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중심의 대학입시를 위한 제언 : 김덕년(경기 인창고등학교 교장)

김덕년 교장
김덕년 교장

대학은 공교육에 포함되는가?

‘공교육’이라는 용어의 뜻을 확인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공교육(公敎育)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재원(財源)에 의한 관리,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공적인 재원이라고 하니 국가에서 재정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 모든 교육 기관은 공교육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공적인 재원 투자의 목적은 공익 추구이다. 공익의 범위가 넓으니 이를 교육적 공익으로 한정하자. 교육적 공익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따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함, 민주국가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9조①항은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두고 ②항에서 학교는 공공성을 갖는다고 하였다.

헌법 역시 전문에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교육 관련 조항으로 제31조로 ②항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③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⑤항은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공교육이란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공교육이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민주국가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적재원을 투자하여 운영, 관리하는 교육체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고등교육)은 공교육인가?

공교육에 고등교육이 포함되었으니 당연히 대학은 공교육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체 대학에서 사립이 차지하는 비율이 85% 이상(대학교육연구소, 2018)이나 된다. 사립대학도 교육적 공익을 추구해야 하지만 비율로 볼 때 불균형임에는 틀림없다.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결고리는 ‘교육과정’

‘변별이냐, 피드백이냐’

요즘 고교 교사들이 흔히 겪는 혼란이다. 동일한 평가로 9등급과 성취도 평가가 나란히 진행된다. 상위 등급 아이들의 변별도 필요하고, 중·하위 등급 아이들의 피드백도 해야 한다. 현행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항목은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가 제시되고, 성취도와 석차등급이 이어진다.

교사들은 수업을 할 때 어떤 의도를 담는다. 이 의도가 잘 투입이 되었나를 확인하는 과정이 평가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를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라고 한다. 교사들은 일체화 과정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 그리고 성장 단계에 따른 성취수준을 반영한다.

고교 교육은 ‘중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 및 기초적인 전문교육을 하는 것’(초중등교육법 제45조)이다. 대학 교육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고등교육법 제28조)이 목적이다. 각 학교 급의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교육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 학습범위를 설정한다. 고교와 대학의 연결고리는 바로 교육과정이다. 공교육 안에서 대학입시를 논한다면 이 연결고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교육과정 중심의 대학입시를 고민하라

공교육은 보편성을 지향한다. 미래사회에서 정보 격차는 곧 사회적 격차로 나타난다. 국가는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도 공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음 사례는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대입 선발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학생은 모 대학 물리학과를 지원했다. 지원 서류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있다. <A>와 <B>의 기록을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기록사례>

A. [학교생활기록부/자율동아리]기장으로 물리에 대한 열정이 높아 동아리를 조직, 주도적으로 운영하며 매 시간 보고서를 성실히 작성함. 파트를 나눠 각자 설명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동아리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발표 내용을 도와줌

B. [자기소개서]저는 열역학 제0, 3법칙의 개념과 나머지 법칙들과의 상호관계에 대해 조사한 후 발표하였습니다.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자료를 탐색해야 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선생님께 따로 찾아가 여쭈었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질문1] 열역학 제0, 3법칙이 무엇인지 설명하시오.

[답변1] 열역학 제0법칙은 ~~~~~이고, 제3법칙은 ~~~~~입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자기소개서에 기록된 사실을 확인한다. 자기소개서 내용 정도는 사전 준비도 가능하다. 그래서 질문은 그 다음 단계로 이어졌다.

[질문2]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열역학 제1,2법칙만 나오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답변2] 물리 시간에 선생님께서 열역학 법칙에는 제0, 제1, 제2, 제3법칙이 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제1,2법칙만 배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또 관련하여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공부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저는 제0법칙과 제3법칙을 발표했습니다.

[질문2]는 고교 교육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고교 단계에서는 열역학 제1,2법칙만 배운다. 교사는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수업을 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은 어떻게 교육과정 범위 외 수준을 알고 있을까. [답변2]를 보면 교사는 해당 법칙을 잠깐 언급했다. 그러나 학생은 궁금했다. 이 호기심으로 학생은 제0,3법칙을 찾아보았고, 자율동아리까지 만들어 발표를 했다. 학생의 활동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동시에 학생의 자기주도성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질문이다. 질문자는 고교 교육과정의 학습내용을 알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학생의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교육과정 중심의 대학입시를 위한 몇 가지 제언

2019년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현장교사들과 시도교육청이 주도했다는 점과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과 교육적 측면에서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점이 반갑다. 현재 대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교육부는 고교 학점제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또한 2015 교육과정과 2022 수능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기도 바로 2019년이다. 교육여건이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입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첫째, 공교육 체제의 확고한 정착이다. 공고화된 대학 서열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립을 국·공립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국가수준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존경받는 지성인을 중심으로 가칭 ‘국가비전수립위원회’를 구성하여 전 국민이 합의하는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서 평생교육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성장단계별로 교육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진학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파행으로 이어지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 또한 산업체의 요구에도 맞지 않다.

넷째, 공적재원 투자 방식을 사업 중심에서 교육과정 내용 중심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역할과 평생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교육 구조 개편을 위한 공적 재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학교교육에서 학생선택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교육과정에 따라 표준화된 졸업자격고사를 도입한다. 이는 P, F로만 실시하되, 상급학교 진학의 기본 자격으로 사용한다.

여섯째, 상급학교 진학 경로를 다양화하되 중심은 서류기반 면접 위주로 한다. 이를 위해 선발전문가의 역량에 교육과정 이해역량을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등 선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며 신분 안정화를 꾀한다.

일곱째, 대입전형 시기를 두 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 트랙 하나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교의 학사가 마무리되는 12월에서 2월 사이에 진행한다. 또 하나는 대학-산업체 연계를 확대하여 평생교육과정으로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필요한 시기에 대학 진학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개편이 필요하다. 일반학과와 기초과학 중심의 대학, 산업연계 중심학과와 직장대학(현, 사내대학 형태)으로 개편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취업 후 산업연계 중심학과 또는 직장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여덟째, 교사들은 교육과정 코디 능력과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역량을 육성하고, 전공 교과를 포함하여 타 교과에서도 학습탐구 안내자로서의 역량을 지닐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외과적인 진단과 수술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정쟁을 뛰어넘어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 <사람과 언론> 제4호(2019 봄).


<참고자료>

김덕년, 과정중심평가(교육과 실천, 2018)

김덕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 2017)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포럼(2019.1.17.)

연합뉴스 울산교육감 2019년은 공교육표준 만드는 원년(2019.1.7.)


김덕년 교장 :  (현)인창고등학교 교장, (전)경기도교육청 진로진학교육담당 장학사,(전)경기도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장학사, (전)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 장학사

저서 :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2018),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2017), 혁신·생명·공감·치유(새로운사람들,2012), 학교에는 꿈꾸는 아이들이 있네(새로운사람들,2006), 학교야, 훨훨 날자꾸나(새로운사람들, 2004),저 그리움 뒤에 또 한 그리움이(새봄, 1999), 내 안에 그리움 있어(문학21,199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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