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하라” 

"새만금공항 미군공항 건설로 호도하지 말라" 

"전북 미래 발목 잡는 내부 총질 멈춰 달라"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 목소리에 낙인 찍는 지역언론들

새만금 신공항 건설 조감도(전북도 제공)
새만금 신공항 건설 조감도(전북도 제공)

전북지역 상공인들과 경영자 단체들이 새만금 국제공항의 소모적인 논쟁 종식과 차질 없는 건설을 연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전주, 익산, 군산, 전북서남상공회의소로 구성된 전라북도상공회의소협의회(회장 윤방섭)는 지난 5일 전주상공회의소 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도내 4개 상공회의소 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는 전북지역 상공인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전북경영자총협회도 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완공을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새만금 국제공항은 전북 발전의 구심점이자 새만금 개발의 화룡점정”이라며 “새만금 국제공항이 없다면 전북의 도약은 기대할 수 없으며 새만금의 잠재력은 반쪽짜리 신세에 불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일보 11월 8일 5면 기사
전라일보 11월 8일 5면 기사

그러자 지역 일간지들은 8일, 9일, 10일 자 1면 또는 사회면과 경제면, 사설에 지역 상공인 단체와 경영자 협회의 주장을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지면에 반영했다. 지난 2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했던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문들이다. 

“현재의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군산공항의 ‘제2활주로’ 건설이라는 미 공군의 오랜 숙원을 새만금 국제공항이라는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으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철회할 것”을 주장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아예 다루지 않거나, 전북도의 입장만을 전달한 것과는 상반된 의제 설정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2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전북민중행동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과 설명회를 전북농업인회관에서 열었다.
2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전북민중행동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실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과 설명회를 전북농업인회관에서 열었다.

전북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전민일보와 전북중앙신문이 3일 자 6면과 2면에 각각 “새만금 신공항, 미공군 제2활주로 건설사업에 불과”, "새만금 신공항, 미군 관리 군산공항 확장에 불과해"란 제목으로 전날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과 설명회 내용을 짧게 다뤘을 뿐, 다른 일간지들은 지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등 3개 주요 일간지들은 상공인과 경영자 단체들의 주장을 스트레이트 기사로도 부족했던지 사설에서 연거푸 새만금 신공항 건설의 찬성론과 함께 '호도하지 말거나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라'고 겁박했다.

"호도하지 말라", "소모적 논쟁 이제 그만"... 겁박하는 지역 일간지 사설들

전북일보 11월 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1월 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먼저 전북일보는 지난 4일 사설에서 딴지를 걸지 말라는 투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겨냥했다. ‘새만금공항 미군공항 건설로 호도하지 말라’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분명한 의도가 읽힌다.

사설은 “전북도민들의 염원을 담아 건설되는 새만금공항이 미군에 의해 좌우되거나 반쪽짜리 공항이 되어서는 분명 안 될 말”이라며 “미군 공항과 인접한 까닭에 미군의 제안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해서 미군 공항으로 전락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설 말미에선 “정부가 이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새만금 공항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을 없애는 길은 조속히 착공하는 게 답”이라고 전북도와 상공인 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새만금 신공항 조기 착공으로 논란 일단락해야" 주장

전라일보는 9일 사설 ‘새만금신공항 소모적 논쟁 이제 그만’에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업이 암초를 만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전북의 미래를 위한 이해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햇다. 새만금 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북도민일보 10월 2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10월 2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는 10일 사설 '전북경제계, 새만금 공항 논쟁 중단을'에서 "전북 경제계는 도민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지자체, 시민단체 모두가 전라북도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항건설을 위한 힘을 모아주길 호소하고 있다"며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공항을 조기에 착공해 논란을 일단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선 지난 10월 24일 사설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하라’에서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정치적 논리와 표 셈법으로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며 “새만금 공항이 더는 정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조기 착공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처럼 3개 지역 일간지들은 반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찬성론에 무게를 실어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는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들이란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사회적 '공기' 아닌 '흉기' 될 수 있어

KBS전주총국 11월 2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 11월 2일 보도(화면 캡쳐)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은 지난 5월 13일 전북지역 언론사들의 뉴스 모니터 보고서에서 “지역 언론들은 반대 목소리에 부정적인 논조로 사안을 보도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부정적으로 낙인 찍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환경 훼손과 낮은 경제성, 주한미군 영향력 확산 우려 등의 이유로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이들 3개 일간지 지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일보는 ‘반대를 위한 반대 일삼는’, ‘지역발전 걸림돌’ 등으로 국제공항 건설 반대 주장을 표현해 전북민언련으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다. 지역 현안에 대해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 언론들이 직접 나서서 특정 주장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경우 지역언론 뉴스 이용자들은 정확한 판단을 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관조정을 하는 신문의 사설에서조차 편파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거나 반대 목소리를 겁박하는 행태는 언론이 사회적 공기가 아닌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차제에 오랫동안 언론인의 길을 걸어 온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전 미디어오늘 논설실장)가 새만금 신공항 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지역 언론들을 향해 일갈한 글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고승우 박사, “미국-중국관계 등 문제 복잡 불구 갈등과 진실공방... 서글픈 현실” 지적 

미디어오늘 11월 8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오늘 11월 8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출신인 고 박사는 8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새만금 국제공항 논란 속 군산 미군기지의 정체-언론은 침묵’이란 제목의 긴 글에서 최근 새만금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행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군산 미군 부대의 간섭과 압박 여부, 공항 위치와 시설 규모 등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데 대한 문제점과 지역 언론들의 아리송한 보도 태도 등을 지적했다. 

고 박사는 새만금 신공항 문제를 1970년대 주한민군의 전술 핵무기 배치 문제에서부터 풀어나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은 두 곳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그쳐 어느 곳이 진실을 이야기 하는지 아리송한 상황”이라며 “그것은 군산 미군기지가 1970년대부터 중국을 타격할 군용기가 24시간 활주로에서 핵무기를 싣고 대기했고 주한 미군의 전술 핵무기가 남한에서 전량 철거된 뒤에도 재래식 무기로 중국을 타격할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태에서 남한 정부와 시민단체만의 갈등과 진실공방이라는 서글픈 현상이 벌어지고 언론은 중계 방송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라북도는 2010년 새만금 지구를 둘러본 해외투자 기업들이 인근에 국제공항이 없어서 새만금지구에 대한 투자에 난색을 표한다는 이유로 군산공항의 국제선을 추진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당시 군산 미군기지 제8전투비행단 사령관은 만약 그런 과정에서 테러범이 탑승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며 기지 보안을 이유로 반대해 국내 민간 항공사만 운항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고 박사는 “군산 미군기지가 군산항의 국제선 취항을 반대하고 관철시켰고 새만금 국제공항과 관련에 거론되는 근거는 이 기지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더 나아가 “최근 미중 두 나라가 대만을 무대로 군사적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미국은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즉각 투입될 것을 공언하고 있어 미중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군산 지역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피력했다. 

“군산 미군기지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전라일보 11월 9일 홈페이지 캡쳐
전라일보 11월 9일 홈페이지 캡쳐

그는 또 “미국은 최근 들어 테러와의 전쟁에서 활용중인 최첨단 무인기를 군산 미군기지에 반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면서 “미국이 군산 미군 기지를 미국의 전략 요충지로 활용하기 위해 군산 민항기 운항에 국제선을 배제했고,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도 상당 정도의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와 일맥상통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으로 “새만금 국제공항은 현재처럼 군산미군기지 주변에 세울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SOFA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러나 초기 기획단계에서 제시된 새만금 간척지의 개발 및 그 활성화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수적이라는 논리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어 군산 미군기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 등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시했다. 따라서 “한미 상호 방위조약이 21세기에 맞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폐되는 문제도 동시에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새만금 신공항 건설 문제는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개발-환경-평화를 모두 아우르는 차원에서 진지하게 모색하고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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