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6)] 무장해제(武裝解除) 전략

뉴스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뉴스 심의 전문기관을 두고 있는데, 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라고 부른다. 인적 구성은 여야 추천비 6대 3으로 여권이 일방적으로 회의, 표결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방송사에서 불공정 보도를 하고 심의위에서 불공정 심사를 하게 되면, 불공정 뉴스 서비스는 막을 길이 없다. 일종의 불량품이 국민의 눈과 귀를 오염시키는 셈이다. 이런 이중적인 언론 통제 전략이 완성되면 한 대통령을 완벽한 사기꾼, 완벽한 패주로 만들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불공정 뉴스를 견제하고 차단할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의위가 정치 집단화되면 뉴스 서비스는 저질이 되고 권력자는 결국 망하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앉혀 방송 심의기구 '무력화' 

무장해제(武裝解除)란 원래 군사용어로 ‘군인이 갖추고 있는 전쟁 장비를 제거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윤리강령과 방송법 등이 있으며 또한 방송심의기구를 따로 두고 이중으로 이를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규제 기구인 방송심의위원회의 위원 다수를 내편으로 구성한다면 사실상 방송 심의는 무장해제를 당한 셈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기에는 너무 불공정한 위원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권력은 힘이 세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반드시 그 벌을 받는 법이다. 정치 권력은 국가의 주요 조직을 움직이고 그 요직에 사람을 인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벌은 심의위원 자격이 없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앉혀 방송 심의기구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언론 통제 전략은 보도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정치 권력은 각 방송사나 언론사에 대한 언론 통제 전략을 펼치는 것과는 별개로 방송사 재허가권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뉴스를 심의하는 방통심의위 등에 대해서도 통제 전략은 연장된다.

뉴스 심의기관은 뉴스의 공정성과 독립성 등을 심의하는 공적 기구이며 불편부당이 생명이지만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권력의 심복이 될만한 인물로 골라 채운다. 이로써 언론 통제 전략은 입체적으로 이중 장치를 마련한 셈이 된다.

제 때 제대로 방송 심의를 하고 공정성을 강조했다면 파업으로 연결됐을까? 

존재감 없던 방통심의위는 2012년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특별한 사례를 보여줬다. 당시 방통심의위(위원장 박만)가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진행자들이 출연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징계를 내렸다.

징계 이유는 <CBS> ‘김미화의 여러분’은 2012년 2월 5일 ‘여러분이 만난 사람'이란 코너에서 팟캐스트 <나는꼽사리다> 진행자인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과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를 초대해 소 값 하락 사태, 물가정책,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적인 의견을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통심의위는 당시 전체회의에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객관성·공정성 심의 조항의 위반 등을 이유로 ‘주의' 결정을 내렸다. '주의' 결정은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 제재로,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위반 이유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법정 제재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냈고, 그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은 설득력이 없다.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주요 매체에서 스스로 불공정 편파 방송을 했다고 고백하는 건이 한 두건이 아니다. 제작진이 스스로 밝히는 불공정 보도에 대해 알고도 심의하지 않았는지, 몰라서 심의하지 않은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표적 심사라는 비판은 방통심의위의 권위와 신뢰를 손상시키는 법이다.

그렇다면, 주요 방송사들이 불공정 방송 때문에 연쇄 파업까지 가는 상황에 대해 방통위는 어떤 책임감 있는 대응을 했는가. 제 때 제대로 방송 심의를 하고 공정성을 강조했다면 이렇게까지 파업으로 연결됐을까. 이명박 대통령 사저 관련 내곡동 보도 논란, G-20정상회담 관련 과장 편파보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편파 보도 논란 등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논란이 될만한 건에 대해 어떤 심의 과정과 결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방통위의 심의는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그 결과가 납득할만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 주요 방송사가 이렇게 한꺼번에 공정성 문제로 파업을 하고 그 잘못을 고백하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심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은 되묻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심의기관의 정치적 심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정작 퇴임 후에 쏟아지고 있게 한 것은 아닌가. 임기 때 소송과 압박으로 재갈을 물리니 침묵하다가 권력에서 물러나기만 하면 물어뜯는 행태,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아닐까.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013년 12월 5일 <한겨레> ‘미디어 전망대’에 “방송공정성 심의의 불공정성”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을 제제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청구한 날 이 뉴스 프로그램이 정부 뜻과 반대되는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교수의 인터뷰를 너무 길게 해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현 방통심의위 구성 분포도만으로도 이런 불공정성 심의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방통심의위가 정부 여당 추천 6명과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와 다른 시각을 불공정하다며 이해 당사자인 정부 여당의 추천으로 위원이 된 분들이 나서서 다수결이랍시고 판정한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명대 유승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하여, 표결 심의결과와 심의위원 의견 일치율을 비교해 본 결과, 정부 여당 추천위원 은 평균 85%인 반면 야당 추천위원은 26%에 그쳤다며 이는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심의를 해왔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방통심의위, 정부나 지배 권력 대변인격으로 나서면 신뢰와 역할은 끝장" 

방통심의위는 공정한 보도를 보장, 보호하는 안전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공정성 심의 기구가 불공정성 논란에 중심에 선다는 것은 언론 통제 전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영이다.

영국의 <BBC>도 공정성 시비에 종종 휘말린다. 포크랜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당시 마가렛트 대처 총리는 <BBC>가 전쟁 상황에서 조차 영국편에 서기보다 공정성을 강조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 대처 총리는 영국 군을 ’우리편‘으로 지칭하지 않고 ’영국 군‘으로 표현하는 <BBC>는 어느 나라 방송사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기도 했다.

<BBC>가 1985년 반란군인 아일랜드공화국 군(IRA) 지도자들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다. 영국 군과 전쟁 중인 탈레반 진지 안에 들어가 전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피터 호릭스 전 보도국장은 “시청자들이 위험한 견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생각일 뿐 그들은 매우 똑똑하다”고 발언했다.

<BBC> 규제 기관인 ‘BBC 트러스트’도 관련 보고서에서 “민주주의 과정의 불유쾌한 부분에 대한 방송 시간 할애를 거부하는 것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에 대한 지지를 지하화하고 오히려 더 강화할 수 도 있다. 이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1991년 걸프전쟁이 났을 때 <CNN>은 미국의 민간인 공습에 따른 피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다국적 군을 형성했던 영국은 <BBC>가 이라크에서 수십만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피해 소식을 전해 자국민을 놀라게 했을 정도였다. 

뉴스의 공정성은 이해 관계, 입장에 따라 항상 논란거리가 된다. 뉴스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방통심의위가 정부나 지배 권력의 대변인격으로 나서게 되면 심의기관의 신뢰와 역할은 끝장이다. 그래서 현재의 방통심의위원 구성비, 여당과 야당의 6:3은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통위 심의위원 구성은 여야 동수를 기본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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