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2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항난립 계획을 규탄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2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항난립 계획을 규탄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새만금 신공항 개발 방안이 포함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지역언론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낙인찍기식 저널리즘 행태를 보이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어 되레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전북지역 46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공동행동)은 2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국토부가 확정한 6차 계획안에는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한 총 10개의 공항개발 안이 포함됐다"며 "기후 위기를 외면하고 토건자본의 배만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공항 난립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또 "인천국제 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지역공항 중 10개 지역공항이 수요가 없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10개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은 수십조의 혈세를 토건자본에 바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라 한국의 갯벌을 등재하는 추진계획을 마련했다"며 "군산의 경우 수라갯벌이 가장 유력한 등재 후보지역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확정 발표..."환경문제 외면" 비판

전북일보 9월 23일 1면 기사
전북일보 9월 23일 1면 기사

앞서 국토부는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항개발 종합계획은 공항시설법 제3조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공항 분야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번 공항개발 종합계획에는 새만금 신공항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새만금 개발계획과 연계해 지역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고, 권역 내 항공 수요 처리가 가능하도록 시설 규모와 배치 계획 등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새만금 개발계획과 연계해 새만금 신공항이 적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공기 단축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공동행동 등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국토부는 문화재청의 계획과는 어긋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공항을 짓기 위해 수라갯벌을 없애버릴 일이 아니라 적극 복원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세계 자연유산에 추가등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15개 지역 공항 중 10곳, 수요 없어 만성 적자 허덕" 주장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국토교통부 제공)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국토교통부 제공)

이날 모인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지역 공항 중 10곳이 수요가 없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공항을 또 짓겠다는 것은 토건자본의 이득과 지역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 수단을 위해 국토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탄소 중립 등 환경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의 정책 목표와도 상충하는 계획"이라며 "직면한 기후 붕괴와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지역마다 공항을 늘릴 때가 아니라 공항을 줄이고 항공 수요를 규제할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정부의 기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이라며 강력히 규탄한 뒤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의 공항 건설 반대 목소리는 이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지역언론들, 반대 목소리 외면하거나 '낙인찍기'식 보도 

JTV 5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JTV 5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지난 5월 12일 지역의 4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을 출범하고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지역언론들은 반대 목소리에 부정적인 논조로 사안을 보도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 심지어 '반대하는 목소리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논조의 사설 등으로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반대를 위한 반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부정적으로 낙인찍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찬성과 반대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환경 훼손 문제다. 공항 건설 예정 부지에 ‘수라갯벌’이 포함되는데, 이곳에 멸종위기 1급 생물인 저어새, 황새, 흰꼬리수리 등 40여 법적 보호종이 서식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설공사가 진행되면 새만금호 수질과 연안 습지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갯벌 등 해양 생태계가 온실 가스를 흡수하기 때문에 갯벌 훼손이 불보듯 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낮은 경제성 문제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경제성이 낮아 적자 공항이 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23일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인천국제 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지역공항 중 10개 지역공항이 수요가 없어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앞으로 10개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은 수십조원의 혈세를 토건자본에 바치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선 수요가 과다하게 계산되었고,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군산공항을 이용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의소리 5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의소리 5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셋째는 주한미군 영향력 확산 우려의 문제점을 들고 있다. 새만금 국제공항 부지는 기존 군산공항과 1.3km 떨어져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공동행동 측은 "지난해 6월 주한미군이 새만금 국제공항과 군산공항을 잇는 유도로 개설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미군이 새만금 국제공항을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만금 국제공항을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좌시하지 않겠다", "더 이상 흔들지 말라" 협박·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언론들 

그런데 지역언론들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부정적인 논조로 낙인을 찍는 경우가 잦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란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적대시 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전북지역 4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동행동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건자본의 배만 불리는 공항난립 계획"이라며 강력히 비판한 다음 날인 24일 지역 일간지들과 방송사들 대부분은 반대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고 외면했다.  

오히려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는 사설에서 새만금 신공항 필요성과 한 발 더 나아가 "더 이상 흔들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새전북신문과 전민일보 등 일부 신문만이 사회면에 단신으로 전날 기자회견 소식을 실었을 뿐이다. 지역의 방송사들 중에서도 전북CBS·노컷뉴스가 "토건세력 위한 '6차 공항개발 계획' 시대착오적 폐기해야"란 제목의 기사로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뤄 차별성을 보였다. 

전라일보 9월 2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라일보 9월 2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는 이날 '새만금 신공항 공사기간 단축 꼭 필요하다'는 사설에서 "정부가 지난 22일 확정·고시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새만금 신공항을 전남 무안공항과 함께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분류해 권역별 관문 공항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것도 희소식"이라며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고시한 대로 새만금 신공항의 조기 착공과 개항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썼다. 

전북도민일보도 사설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개항 청신호'에서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인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개항이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면서 "새만금에 세계 일류기업들이 입주하기 위해서는 새만금국제공항 개항이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전라일보는 이날 사설 제목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더 이상 흔들지 말라'고 뽑았다. 사설은 "지난 1991년 새만금사업 착공 이후 제방공사만 20년이 걸렸다"며 "일부 단체들의 반발과 소송제기 등으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면서 공사 중단으로 그 기간이 늦어진 결과"라고 단정지어 낙인을 찍었다. 이른바 낙인찍기 저널리즘을 보여준 단면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이용돼 온 새만금 개발 정책의 더딘 행보가 일부 단체들의 반발과 반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명토박았다. 

낙인찍기 저널리즘 횡행...여론 다양성 전달 기능 상실  

전북일보 9월 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9월 9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낙인찍기 저널리즘 형태는 전북일보의 경우 지난 9월 9일 사설에서도 나타났다. 신문은 사설 제목을 '새만금 공항 반대 대선 후보 좌시할 수 없다'고 뽑았다. 

이 사설은 "도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전북을 방문한 일부 대선 후보들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며 "오랜 낙후와 소외를 경험한 전북에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매섭게 경고했다. 

이 신문은 앞서 5월 12일에도 “반대 위한 반대 일삼는 일부 단체, 지역발전 걸림돌”이란 제목의 3면 기사에서 "공항 반대 주장에 일부 도민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전북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면서 '어렵게 대통령까지 설득해 이뤄낸 새만금공항을 건설 시작전부터 반대하는 모습을보니 이들이 과연 전북사람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5월 17일에는 '전북상협,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건설 촉구…“소모적 논쟁 멈춰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회장 윤방섭)가 새만금 공항 조기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내용과 함께 "공항 건설 찬반을 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양측 입장 균형 있게 전달하는 신중한 보도 태도 필요"

'낙인찍기' 저널리즘의 사례가 이처럼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 일간지들과 심지어 지역 방송사들도 마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를 아예 일축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낙인찍기식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KBS전주총국 5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 5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지역언론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공항 하나 없는 지역’이라는 점과 '도민들의 심리적 박탈감', '경제적 차별과 소외감' 등을 강조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좌시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대해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지역 언론이 직접 나서 특정 단체나 개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역언론의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지역 독자와 시청자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유발될 소지가 있는 지역 현안일수록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신중한 보도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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