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새만금 수라갯벌 상공에서 전투기와 민물 가마우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촬영한 장면(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새만금 수라갯벌 상공에서 전투기와 민물 가마우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촬영한 장면(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 인근 상공에서 전투기와 이동하는 대형 새떼들이 충돌하는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사진 공개에도 불구하고 공군 측은 다른 주장을 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러한 대형 조류와 전투기 충돌 동영상 사진이 공개됐음에도 공군 측은 "평소에도 조류 이동이 많아 퇴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날 훈련에 참여한 조종사나 기체를 점검한 정비사 모두 충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뺌해 문제 의식이 전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한주 내내 인터넷과 SNS 등에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던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 상공에서의 전투기와 충돌한 조류떼 장면, 그리고 논쟁의 핵심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대형 민물가마우지와 전투기 충돌..."매일 두 번씩 조류 이동하는 장소" 

전북녹색연합 등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 5일 오후 3시 12분쯤 황윤 다큐멘터리 감독팀이 촬영한 민물가마우지 등의 조류와 전투기가 충돌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한 사진은 새만금 신공항 예정 부지인 수라갯벌 상공으로 대형 조류인 민물가마우지가 대규모로 매일 두 번씩 이동하는 곳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곳은 검은머리흰죽지, 갈매기, 기러기, 흑부리오리 등이 이동하는 지역으로 조류 충돌로 인한 비행기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그렇다면 공군 당국도 이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새만금 산업단지 앞 바다에서 3만여 마리의 검은머리흰죽지 무리가 배를 피해 새만금 수상태양광 부지에 내려 않는 모습(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새만금 산업단지 앞 바다에서 3만여 마리의 검은머리흰죽지 무리가 배를 피해 새만금 수상태양광 부지에 내려 않는 모습(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 따르면 이날 민물가마우지 무리는 오전 8시 45분부터 9시 12분쯤 옥녀봉 잠자리 터에서 새만금 수상태양광 예정 수역과 새만금 산업단지 7~8공구 쪽인 서남쪽 방향 등으로 날아갔으며 먹이 활동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에는 다시 동북쪽으로 되돌아가다 전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7일 신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의견서에 조류충돌 문제를 제기하고 신공항 부지의 적절성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에도 환경부에 조류 충돌 위험성을 전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측은 “3일 모니터링 결과 새만금 수상태양광 예정 부지 주변에 검은머리흰죽지 3만여마리가 월동하기 위해 내려와 있는 것이 관찰됐다”며  “새만금 개발사업 이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로 인해 특정종 출현이 민간 항공기까지 위협하는 상황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녹색연합 측도 "수라갯벌 상공을 나는 민물가마우지와 군산공항의 민간 항공기, 전투기가 서로 교차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을 매번 볼 수 있다"며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는 군산공항보다 1.3km 떨어져 해안가에 더욱 가까워 조류 충돌로 인한 비행기 추락 사고의 위험이 더욱 높은 곳"이라고 밝혔다.

"새들 죽는 문제뿐 아니라 민간 항공기 추락사고 위험까지 내포" 

또한 전북녹색연합 측은 "새만금 수라갯벌이 신공항 부지로 결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해당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며 “'새 죽는 게 중요하나, 국가안보가 중요하지' 등의 댓글들이 많은데, 조류 충돌로 ‘그저’ 새가 죽는 문제뿐 아니라 민간 항공기 추락사고 위험성까지 내포하여 수라갯벌이 신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분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S전주총국은 12일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전투기와 조류떼의 충돌 관련 내용과 동영상을 공개해 환경단체의 주장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었다. 

[해당 기사 및 동영상] 

전투기-새떼 충돌 영상 공개.."'조류 충돌' 우려 높아" 

KBS전주총국 10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은 이날 '전투기-새떼 충돌 영상 공개.."'조류 충돌' 우려 높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얼마 전,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상공에서 착륙하던 전투기와 새떼가 충돌했다고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했는데, 공군 관계자는 충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며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동영상은 지난 5일 오후,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인근 상공으로 착륙 중이던 공군 KF-16 전투기와 이동하던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맞닥뜨린 영상이었다.

"전투기에 대열 흩어진 새들 중 떨어지는 새도..." 

문제는 여기저기로 흩어진 새들 가운데 한 마리가 날갯짓 없이 그대로 떨어져 공군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조류들과 전투기가 충돌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동영상을 촬영한 황윤 감독은 방송에서 "전투기가 날아오니까 새들이 굉장히 놀라서 막 대열이 흩어지고 그중 일부는 다시 날갯짓해서 날아올랐는데 한 마리가 죽 떨어지는 걸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공군 관계자는 "평소에도 조류 이동이 많아 퇴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날 훈련에 참여한 조종사나 기체를 점검한 정비사 모두 충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기사는 이어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인근의 민물가마우지 번식지로 전북지방환경청이 올해 초 조사한 자료를 보면, 새만금 개발구역 내 서식하는 민물가마우지는 줄잡아 1만 6,000개체 가량"이라며 "하루 두 번 정도 번식지와 인근의 새만금호를 오가는데 그 길목에 공항이 들어선다"고 보도했다. 

"6월 국토부 발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민물가마우지 번식지 빠져" 

그러면서 "국토부 자료를 보면, 새만금 신공항 바로 옆 군산공항에서 민간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한 건 관련 자료가 작성된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8차례, 코로나19로 결항이 잦았던 지난해에도 2건이나 발생했다"는 기사는 "지난 6월 국토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민물가마우지 번식지가 일부 빠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새만금살리기위원장은 "이 많은 새가 날아갈 때 당연히 조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국토부에서는 이 사업을 이미 결정했고 추진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위험성을 못 본 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든다"고 말했다.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는 흰발농게 암컷(사진=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는 흰발농게 암컷(사진=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

마지막으로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조류 충돌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 발생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 의식 없이 어물쩍 넘기려는 군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우려스럽다. 

국토부와 환경부, 전북도의  신중한 주변 환경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속도를 내고 있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 주변의 환경훼손 여부 검토와 논의가 더욱 치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이유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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