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사업 긴급 진단
1987년 12월 10일 전두환 정부,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새만금 간척 사업’ 공약 제시(“새만금사업을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선정, 임기 내 이룩하겠다” 약속)
1989년 11월 6일 노태우 정부,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28,300ha 전체 부지를 농지로 개발)
1991년 11월 28일 노태우 정부, 새만금방조제 착공(2004년 준공 계획)
1993년 6월 30일 김영삼 정부, 신농정 5개년 계획 발표(새만금간척사업 공기 3~4년 연장하고 사업관련 예산 40%정도 감축 발표)
1999년 5월~2000년 6월 김대중 정부, 새만금사업 중단('새만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민관 공동조사위' 구성 및 조사 실시)
2001년 8월 21일 김대중 정부, 새만금 매립 면허 취소 소송(환경시민단체)
2006년 3월 16일 노무현 정부, 새만금 매립 관련 대법원 판결(정부쪽 승소)
2006년 4월 21일 노무현 정부,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 완료
2007년 4월 3일 노무현 정부, 새만금 내부 토지개발 기본구상 발표(농지 72%, 산업·관광 등 비농지 28%)
2007년 12월 27일 노무현 정부,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2008년 12월 3일 이명박 정부,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발족
2009년 1월 14일 이명박 정부, '새만금위원회' 발족
2010년 4월 27일 이명박 정부, 새만금 방조제 준공(착공 19년 만)
2011년 3월 16일 이명박 정부,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 확정(농지 30%, 비농지 70%)
2012년 12월 11일 이명박 정부,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폐지,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2013년 9월 12일 박근혜 정부, 새만금개발청 개청
2014년 9월 25일 박근혜 정부, 새만금기본계획 변경(글로벌 경제협력·자우무역 중심지 조성)
2015년 7월 28일 박근혜 정부, 새만금동서도로 건설공사 착공
2016년 11월 7일 박근혜 정부, 새만금신항만 방파제 준공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선정
2017년 12월 6일 문재인 정부, '새만금기본계획' 일부 변경
2018년 9월 21일 문재인 정부,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2021년 2월 24일 문재인 정부, '새만금기본계획 변경'(글로벌신산업 중심지 조성)
2023년 7월 26일 윤석열 정부, 새만금 동서·남북십자형도로 완공·개통
2023년 8월 2일 윤석열 정부, 새만금잼버리 개영식(대통령 부부 참가)
2023년 8월 8일 윤석열 정부, 새만금잼버리 조기 철수
2023년 8월 29일 윤석열 정부, 새만금사업 전면 재검토 및 기본계획 재수립 추진(공항 등 기반시설 적정성 점검 거쳐 2025년 재작성)

윤석열 정부, 새만금사업 예산 삭감 이어 ‘전면 재검토’...새로운 것도, 기대할 내용도 아닌 이유는?
최장 기간의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새만금사업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78%가량 삭감한데 이어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에게 당부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최근 새만금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난 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총리의 새만금사업 전면 재검토 지시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새만금사업 추진 과정을 복기해 보면 재검토와 중단·변경 등이 무려 30여년 동안 이어왔기 때문에 정부의 이 같은 방침과 대응은 전혀 새로울 것도, 기대할 만한 내용도 아니다.
첫 삽 뜬지 33년, 정치권 표심용 ‘새만금사업’ 단골 공약...전북도민들 ‘지긋지긋’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새만금사업은 오는 11월이면 착공 33년이 된다. 대통령이 8명 바뀌었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새만금은 늘 단골 메뉴였다. ‘조기 완공’, ‘특별법’, ‘비농지 확대 조성’이란 달콤한 메시지를 던지며 표심을 자극했지만 그 자리는 33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달라졌다면 광활한 방조제를 이은 둑과 도로 뿐이고, 바다를 가둔 곳은 황량한 사막과 같이 여전히 쓸모가 없고, 자연이 살아 숨 쉬며 어류자원이 풍성했던 드넒은 갯벌들도 하나둘 사라져 이제는 흔적도 찾기 힘들다.
새만금사업은 개발을 전제로 전북 서해의 군산·김제·부안 등 3개 시·군지역 앞바다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를 쌓아 2050년까지 국토 409㎢(토지 291㎢와 담수호 118㎢)를 새로 만드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으로 정부와 전북도 등이 그동안 자랑해 왔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한다. 1987년 12월 대선 당시 민정당(국민의힘 전신) 노태우 후보가 호남 표를 얻기 위해 처음 공약으로 내건 이후 36년 동안 줄곧 대선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업 타당성이나 예산 검토가 전제되지 않은 탓에 환경 오염과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거대한 갯벌을 매립하는 새만금사업은 초기부터 논란이 컸다. 1990년대 후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새만금사업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자 김대중 정부는 1999년 5월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공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8명의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었음에도 이 기간에 새만금사업은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2년 뒤인 2001년 5월 사업 재개를 결정해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 새만금 방조제 33.9㎞ 전 구간의 물막이 공사가 끝났지만 심각한 환경 훼손과 그에 따른 찬반 논쟁은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호남 유일 김대중 대통령 시절 2년 간 '중단'...개발 속도 구실 ‘옥상옥’ 구조만 늘어

2008년 12월 28일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됐고, 2009년 1월 이 법에 따라 효율적인 개발과 관리, 환경보전 등을 심의하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가 25명의 위원으로 발족했다. 2010년 4월엔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됐다. 이어 2011년 3월 새만금종합개발계획(MP)이 확정됐다. 여기에는 논란이 많았던 제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2011~2020년)도 포함됐다. 이 계획엔 새만금을 녹색 수변도시로 조성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2013년 9월엔 이 사업의 종합적·체계적 관리를 위해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열었다. 7개 기관에서 분산 추진하던 업무가 새만금청으로 모두 통합됐다고 밝표했으나 이후 잘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2018년 9월 21일에는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돼 옥상옥은 더 늘게 됐다. 이처럼 새만금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옥상옥 구조는 늘어난 대신 새만금사업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진척도 더디기만 했다.
수질 5~6등급 하락...기약 없는 개발로 환경 훼손만 심각

당초 새만금사업은 매립지의 100%를 농지로 활용하려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농업 생산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2007년 4월 농업용지 72%, 산업관광용지 28%로 바뀌었다. 2008년 10월엔 농업용지 30%, 산업관광용지 70%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애초 수질 목표 역시 3~4등급이었지만 최근들어 수질은 5~6등급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처럼 1989년 11월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 이후 최근까지 대통령이 무려 8차례 바뀌면서도 새만금사업은 착공 후 현재까지 32년이 지났지만 계획 면적(291㎢)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 43%(125㎢)만 진척됐을 뿐, 전체 사업 완공은 기약 없는 국책사업으로 남아있다.
특히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새만금을 전북도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14년 후인 2004년에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도록 설계됐었다. 하지만 2006년에서야 긴 방조제만 연결됐을 뿐 외곽 공사와 내부 개발은 여전히 미완인 채 기약 없는 진행 중이다.
그동안 찔끔찔끔 들어간 예산을 모두 합치면 많을 수 있겠지만 '미래의 땅', '신이 만든 땅', '신기원' 등으로 언론에서 부추겼던 새만금사업은 착공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전북도민들에게는 '로또의 꿈'에 불과한 곳이다.
잼버리 파행 책임 돌파구 ‘새만금 붙잡기’...집권 여당의 도 넘은 ‘이중성’

이런 와중에 세계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집권 여당의 태도에 편승한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사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나섰다. 그러나 표가 필요한 선거철엔 새만금 띄우기를 반복하다가 정작 위기에 몰릴 때는 나 몰라라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행태에 전북도민들은 이골이 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30년간 찔끔찔끔 개발해온 것을 제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면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역시 대선 선대위에 특별위원회를 두는 등 선거 때마다 표심을 공략하고 전북을 찾아 늘 표심을 자극한 곳도 바로 새만금이었다.
국민의힘은 "새만금 개발을 다각화해 전북을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겠다“며 ”새만금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챙기겠다"고 선거철만 되면 입버릇처럼 호언장담해 왔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만금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던 날 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새만금국가산단 투자환경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톨령은 "올해는 새만금을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여 규제를 혁파하고 세제와 예산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했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기약 없는 ‘정치 사업, 정치 노름’...전북도민들 더는 속지 말아야

그러더니 새만금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자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돌변했다. 비난 여론이 정부로 향할 조짐을 보이자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 예산이 마치 잼버리 때문에 배정된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년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전면 재검토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필요할 때는 새만금을 적극 이용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발을 빼는 집권 여당의 이중성과 희망 고문에 전북 민심이 들끓고 있다. 도민들도 더 이상 ‘새만금 로또의 꿈’에서 께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의 '희망 고문'에 더는 놀아나서 안 된다. 새만금사업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기약 없는 '정치사업'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정치적 노름'에 속아서는 안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