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9월 4일(토)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는 처음 발표한대로 변함이 없습니다.” 

큰 이변은 없었다. 교육부가 꺼내든 대학구조조정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는 거센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함없이 막을 내렸다. 

교육부는 3일 군산대 등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대한 미선정 대학의 이의신청이 모두 기각됐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회오리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군산대 등 탈락 대학들의 이의 신청·간곡한 호소 받아들이지 않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서 미선정 대학으로 최종 분류된 대학의 총장과 교수, 학생들이 교육부를 찾아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서 미선정 대학으로 최종 분류된 대학의 총장과 교수, 학생들이 교육부를 찾아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로써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등 정부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일반대 25개 대학과 전문대 27개 대학으로 52개 대학이 최종 확정됐다. 전북지역에서는 군산대, 한일장신대, 전주기전대가 포함됐다. 

이번 결과에 따라 일반대의 경우 3년간 연평균 약 48억원, 전문대는 약 37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등에 대해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재정 문제를 떠나 대학은 ‘부실대학’이란 꼬리표 때문에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가 이날 오전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한 결과는 지난달 17일 발표됐던 결과와 변함이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준 및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타당하게 실시됐음을 확인했다”며 대학들의 이어진 이의 신청과 간곡한 호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군산대와 성신여대, 인하대 등 미선정 대학으로 포함된 일반대 25개교 등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예견된 결과에 대학들 불만 계속 이어져...사활 건 '진단' 증명 

교육부 건물 전경 
교육부 건물 전경 

하지만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구조조정 진단에서 이의 신청을 통해 결과가 바뀐 경우는 단 한차례에 불과했을 뿐, 거의 뒤바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탈락 대학들은 ‘공정성이 의심되는 지표’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 교육부는 오히려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선정 대학들은 총장, 교수, 학생들의 거센 반발과 시위가 줄을 이었다. 대학마다 사활을 건 진단이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번 진단 결과에서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된 대학 총장들은 교육부를 찾아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단보고서로 우열을 가리고 근소한 차이로 선정과 미선정이라는 이분법적인 처분을 내려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다. 

탈락 대학들, 결과 불승복 ‘행정소송ㆍ헌법소원’ 제기 예고 

이날 교육부의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가 공개된 뒤 곧바로 탈락한 52개 대학 총장단은 항의하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평가의 공정성, 타당성, 객관성 등에 많은 문제가 있다.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교육부가 대학이 제출한 보고서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선정과 미선정 대학을 결정한데 대해 평가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탈락한 52개 대학들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번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일반대학은 △군산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수원대 △용인대 △인하대 △총신대 △추계예술대 △케이씨대 △평택대 △한세대 △협성대 △가톨릭관동대 △김천대 △대신대 △동양대 △상지대 △위덕대 △가야대 △부산장신대 △ 세한대 △한일장신대 △극동대 △유원대 △중원대 등 총 25개교다.

또한 전문대학은 최종 27개교가 탈락했다. △강동대 △강릉영동대△경북과학대 △계원예술대 △국제대 △기독간호대 △김포대 △대구공업대 △동강대 △동아방송예술대 △동아보건대 △부산예술대 △성운대 △세경대 △송곡대 △송호대 △수성대 △수원과학대 △숭의여대 △신안산대 △장안대 △전남도립대 △전주기전대 △창원문성대 △한국골프대 △혜전대 △호산대 등이다. 

군산대, "결과 납득 어렵다" 성명서 발표, 1인 시위 등 강력 반발했지만... 

지난달 17일 이후 군산대 대학본부와 전라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는 교육부 결과에 대한 반박 성명서 발표 및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지난달 17일 이후 군산대 대학본부와 전라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는 교육부 결과에 대한 반박 성명서 발표 및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군산대의 충격이 가장 커 보인다. 군산대는 이번 교육부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가장 강하게 불만을 제시해왔다. 지난달 24일 군산대 대학본부와 전라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는 '가결과에 납득이 안 된다'는 반박 공동 성명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 자리에는 군산대 총동문회와 총학생회, 대학평의회, 교수평의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대학본부 군산본부, 전국대학노동조합 군산대학교지부, 군산대 최고경영관리자과정 총동문회, 군산대 가족회사 협의회 외에도 지역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평가 결과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학교를 국가가 인정치 않는 자기 모순적 평가"라며 "주관적 요소 정성평가의 기준과 근거를 공개하고, 더 나아가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방식을 개선해서 앞으로는 선의의 피해 대학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다른 탈락 대학들도 지난달 17일 교육부 진단 결과 발표 이후 학생들까지 나서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파장이 컸다. 특히 박형준 군산대 총학생회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대학들, 학령인구 감소 등 냉정하게 현실 직시하며 대응 노력 모색 필요" 

군산대 전경
군산대 전경

파장과 후유증이 커지자 교육부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미선정 대학 중 충분한 혁신 의지와 역량이 있는 대학에게 재도전 기회 부여와 지원을 고려 중"이라는 당근책을 일부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지만 거센 후폭풍을 막진 못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학의 구조조정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교육부가 나서서 실시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대학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교육 전문가들은 "많은 대학들이 정원에 못 미치는 교육 수요자들의 감소 현상을 직시하면서 현실을 보다 냉정하고 엄혹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대응 노력이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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