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10)] 권모술수(權謀術數) 전략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 독립의 알파요 오메가다. 공영방송사 사장을 선임하는 KBS·MBC 이사진을 현재처럼 여·야가 일정비율로 나눠먹기식으로는 앞으로도 공영방송 독립을 담보할 수 없다. 이사진 구성에 어떻게 정치색을 빼고 양심적인 전문인들로 구성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당이 원하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할 수 있는 방식 '문제'

권모술수의 사전적 의미는 마키아벨리즘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며 정치적인 책동이나 술책, 임기응변적인 책략 등의 뜻이다. 권력의 획득·유지·증대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결과의 정당성에 의해서 수단이 갖는 반도덕성을 정당화한다는 내용을 가진 일종의 전술개념이다.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공영방송사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했다. 여·야의 구성 비율은 구색 갖추기 용으로 맞췄지만 실제로는 여당이 원하는 공영방송사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공영방송사 사장선임에 이중삼중의 정치중립 장치를 마련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뜻에 맞는 사장을 앉힐 수 있는 교묘한 제도를 만들어 마치 권모술수를 보는 듯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KBS와 MBC 공영방송을 망친 것은 무책임한 이사들이었다. 이사들은 공영방송사 사장을 낙하산 그 이상으로 말잘듣는 내부 인사를 찾아내 공영방송책임자로 앉혔다. 이들은 알아서 권력의 비리는 눈감고 덮어주고 축소하여 대통령을 망하게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KBS·MBC 이사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면서 정치권력을 추종하는 사장을 뽑는 악역을 저질렀다. 이들의 악행은 멀쩡한 기자, PD, 아나운서, 작가들마저 쫓아내는 문제의 공영방송사 사장을 뽑은 원천적인 책임이 있다. 일례로 2012년 KBS 이사들은 이길영 씨를 KBS 이사장에 선임했다. 당시 필자는 <미디어오늘>에 기고를 통해 이렇게 비판했다. 

골수 정치인, 공영방송사 사장 합당하지 않은 이유?

이길영 KBS 전 이사장
이길영 KBS 전 이사장

“KBS 이사장은 향후 KBS 사장을 선임하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직책인만큼 높은 도덕적 책임감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됐다. 모두들 그렇게 주장하고는 실제로 뽑은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도 형편없는 국민모독적 인물로 선출했는지, KBS 이사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인물을 이사장에 선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가 그를 부적격자로 꼽은 것은 ‘이길영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로 공영방송 이사장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다.

“이씨는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름을 빌려줬을 뿐....명예직으로 생각했다'는 식으로 본인 스스로 해명했다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전했다. 이씨는 정치판에 기웃거린 정도가 아라 특정당의 선거대책 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골수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지낸 후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무책임한 해명은 공영방송사 이사장직에는 합당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정치적 인사가 공영방송사 이사장이 되면 자연스레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장을 뽑는 법이고 그것은 곧 공영방송의 공정방송, 방송독립을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허위학력 사실까지 밝혀졌다. 자신이 다니지도 않은 국민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각종 이력서에 허위기재한 사실이 잇달아 보도됐다. 이씨는 국민산업학교를 나왔다.

이 학교는 국민대가 인수한 중앙농림학교가 교명을 바꾼 곳으로 대학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곳이라고 한다. 자신의 학력을 허위 기재하며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자는 신뢰할 수 없는 자이다. 더욱이 공영방송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한 KBS 언론인 중 한 사람으로 새로운 시대의 공영방송사 이사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사람을 이사장에 선임하는 권력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방송이 아닌 자신의 홍보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국민의 알권리보다 대통령 홍보에 열올려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킨 배임행위 

KBS 이사회가 2014년 6월 5일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가결함에 따라 KBS노동조합(1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6일 오전 5시부터 업무에 복귀했다.(자료사진)
KBS 이사회가 2014년 6월 5일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가결함에 따라 KBS노동조합(1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6일 오전 5시부터 업무에 복귀했다.(자료사진)

이 이사장 같은 사람들이 KBS 길환영, MBC 김재철 같은 수준 이하의 사장을 뽑는 법이다. 이들은 한국공영방송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됐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공영방송을 정치권력의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김재철 사장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으며 충성을 바쳤지만 2014년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길 사장. 수많은 구성원들에게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을 남발하며 사장직을 남용한 행태, 국민의 알권리보다 대통령 홍보에 열올려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킨 배임행위, 결국 이사회로부터 임기 중에 쫒겨난 행태 등 KBS와 MBC 권력추종 사장들의 추한 모습은 이제 공영방송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김재철과 길환영은 구성원들의 탄식소리가 나왔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대통령을 위한 방송’ ‘청와대를 위한 방송’에 모든 것을 걸었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조차 ‘땡이뉴스, 땡박뉴스’라는 용어가 재등장하는데는 바로 낙하산 사장들의 과잉충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나왔다. 

공영방송 앵커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청와대 대변인으로? 

공영방송사 사장은 방송제작과 편성 등에 간여할 수 없도록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은 ‘조언도 못하냐’는 식으로 직, 간접으로 개입하여 대통령 홍보뉴스가 돋보이도록 관리했다. 국민은 철저하게 배신당했고 권력홍보는 당연한 듯 현장에서 왜곡, 축소, 과장됐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한 심정에 빠졌지만 공영방송사의 재난보도는 수준 이하였다. 오보 행렬속에 오직 대통령의 의전, 대통령 동정, 청와대의 고심만 돋보이게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듯 했다.

2012년 2월 1일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2012년 2월 1일 MBC 김재철 사장의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앞에서 총파업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자료사진)

공영방송사 이사들이 방송사 내부에서 낙하산급 사장을 찾는 일은 어렵지않다. 사장만 시켜주면 정치권력이 원하는 대로 충성을 다하겠다는 방송언론인들이 너무 많다. 방송독립, 정치중립을 외치는 역량 있는 방송인들은 쫒겨 나가는 현실. 공영방송계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모습’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을 정치권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방송사 주요 간부가 되면 이런 날을 위해 국민 몰래 온갖 연줄을 동원해 정치권과 줄대기를 하고 ‘눈부신 충성도’로 방송부역에 나서게 된다. 공영방송 앵커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눈에는 ‘어느 날 갑자기’로 보이지만 방송 밖에서는 이미 ‘우리 편’으로 관리해 온 인사인 셈이다.

길환영, 김재철은 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상처와 폐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남은 자들이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가 됐다. 그 숙제의 핵심은 공영방송사 이사진 구성을 어떻게 하며 이사 선발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다.

그 구체적 대안을 인용한 ‘한국형 이사선발 모델’ 기고문(아래)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김창룡 교수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 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 공영방송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제시한다. 어느 나라도 완벽한 제도를 갖추고 있지않으며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그 나라의 정치, 문화, 역사에 맞춘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기 전에 3 가지 전제 조건을 가장 심도있게 검토했다.

첫 번째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의 근원이 정치세력의 방송장악 유혹에서 오기 때문에 어떻게 정치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두 번째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과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불투명성을 어떻게 제거하며 어떻게 자격조건을 강화하여 이를 누가 심의할 수 있는가 차원에서 해외사례를 검토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충분한 논의와 검토 끝에 이사와 사장을 선임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현저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낼 때 어떤 대안을 이중안전장치로 내세울 수 있는가를 따져봤다. 그 결과 한국형 모델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첫째, 현재의 여야 정치권에서 6:3 의 비율로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은 법적근거가 없는 관행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한다. 법을 바꾸는 국회의원들은 밥그릇, 기득권을 뺏긴다는 차원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대안이지만 과거나 현재의 한국의 공영방송 문제는 정치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손을 떼도록 하거나 최소화 시키지 않으면 어떤 논의도 무망할 것이다. 대통령이 공영방송구조에서 정치색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문제다.

공영방송제도가 정착된 영국, 독일, 일본 사례를 보면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직접 참여를 배제하고 다원주의적 참여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ZDF와 ARD 역시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관련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치색을 배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색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의 공영방송 사장 선출 형태는 BBC의 공영방송 이사회(BBC Trust)에 전권을 위임했다. 독일은 사회조합주의 또는 이익집단 모델로서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다수의 대표들이 참여해 선출하는 형태이며 일본은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를 야권이 동의하는 형태로 나뉜다.

이런 나라들은 이 정도의 제도로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의 현재 방식도 정치색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고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중간에 두고 있지만 형식논리뿐이며 실제로는 청와대에 가서 ‘쪼인트’ 얻어맞는 식으로 내부낙하산을 파견한다. 정치문화와 역사가 다른 나라와 정치후진국 행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라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봐야 무용지물이다.

둘째, 공영방송 이사인원을 현재의 9명 혹은 11명에서 최소한 33명으로 늘인다. 독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권은 독립적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갖는다. 방송위원회는 정당대표,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이해집단의 대표 60명으로 재조정,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사장 선임을 독립적으로 하도록 지위를 부여했다.

33인은 상징적인 숫자지만 최소한의 수를 의미한다. 인원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통제하기 어렵고 특정정파에 편향된 인사를 선출하기가 곤란해진다. 한국처럼 부정청탁과 선후배 연줄이 강력한 청탁사회는 이사 인원수를 늘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인원은 정당에서 여야 추천 2인 외에 나머지는 언론단체, 시민단체, 학계, 지역대표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다.

셋째, 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자격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 자격조건은 형식적이거나 사문화된 행태이며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임되는지 공적인 검증시스템이 전무하다. 각 정당에서 마치 대변인을 내려보내듯이 밀실에서 뽑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식이다. 정치적 인물, 편파성이 강한 인사를 걸러줄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다.

BBC의 경우 이사나 경영진에 대해서 △사리사욕금지 △청렴성 △객관성 △책임성 △공개성 △정직성 △통솔력 등 7개의 소위 ‘놀란 원칙(Nolan Principles)’을 적용한다.

일본 NHK는 이사나 사장의 자격조건으로 공무원의 자격제한 조건을 적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방송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방송기기(TV) 제조업이나 판매업체의 임원 역임자이거나 10% 이상 지분 소유자, 방송사·케이블TV·신문사·방송지주회사·통신사 등과 같은 업체의 법인임원을 역임한 때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회장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 선임 전권을 가진만큼 절차의 투명성과 자격조건 심의 규정을 보다 세분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사장 선임시 과반수제와 특별다수제는 어느 쪽도 일정 부분, 장점과 문제점을 가진 것은 현실이지만 최소한의 이사수가 33인이 되면 과반수가 더 적절할 것으로 본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공영방송 사장선임에 있어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이사 선임 절차가 투명해지고 자격조건이 강화된다는 전제하에 과반수제가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공영방송 이사들에 대한 과다한 예우를 없애 명예직으로 만든다.

현재는 공영방송 이사에 선임되면 몇 차례 회의를 하지도않고 혹은 대우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않으면서도 수천만원의 보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중요성과 독립성 등에 대한 의지도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위해 혈안이다. 또한 인원 수가 늘어나면 재정부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명예직으로 전환하여 예우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사회에 봉사하는 '명예로운 직'으로 ‘거금대신 명예’로 보상하게 되면 적어도 정치꾼들은 원천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과잉의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에 맞는 제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과 제도만이 인간의 일탈과 무책임함을 통제할 수 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기고문, 2017년 9월)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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