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대입 공정성 이대로 좋은가?-최승후(고교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최승후 교사
최승후 교사

수능은 과연 공정한가?

“역대 최악 국어, 난이도 조절 실패”, “역대 최고 물수능 영어 만점자 대폭 증가”

매년 연말 교육면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신문 기사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자들은 한 해 걸러 물수능, 불수능이라고 날 선 비판을 해대는 데 논조가 일정치 않다. 왜냐하면 대학입시와 매년 직면하는 진학교사나 교육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대입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수능은 문제가 쉬웠어도 대란이었고 어려워도 대란이었다. 안타깝게도 단 한 가지 예측 가능한 것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그 사실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능은 공정하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수능은 공정하지 않다. 부모의 경제 수준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전형이 정시모집 수능이다. 사교육의 주범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지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아니다. 학종의 사교육 의존도는 일시적이고 국․영․수에 비해서 미미하다.

다시 정시 100% 선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학종의 불공정성에 근거한다. 올해도 수시모집 비율은 전년 대비 1.1%p 증가한 77.3%다. 수시모집 인원 가운데 학생부 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올해 14만7345명(42.4%)으로 전년도보다 1%포인트(3005명) 증가했다. 학종으로 뽑는 인원 역시 8만5168명(24.5%)으로 전년도보다 0.2%포인트(404명) 증가했다.

학종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대학이 많지 않고, 내신 성적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실제로 내신 2.2등급 학생이 떨어지고 2.5등급 학생들이 합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진로가 뚜렷하고 주도적으로 꾸준히 학교생활을 한 학생들은 다른 어떤 전형보다 학종이 유리하다. 특히 수시모집 지원 비율이 매우 높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이 전형을 바탕으로 진학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교과 성적이 바탕이 되어야지 비교과만 우수한 학생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줄 세우지 않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종 있다

공정성의 잣대를 교육적 타당도로 달리 바꿔서 적용하면 학교 안 교육현상이 달리 보인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 화려한 꽃들은 열매가 빈약하듯이 학생 개개인마다 재능과 끼는 다른 법인데,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 대학에서도 잘할 거라는 예언 타당도는 맞지 않다. 이는 대학의 종단연구가 잘 뒷받침해 준다.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이 학점과 만족도가 높은 반면 전과·자퇴율은 낮다고 한다. 특히 교내활동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능이 결과 중심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은 상대적으로 과정 중심이다. 그만큼 학생들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고등학교의 70%가 넘는 일반고의 위기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더욱 중요해졌다.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학생부 중심전형은 ‘개인’의 역량도 평가하지만 ‘우리’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이 전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또한 이 전형은 특히 인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바른 태도와 생활을 유도하는 효과가 커서 인성교육 강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학종은 이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첫째, 어떤 고등학교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또는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학교 간의 교육과정과 진로·진학 프로그램의 차이 그리고 교사의 열정에 따라 학생의 입시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학생부 조작 사건처럼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셋째, 자기소개서 문항의 축소와 서류 간소화 그리고 일부 대학의 면접 폐지로 학생 부담이 완화되었지만 객관적인 검증 기능이 약화되었다. 넷째, 비교과 활동이 우수하여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대학의 추수지도가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학종의 근간을 바꾸기보다는 지적된 문제점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줄 세우지 않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생부 종합전형이 서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 보장해야

교육부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입학전형에서 학종 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학종을 포함한 입시제도 전반 실태를 조사한다고 9월 2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곳이다.

한창 수시전형이 실시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 실태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기 위해 주요 대학에 교육부 차관이 직접 전화를 돌려 강제 조정하려한 사건은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학이 인재상과 교육목표에 걸맞은 인재를 뽑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길 간곡히 제안한다. 대학교육의 주체는 대학이다. 더 이상 고교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정부에서 대학의 선발권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자. 그래야만 복잡하게 얽혀버린 대입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역시 진행되고 있는 로드맵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어떤 선진국도 우리나라처럼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를 바꾸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꿔도 정말 자주 바꾼다.

수시모집 적정 비율에 대한 198개 대학(2019년 8월 기준)의 속내는 동상이몽이다. 국립, 국립대법인, 사립, 사립산업대, 교육대마다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규모, 특성 등이 다른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수시, 정시모집 비율과 학종 비율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고 교육부는 과정의 공정성 감시하면 된다

지역의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은 교과전형이 매력적인 전형일 것이고, 내신 성적이 엇비슷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서울 주요 대학들은 학종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 남의 생각이 아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역량을 중요시하는 대학이라면 논술전형, 면접전형 그리고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사실 자소서와 구술면접은 지원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자소서와 면접 폐지는 학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또한 입학사정관 숫자가 충분하지 못한 대학들이나 고등학교 내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정시모집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학의 속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대학에 학생 모집권이 아닌 진정한 선발권을 줘서 그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고 교육부는 과정의 공정성만을 감시하면 된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학사정관의 신분 안정성 문제다. 2년마다 대학을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성과 책무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학종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전임 입학사정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종으로 뽑는 인원을 매년 늘리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재는 대학의 평가 역량 이상으로 학종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정규직 전임 입학사정관 비율에 따라 학종 선발인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학종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생부 항목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필요 없는 항목은 없애고 중요한 항목은 기재 가능한 글자 수를 늘리고 제한 조건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지나친 기재 제한 조건과 입력 글자 수 축소는 학종의 변별력을 약화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자기소개서 글자 수가 줄어들고 추천서까지 폐지되기 때문에 기록을 보고 선발해야 하는 대학은 뭘 보고 뽑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가장 중요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 등의 재구조화는 손도 대지 못했다. 기록을 평가하는 학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부 간소화 보다는 학생부 항목의 재구조화가 선행돼야 한다. 학생부 간소화는 자칫 알맹이 없는 학생부의 하향평준화를 이끌 수도 있다.

점수 1점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수능이 과연 미래 사회에 적합한 평가 도구인지, 과열 경쟁과 과잉 변별의 수능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학종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학생부의 재구조화와 입학사정관 등 평가자의 신분 안정화 등 개선책을 강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또한, ‘수시와 정시모집 적정 비율과 통합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 OECD 국가는 대입 선발 때 정성평가를 매우 중요한 전형요소로 사용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대는 ‘공정성’으로 대학을 압박하기 보다는 대학의 다양한 선발권을 적극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도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론에 밀려 수시․정시모집 비율을 끼워 맞추도록 대학에 강제한다면, 고무줄 잣대 같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람과 언론> 제7호(2019 겨울).


/최승후   

경기 고양시 대화고 교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 경기진학지도협의회 대외협력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저서>

ㆍ「자기소개서 전략집, 자기야」(도서출판 대가),「딱, 가천대 적성국어」(넥젠북스),ㆍ「딱이야 적성」(넥젠북스),「딱이야 적성 모의고사 서경대, 삼육대, 을지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성대」(넥젠북스),「교사와 학생, 학교가 함께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이야기 Ⅰ, Ⅱ, Ⅳ」(광운대학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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