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 (7)] 부당해고(不當解雇) 전략
권력에 저항하는 언론인 해고는 강력한 언론통제 수단이다. 해고당하는 당사자도 충격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동료 언론인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강한 효과를 갖는다. 제 3세계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흔하게 또한 쉽게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이 고분고분 말을 듣지않는 저항 언론인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감방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부당한 이유로 언론인에 대한 해고라는 징계를 내려도 법적 판결로 복직하는데는 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최소 5-6년은 소요되기 때문에 정치권력은 대리인 역할을 하는 낙하산 사장을 통해 이런 직접적 통제방법을 종종 사용한다.
‘해고’ 등의 언론인 중징계로 언론통제전략을 수립, 실행에 본격적으로 옮긴 것은 이명박 정부였고 이에 따른 특혜를 누린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최민희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의 언론인 해고 및 징계건수는 453명이었다.
MBC(10), YTN(6), 국민(3), 부산일보(2) 등 2012년 해고라는 중징계를 당한 언론인은 모두 21명으로 나타났고 그 외 감봉, 경고, 대기발령 등은 KBS 등을 포함 모두 453명에 이른다고 했다.
MBC, 중징계 당한 44인의 희생과 노력은 언론계 선진화의 기념비적 사건

2012년 당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조파업으로 해고당했던 최승호 PD, 이용마, 박성제 기자 등은 2017년 12월 8일 마침내 복직했다.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이래 가져온 변화였다.
더 큰 놀라운 드라마는 해직된 최승호 PD가 MBC 사장으로, 해직된 박성제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자리바꿈했다는 것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정치적 이유로 스타 PD, 스타 기자들이 얼마나 큰 고초를 당했는지 이들은 상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 전략은 전방위적으로 강력하게 진행됐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합작품으로 내려진 지령은 MBC의 사장이 이를 실행하는 식이었다. MBC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용마, 박성제, 최승호,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등 언론인 6인을 해고했다. 직장인에게 해고는 사망선고다.
그러나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공정방송을 명분으로 한 언론인들의 파업을 '정당한 쟁의행위'로 간주해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방송인들의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은 ‘정당한 노동권의 일부로 해석, 판단한다’는 값진 판례를 남겼다. 그러나 ‘시간 끌기 작전’에 나선 MBC 사측의 상고로 사건은 2년여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다. 그만큼 최종 판결은 늦어지고 직장 복귀가 지연되는 동안, 대통령과 사장은 이들이 없는 언론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기자, PD 등을 해고나 감봉 등 중징계를 내리고 비제작부서로 인사조치 한다는 것은 조직을 망치겠다는 뜻이다. 오직 정치적 명령에만 충실한 ‘돌쇠형 사장’만이 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해고 언론인들에 대해 첫 판결이 내려지자 필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는 MBC를 몰락시켰다. ‘낙하산보다 더한 낙하산 사장’이라는 오명으로 끝내 스스로도 해임당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징계권 남용은 결과적으로 충신들을 역적으로 오명을 붙여 몰아내는 폭력이었던 셈이다.
MBC의 명예로운 전사들, 정영하, 최승호, 이용마, 박성호, 강지웅, 박성제...해고라는 중징계의 칼을 맞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얼굴들이 모처럼 모여 웃음꽃을 피운 모습은 불행중 다행으로 보인다. 그들과 함께 중징계를 당한 44인의 희생과 노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 모두가 잊어서는 안될 언론계 선진화의 기념비적 사건을 만들어냈다.“ (<미디어오늘>, 김창룡 칼럼, 2012)
장시간 해고 상태, 저널리스트의 사명과 역할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법

서울남부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박인식)는 정영하 문화방송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정직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매우 중요한 점을 판결문에 담았다.
“...일반 기업과 달리 방송사 등 언론 매체의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하는 등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처음으로 ‘공정방송을 요구한 파업이 언론사의 근로조건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이를 정당화 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경영진의 인사권 남용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파업을 불법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명판결이다.
사실, 이 판결은 대단히 이례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방송법 전체를 꿰뚫는 핵심 어휘는 바로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다. 방송의 불편부당성, 객관성, 책임감, 공정성, 중립성, 정치적 독립성 등 수많은 조항과 법규들도 한마디로 따지고 보면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말의 성찬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디어에서 인사권 남용으로 편집권이 훼손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이에 저항한 언론인들은 해고 등 중징계의 칼날에 쓰러져갔다. 명분은 숭고했으나 희생은 개인과 그 가족의 몫이다.
직장에서의 해고는 사실상 사형선고다. 어제의 동료가 등을 돌리고 생활고는 현실이 된다. 장시간 해고 상태는 저널리스트의 사명과 역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소수의 용기있는 자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성장한다고 하지않는가. 희생은 하기싫고 그 열매는 내가 차지해야 하는 염량세태를 어찌 탓할 수 있으랴.
이 판결은 MBC의 공정성과 명예를 사수하기 위해 희생당한 해고자들의 눈물을 닦아준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시 이런 징계권을 남용한 김재철 사장과 그 핵심 참모들에게 던지는 교훈의 의미도 갖는다.
유능한 언론인들 정치적 목적으로 해고...민주주의 발전 가로막는 폭력

법원의 판결은 매우 상식적인 사실을 명백하게 했다. 방송의 공정성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될 수 없다는 것. 이런 위험성이 있을 때 저항하고 파업하는 것은 방송인의 ‘근로조건’에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방송법은 물론 방송윤리강령에서도 이런 점은 거듭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낙하산 사장들이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하고 특정 정치집단, 특정 정치인을 위한 불공정 방송을 하도록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는 점이다. 이는 방송법을 위반하고 방송윤리강령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폭거다.
정치권력의 언론 탄압 전략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모습은 다행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권력은 처음부터 완전히 해고감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 않다. 일단 해고라는 조치를 취하게 되면, 이들은 언론계 현장을 떠나게 되고 대법원 판결까지 가게 되면 최소한 5년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통령 5년 임기동안 무난하게 그들의 날선 비판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불법과 탈법 ‘사자방’ 비리, 도곡동땅 사기 등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대량 해고 사태로 위축된 동료 언론인과 노조의 활동은 보너스다. 이명박 박근혜는 공통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정치에 활용했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급에 따라 징계수위를 결정하고 시혜등급을 조정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 재판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박정희 정권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언론을 길들이기했던 언론통제전략은 한국정치, 언론역사에 반복하여 나타나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언론통폐합을 통해 언론인 해직 사태를 목격했다. 그와 매우 흡사한 언론통제전략이 그를 추종한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언론인 대량해고로 나타났고 그의 딸 박근혜 정부 역시 언론인 부당해고와 탄압은 전통으로 계승됐다.
사이비 언론은 잡아넣어야 하지만 유능한 언론인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해고 등의 중징계로 다스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반역사적 폭력이다. 다시는 유능하고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어야겠다.
유능한 언론인 해고를 막으려면

1. 대통령을 혈연, 지연, 학연 등 3연에서 벗어나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이념의 논란에서 벗어나 누가 정의롭고,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나라를 이끌 후보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 유능한 기자, PD는 한 언론사의 직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 정의를 지키고 권력의 부패를 국민 대신 감시한다는 인식이 꼭 필요하다.
3. 한국같은 가부장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방송사 사장, 신문사 사장 등 최고 지도자의 역량과 리더십이 절대적이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세습 2,3세들의 폐단은 사회 문제가 되듯이 검증없는 낙하산 사장도 근본부터 비뚤어진 사장을 뽑은 셈이다. 사장단에 대한 내부 검증, 편집규약 같은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만들어 권력남용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4. 공영방송사 사장은 이사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여야가 추천하는 이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정이 있어야 한다. 지금껏 정치권에서 추천만하면 되는 이사들은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충분히 받아왔다. 이들에 대한 검증, 최소한 전문성, 정직성, 공정성 등에 대한 공개검증이 필요하다.
5. 방송통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등은 언론계 내부의 윤리강령 제정과 준수여부, 내부 징계현황 등을 점검하고 강화를 독려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