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어떻게?

최승후(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최승후(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

고교, 대입 전형자료의 공정성 강화

교육부는 2019년 11월 28일(목)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입전형 간 불균형이 심화된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지속됨에 따라, 학생들의 대입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종 실태조사[교육부, 2019년 11월 5일 발표] 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2018년 8월 17일 발표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 발표 이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금지•축소 로드맵을 충실히 따르고 있던 현장의 교사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학생부 미기재•미반영 항목이 늘어나고, 자기소개서•추천서는 폐지된다. 양질의 정보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일 뿐이다. 참담하지만, 정성평가의 종말이자 학종 몰락의 전조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에 본고에서는 향후 대입제도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첫 번째 과제인 ‘(고교) 대입 전형자료의 공정성 강화’를 살펴보면, 먼저 ‘부모배경 등 외부요인이 차단’된다. 학생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가 아닌 부모배경, 사교육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차단되도록 학생부•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가 개선된다. 이를 위해,

첫째, 정규교육과정 외의 활동 대입 반영을 폐지한다. 이를 위해, 현재 중3, 고1(2022~2023학년도)의 경우는 방과후학교 활동(수강) 내용 미기재, 자율동아리는 연간 1개(30자)만 기재, 청소년단체활동은 단체명만 기재, 소논문 미기재, 봉사활동 특기사항 미기재, 진로희망분야 대입 미반영, 교내수상 학기당 1건만(3년간 6건) 대입에 반영된다.

현재 중2(2024학년도)부터는 영재•발명교육 실적 대입 미반영, 자율동아리 대입 미반영, 청소년단체활동 미기재, 개인봉사활동 실적 대입 미반영, 수상경력 미반영, 독서활동이 대입 미반영된다. 단, 개인봉사활동의 경우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교사가 지도한 실적은 대입에 반영한다. 용어를 정리하면, 미기재는 학생부에 기재 금지, 미반영은 기재는 가능하나 대입자료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생부에 기재는 가능하지만 대입자료로 미반영되는 활동을 학생들이 할지 궁금하다. 또한, 지난해부터 학생부 종합의견은 500자, 자율활동 500자, 진로활동 700자로 축소됐다.

둘째, 자기소개서는 현재 중2(2024학년도)부터 폐지된다. 현재 고1과 중3은 4개 문항 4,500(또는 5000자)에서 3개 문항 3,100자로 축소된다. 현재 고2는 종전과 같다.

셋째, 교사추천서는 현재 고1(2022학년도)부터 폐지된다.

또한,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이 강화’된다. 학생부 등 대입전형자료가 공정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교원들의 평가•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비위 교원 및 학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한다. 이를 위해,

첫째, 교원의 평가기록 역량을 강화를 위해 교원 연수 모듈 개발, 교원 연수 확대, 고교교사-입학사정관 간 연계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둘째,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를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기재 표준안을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한다.

셋째, 학생부 허위기재 및 기재 금지사항 위반 등 비위 발생 시 국•공•사립 교원 모두에게 엄정한 징계기준을 적용하고 처분이 강화된다.

넷째, 학생부 기재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현장점검 및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올 3월부터는 학생부 신고센터도 운영된다.

대학, 평가의 투명성•전문성 강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실시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교과성적과 교과세특’ 쏠림현상은 극대화 될 것이다. 특히, 교과세특 기재를 주당 수업시수가 많은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기재 표준안을 현장에 보급하겠다는 방안에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수행평가 등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교과세특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방안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또한, 기재 ‘표준안’이 자칫 ‘획일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단위학교에서 한 학기에 보통 여덟 과목을 배운다고 가정하면, 교과세특이 500자까지 기재가 가능하니 다섯 학기면 20,000자 정도의 세특 분량이 나온다. 이렇다면 미기재, 미반영 되는 학교생활기록부 항목이 많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평가의 신뢰도, 변별도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일반고에 하루라도 머물고 체험했다면 생각하기 힘든 발칙한 상상력이다.

두 번째 과제인 ‘(대학) 평가의 투명성•전문성 강화’를 살펴보면, 먼저 ‘전형운영의 투명성’이 강화된다. 평가과정에서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고, 평가기준 공개 및 전형과정의 공공성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

첫째,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고교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하여,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고교프로파일도 전면 폐지된다.

둘째, 평가기준을 사전에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세부평가기준을 공개한다.

셋째, 선발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회피•배제 및 감사를 강화한다.

넷째, 평가과정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외부공공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하고, 면접 등 평가과정 녹화 및 보존한다.

이 중 고교정보 블라인드 처리와 고교프로파일 폐지는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기초학력 검증의 어려움, 교육과정 개설 현황 파악 불가, 지원자격 검증의 어려움, 입학생 사후 관리의 어려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출신고교 정보를 가려도 영어, 수학, 과학 등 이수과목 등을 통해 출신 고교유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오히려 고교쏠림현상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면접 과정의 녹화는 대학의 예산, 시설 문제와 맞닿아 있어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전형운영의 전문성이 강화’된다. 모든 지원자의 서류가 내실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충분한 평가시간을 확보하고, 입학사정관의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첫째, 대교협과 함께 학종 운영 규정을 개정하고, 실효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다.

둘째, 평가 전문성 확보를 위해 평가 세부단계에서도 다수위원 평가 의무화 및 서류평가 시 전임사정관 1인 이상 참여를 권고한다.

셋째, 1인당 평가시간 확보 및 평가자별 평가시스템 접속기록을 10년간 보존한다.

넷째, 대학별 전임사정관 수 및 정규직 비율, 평가자 1인당 서류평가 건수 등 대학별 평가환경 정보를 공시한다.

다섯째, 입학사정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입학사정관 공통교육과정 개발 및 전체 대학 맞춤형 컨설팅을 대교협이 지원하고, 위촉사정관 교육이수시간을 신임과 경력 모두 40시간으로 상향한다.

이 개선안들 모두 방향성은 맞지만 예산, 인력, 시설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특히, 전임입학사정관 처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장기근속자의 정규직화를 국고지원사업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등 입학사정관의 지위와 처우 개선 없이는 학종의 미래는 없다.

대입전형 구조개편 : 정시 수능위주전형 확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세 번째 과제인 ‘대입전형 구조개편’를 살펴보면, 먼저 ‘정시 수능위주전형’이 확대된다. 이를 위해,

첫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과 논술위주전형의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인 서울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전형 40% 이상 완성한다. 해당 대학은 학종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이들 대학은 고교유형, 사교육 등 외부영향력이 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수능위주전형으로 유도한다.

하지만 통보를 받은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다.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풍선효과처럼 16개 대학 아닌 대학까지 덩달아 40% 이상을 맞추려고 극심한 눈치를 보고 있어서 더 큰 문제다. 정시 수능위주전형을 2023학년도까지 40%로 상향하되, 2022학년도까지 조기달성을 유도한다는 구호도 선동적이다. 이 16개 대학은 정시 수능전형 40%를 순차적으로 맞출 것인지 일괄적으로 맞출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둘째, 2028학년도(현재 초4)까지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평가방식 및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수능 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논•서술형 유형뿐만 아니라 미래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이 개선안은 논술전형 폐지안과 충돌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대입정책이 10년도 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대입전형이 ‘학생부위주전형 및 수능위주전형으로 단순화’된다. 이를 위해,

첫째, 고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문제풀이식 대학별 논술고사에 기반을 둔 전형 폐지를 유도한다.

둘째, 일부 학교 유형에 유리하고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비판받는 어학•글로벌 등 특기장 전형 폐지를 유도한다.

이 개선안 역시 다양한 학생 선발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 폐지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와 연동되어 있어 대학은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논술전형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학생부위주전형을 지원하기 힘든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 전형이어서 무작정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아울러 사회적배려대상자의 고등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가칭 ‘사회통합전형’이 도입된다. 이를 위해,

첫째,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은 10% 이상 의무화한다.

둘째, 지역균형선발 수도권대학을 대상으로 10% 이상 및 교과성적 위주 선발방식을 권고한다.

이 또한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다. 특히, 지역균형선발의 경우 수도권 학생들 지원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차별적 요소도 있다. 교육부는 교과성적 위주 선발 방식을 권고했지만, 수도권 소재대학은 충원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방대학 역시 지역학생의 수도권 이탈 가속화로 학생모집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지역인재육성법 취지와도 상충한다.

끝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학생의 주도적 선택권을 강화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5년 전면 실시되는 고교학점제와도 충돌하고 있다. 이 개선안이 실현되는 2024학년도(현 초4)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말 그대로 개선안일 뿐이다. ‘정시 수능 확대’ 방향을 전환할 필요는 없는지, 너덜너덜해진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할 해법은 없는지 재검토해보자. 정부는 제시한 로드맵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을 간곡히 권한다. <사람과 언론> 제8호(2020년 봄호)

/최승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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