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23년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 후 조기 철수한 새만금잼버리 야영장 모습.
2023년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 후 조기 철수한 새만금잼버리 야영장 모습.

새만금에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전북에 7조원 이상의 엄청난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송하진 전 전북지사의 2017년 기자회견 이후 국제행사 준비가 본격 시작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희망고문이 6년 동안 지속되더니 2023년 8월 개막과 동시에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 신인도를 나락으로 실추시키며 국제적 망신까지 톡톡히 당해야만 했던 '새만금잼버리' 실패는 시기와 장소 선택의 신중하지 못한 결정은 물론 충분한 기간이 있었음에도 안일한 준비와 부실한 관리·대응이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내며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와 탁상행정으로 인한 '예견된 실패'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되더니 여야 정쟁으로 비화돼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채 2년이 지나도록 책임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감사원, 2023년 9월 18일 새만금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착수…1년 7개월 지나 감사 결과 내놓아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더니 최근에야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0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원회, 주무 부처이자 감독기관인 여성가족부, 유치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와 용지 매립을 담당한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총체적 업무 처리 부실로 잼버리가 파행을 빚었다고 밝혔다. 감사를 착수한 지 1년 7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2023년 8월 새만금잼버리가 실패로 막을 내리며 책임론이 부각되자 그해 9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2개월에 걸쳐 새만금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를 위한 실지감사에 돌입한다고 밝혔지만 광범위한 감사가 장기화되면서 그 결과가 무려 1년 7개월만에야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감사원이 내놓은 542쪽에 달하는 감사 보고서와 29쪽으로 요약한 ‘주요 감사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에는 새만금잼버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낱낱이 적시됐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전북자치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

다시는 국제행사를 유치하고도 실패를 범하는 뼈아픈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다만, 이번 감사 결과 중 책임자 처벌이 실무자 위주의 징계 또는 인사 요구 등이어서 '꼬리 자르기식'의 미흡한 수준이란 비판도 나온다.

“잼버리 부지 선정부터 잘못, 호우 시 침출 가능성 다분”…개막 전부터 지적된 내용, 감사원 ‘재확인’

새만금잼버리 개막 전 야영장 전경.
새만금잼버리 개막 전 야영장 전경.

이번 감사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부지 선정에서부터 새만금잼버리의 실패는 예견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새만금잼버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북의소리>가 줄곧 지적했던 문제점 중 하나였는데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전북도는 지난 2015년 8월 새만금 지구 내 관광레저용지 1지구를 후보지로 결정했지만 이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됐다.

감사원은 전북이 행사 전까지 야영에 적합한 형태로 조성하기 어려운 부지를 선정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야영장 부지는 호우 시 침수가 예상돼 행사 개최를 위해서는 매립이 필요했지만 관련 제반 여건 검토 없이 현장을 육안으로 둘러본 뒤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새만금호와 접해 있고 내부에 3개의 소하천이 흐르며 지반 높이가 낮아 호우 시 침수될 가능성이 다분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애초 조직위가 새만금잼버리 행사를 개최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국제 대회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을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선임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또 조직위 설립부터 새만금 잼버리 개최까지 조직위 근무 인력 159명 가운데 국제 행사 준비 경험이 있는 직원은 고작 10명(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에서는 스카우트 출신이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조직을 여가부가 만들었고, 행정안전부와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여가부 추천으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했다며 156개국 4만 2,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아울러 새만금 잼버리를 사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한 점검과 허위 보고가 사태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위는 여가부에 시설 설치 일정을 실제보다 빠르게 보고하거나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 더구나 조직위를 감독해야 할 여가부는 조직위에서 화장실·샤워장 미설치 사실을 보고받고, 현장 점검에서 의료·사무기기 등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국무회의에 거짓 보고한 점도 지적됐다.

또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과 이기순 전 차관은 총 6차례 현장을 찾았지만 절반 이상 점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야영장 내부를 방문하지도 않는 등 허술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까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이런 이유로 김 전 장관과 이 전 차관 등을 인사자료 통보 조치했다. 담당 국장은 징계 요구와 함께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 송부 조치됐다.

전북도 역시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애초 전북도는 잼버리 용지 개발 완료 시점이 2019년에서 2022년으로 늦춰졌음에도 ‘과거 개발 계획을 근거로 야영지 개발과 시설 설치가 완료된다’는 이유로 행사 유치를 신청했다. 또 그늘로 쓸 수 있도록 포플러나무 10만그루를 심겠다는 개최 계획서도 제출했지만 갯벌이었던 곳에 포플러나무를 심는 게 가능한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 용지가 야영에 적합한지 제반 여건 검토 없이 현장을 눈으로만 보고 후보지로 선정한 사실 또한 드러났다.

이밖에 농식품부는 농지관리금 사용이 불가능한 '관광·레저용지' 잼버리 용지 매립에 기금을 투입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용지 용도를 유보 용지로 전환한 뒤 다시 관광·레저용지로 전환하기로 한 사실도 드러났다. 숙영시설 임차, 과정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계약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 특혜를 주는 불법행위도 다수 발각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부실한 부지 선정부터 허위 보고까지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특히 감사원은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원회, 유치 지자체인 전북도, 감독기관인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40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총체적 부실 새만금잼버리, 15명 징계·수사 요청”…방대한 조직위 구성해 놓고 책임은 ‘흐지부지’

감사원 입구 전경.
감사원 입구 전경.

감사원은 이에 따라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과 이기순 전 여가부 차관 등 12명에 대해 인사조치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여가부 국장 등 6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만금잼버리 부실 사태의 위법·부당 행위로 연루된 전·현직 공무원과 민간업자들에 대해 감사원은 해당 기관에 이들을 징계 요구, 인사 자료 통보, 수사 요청, 수사 참고 자료송부 처분했다. 이 가운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 참고 자료를 송부한 관련자는 각각 4명, 2명이다. 감사원은 또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한 여가부와 전북도에는 기관 차원의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 책임자 처벌에 관해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새만금잼버리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준비를 다하지 못하고 홍보에만 전념한 행정과 프레대회를 통해 본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함에도 이를 치르지 못한 조직위 책임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새만금잼버리는 방대한 조직위 구성으로 준비 과정부터 역할과 책임 한계가 애매하다는 비판이 끊임 없이 제기돼 왔지만 결국 실패로 이어진 후에도 책임 규명이 흐지부지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당초 새만금잼버리는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 유치 및 준비 주무부처인 여가부, 세계잼버리 유치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 외 농림부와 농어촌공사는 세계잼버리 개최 부지의 매립업무를 담당하고, 정부지원위(위원장: 국무총리)는 정부 지원 과제의 이행을 담당했다.

조직위는 새만금세계잼버리법 제5조에 따라 세계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여가부의 인가를 받아 2020년 7월 설립된 법인으로, 위원장, 부위원장, 집행위원 및 감사 등을 두었다. 그리고 조직위 정관 제14조 및 제20조 등에 따라 조직위의 최고 의결기관인 위원총회와 사업계획 운영, 예산·결산, 주요 사업계획 심의 및 의결 등을 위한 집행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조직위는 새만금세계잼버리법 제5조에 따라 세계잼버리 종합계획·세부운영계획·시설 설치계획의 수립·시행, 세계잼버리 관련 시설의 설치·관리, 세계잼버리 참가국 및 국내외 스카우트 기구와의 협력, 세계잼버리의 원활한 준비·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처럼 새만금잼버리 추진 체계는 당시 가장 위로는 정부지원위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에서부터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5명 외에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김관영 전북지사 등이 맨 위의 책임 서열에 놓였지만 이번 감사 결과에서 처벌 대상에는 주무 부처인 여가부와 전북도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전북도민들, 참담한 새만금잼버리 실패 후 정쟁·조롱, 고통·수치 감내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 세계 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으로 결정되자 당시 황현 전북도의회 의장이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업으며 환호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 세계 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으로 결정되자 당시 황현 전북도의회 의장이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업으며 환호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더구나 새만금잼버리 준비 및 운영을 위한 총사업비(2018∼2023년, 편성기준)는 이번 감사 결과 모두 1,38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재원별로 구분하면 국비 556억원(40.0%), 도비 401억원(28.9%), 자체 수입 382억원(27.5%), 옥외광고발전기금 29억원 및 기타 50억원(3.6%)이 투입됐지만 막대한 예산 대비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세계적인 웃음거리와 망신을 자초해 신뢰도와 이미지가 실추된 국제행사란 오명을 피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이에 대한 실질적 책임과 처벌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 세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에 유치하는데 성공한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당시 7조원 이상의 유무형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임기 내내 이를 앞세워 많은 행정력과 예산을 들여 홍보에 열중해 왔으나 실패에 대한 어떤 책임이나 사과도 없다.

이 바람에 전북도민들은 참담한 새만금잼버리 실패 이후 정쟁·조롱거리가 된 새만금 야영장을 바라보며 고통과 수치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 고통과 수치는 지난 30여년 동안 미완의 새만금을 바라보며 감내했던 것보다 몇 배 더 크고 무겁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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