장 큰 취약점이다.
※위 기사는 필자가 저술한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중 일부를 수정·보완한 내용임.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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