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6월 22일

전북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전북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건설"… 209개 단체 한목소리 

“새만금 공항 없으면 전북 날개 꺾인다" 

새만금신공항 조기건설 ‘한목소리’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건설은 선택 아닌 필수” 

22일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1면 또는 2-3면 헤드라인 뉴스 제목들이다. 

최근 새만금 공항건설 문제를 놓고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찬·반 의견으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지역 일간지들의 지면을 보면 반대 의견은 없고 오로지 찬성 의견만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에 먼저 문제를 제기한 쪽은 반대 의견을 주장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었다. 

“멸종위기 1급 저어새 서식지 ‘수라갯벌’ 보존해야” 반대 목소리 무시하더니... 

전민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전민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전북지역 4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5일 제26회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새만금 국제공항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에서 저어새의 번식지임이 확인됐다”며 “새만금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새만금 신공항 부지는 내초도와 만경강 하구인 하제 사이의 6km에 가까운 갯벌로 이뤄진 ‘수라갯벌’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며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의 서식지인 ‘수라갯벌’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시민단체들이 모여 새만금 공항건설 대신 갯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시민단체들이 모여 새만금 공항건설 대신 갯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새만금에 신공항 개발로 260만㎡ 부지의 갯벌이 매립된다면 그로인해 대부분의 ‘수라갯벌’ 기능이 상실되고 사라지게 되며, 우리의 소중한 마지막 원형 갯벌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지역언론들은 시민단체들의 반대 주장과는 달리 ‘새만금 신공항 찬반 갈등’, ‘찬반 논란’ 등 대립 구도의 프레임으로 의제를 형성시켰다. 일간지들 중에는 아예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며 지면에 반영하지 않은 채 침묵한 신문들, 그나마 사회면에 사진 기사로 조그맣게 취급한 신문들로 나뉘었다. 

그 후 보름여 만인 21일 전북도청 앞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 추진 연합’ 출범식이 열렸다. 

“날개 꺾인다, 한목소리’, 선택 아닌 필수” 찬성만 가득...반대 목소리엔 '침묵' 

전라일보 6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라일보 6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날 "전북지역 경제계를 중심으로 체육, 사회, 건설·교통, 여성계 등 총 209개 단체가 참석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날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기 건설"을 촉구했다.

전주상공회의소 윤방섭 회장 등 9명의 공동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새만금국제공항은 50년 항공 오지의 서러움을 떨치고 전북도가 동북아 물류허브의 꿈을 꾸게 해준 필수 기반시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지역 내 일부 환경단체가 새만금 국제공항 설립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발한 시민·사회·경제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비슷한 내용의 큼지막한 기사에 자극적인 제목을 경쟁적으로 뽑아 달았다. 

전북도민일보 6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도민일보 6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그 중 “새만금 공항 없으면 전북 날개 꺾인다”, ‘새만금신공항 조기건설 ‘한목소리’’,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건설은 선택 아닌 필수” 등의 제목이 단연 눈에 띈다. 제목은 물론 기사에서도 반대 의견은 깡그리 무시된 채 찬성 의견만 가득히 반영됐다.

그나마 KBS전주총국과 전주MBC는 반대 의견도 함께 실어 지역 일간지들의 일방적 주장을 실은 의제 설정 프레임과는 약간 달랐다.

일방향 프레임 의제 설정, 공정성·중립성 해치기 쉬워

“새만금신공항 조기건설 촉구”…찬반 논쟁 갈등 조짐 -KBS전주총국

새만금 신공항 조기건설 촉구 찬반 논란 가열 -전주MBC 

            KBS전주총국 6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 6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은 21일 새만금 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의 전북도청 앞 행사 소식과 함께 “신공항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과 낮은 경제성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이날 전주MBC도 “전라북도 상공회의소협의회 등 200여 단체는 전북도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항은 지역 발전의 필수 시설이라며 일부 환경론자의 주장으로 건설이 중단될 수 없다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고 전하면서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에 멸종 위기 동식물이 일부 누락되고 조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전주MBC 6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6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언론이 첨예한 대립과 갈등 국면의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 어느 한쪽의 의견과 주장으로 의제 설정이 치우치게 되면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다. 언론의 일방향식 프레임은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전북일보 6월 22일 1면 기사.

그런데 새만금 신공항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대립과 갈등 조짐을 보이면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지만 언론이 앞장서서 ‘찬성은 옳고, 반대는 나쁘다’는 식으로 규정짓는 일방향의 의제 설정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지역언론들이 ‘관변언론’ 또는 ‘토호언론’이란 소릴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첨예한 지역사회 이슈일수록 좀 더 신중한 의제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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