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6년 준비 새만금잼버리 파행 속 '폐영'...무얼 남겼나(3)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2017년 유치된 이후 6년 동안의 긴 준비 기간을 거쳤음에도 부실 운영과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개영 7일 만에 단체 야영시설을 떠나 당초 프로그램에도 없던 전국 관광·체험으로 긴급하게 메워진 대체 프로그램들로 이어졌다. 5일 동안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 우스꽝스러운 세계잼버리가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 12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회 전부터 개막 이후까지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이번 새만금잼버리는 끝났지만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폭염과 폭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한 장소만을 고집한 점, 특히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초등학생들을 참가시키거나 프레대회 성격의 대회 40여 일을 앞둔 '청소년 캠퍼리'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본대회에 반영되지 않아 준비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실패로 막을 내린 새만금잼버리 실태와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보았다. /편집자주


새만금잼버리 양영장 조기 철거 모습
새만금잼버리 양영장 조기 철거 모습

큰 기대와 달리 살망 안겨준 새만금잼버리, 세계스카우트연맹 가이드라인 '위배' 

전북도민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줬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실망만 안겨준 채 막을 내렸다. 새만금 야영과 전북 14개 시·군 전통문화 체험이 아닌 전국을 누비는 ‘K-관광' 잼버리로 변신해 새만금이 아닌 서울에서 폐영했다.

도민들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준 새만금잼버리가 끝나자마자 부실과 파행 운영 책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새만금잼버리는 대회 초부터 부실 운영 논란에 시달리다 결국 개영식 1주일 만에 태풍을 이유로 대회장 조기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정부는 행사 중단이 아니라, 장소가 더 넓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새만금잼버리의 실패 운영을 인정하며 새만금 야영장에서 조기 폐영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잼버리는 더 이상 새만금에서 이뤄지지 않지만, 대한민국 전역에서 잼버리가 여전히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체험과 모험, 교류라는 잼버리 취지를 살린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갑작스런 ’철수 결정‘으로 졸지에 대원들을 떠맡게 된 전국 지자체들은 하루 만에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등 급히 준비하다 보니 체험대신 주로 견학과 관람 위주의 단순한 프로그램들도 대체됐다. 잼버리가 아니라 사실상 관광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잼버리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중에는 ▲캠프 생활 형태여야 한다 ▲다양성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쉽게 만나고 섞일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음에도 스카우트 대원들이 국가별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단체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바람에 캠프에서 각국 대원들이 쉽게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자연환경 속 모험‘ 대신 ’도시 관광·체험‘...땜질식 프로그램 운영 

잼버리 운영의 가장 기본 원칙인 ’자연환경 속 모험을 위한 기회 제공‘과는 무관하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잼버리 기간이어서 다양한 스카우트 활동과 캠핑,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기회가 사라진 대회였다는 평가다. 정부와 여당은 갑작스런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며 파행 책임을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듯한 발언과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대회가 열리기 전 이미 태풍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잼버리의 취지에서 벗어나 급조된 프로그램들은 폭염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보다는 '준비 부족'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준비와 운영 면에서 모두 부실했고, 기상 조건마저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 최근 치른 역대 국제대회 중 최악의 행사로 기록될 이번 새만금잼버리는 책임 소재를 놓고 정부·여당 대 야당·지방정부(전북도) 간의 공방으로 팽팽한 신경전과 갈등이 이어지는 양태가 볼썽사납다.

‘준비 부실’ 예고된 파행, 사전 점검·건의도 무시...총체적 '문제점' 드러내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로 시작된 새만금잼버리는 시작 전부터 폭우와 침수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고 개막과 함께 불거진 폭염과 위생문제가 파행의 결정적 요인이 됐지만 따지고 보면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 가장 크다. 거기에 제6호 태풍 ‘카눈’이 3만 6,000여명의 대원들을 새만금 야영장이 아닌 전국으로 흩어지게 한 막판 요인이 됐지만 파행은 개막 전부터 이미 예고됐다. 

개막 후 나흘 만에 영국과 미국이 철수하고 온열질환자와 벌레물림 환자에 이어 코로나19 감염까지 속출하고 성범죄 의혹과 편의점 바가지 문제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전북연구원이 당초 기대한 1,600억원의 경제효과는 물거품이 됐고 도민들의 자존심에는 큰 상처만 남았다.

새만금잼버리 개최에 뿌듯한 마음을 가졌던 부안군민들은 “허탈하고 부끄러울 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부 군민들은 폐영식이 새만금이 아닌 서울에서 이뤄진데 대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새만금잼버리가 막을 내리면서 책임 공방이 더욱 본격화될 조짐이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회 파행의 책임을 놓고 핵심 인사들이 연일 전라북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북도·지역 정치권,  일편단심 '전북 발전=새만금 개발' 등식에서 벗어나야

새만금 방조제 전경
새만금 방조제 전경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11조원의 새만금 SOC 예산확보 도구로 활용했다”는 국민의힘 의원 주장이 서울 일부 언론들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달에 시작이 되는 예결위의 결산심사에서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잘잘못을 따져보도록 하겠다”는 엄포도 나왔다.

자칫하면 정부와 여당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향후 새만금 핵심 사업들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장기간 좌초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려 30년 넘게 사업을 끌어오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과 숱한 논란을 증폭시켜 온 정부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를 계기로 다시 장기간 정체되면서 그동안 지나온 과정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도민들 입에서 절로 나오는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새만금잼버리 실패 원인을 통렬히 반성·성찰하고 반면교사 삼아서 다시는 뼈아픈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편단심 '전북 발전=새만금 개발'이란 등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른바 30년 넘게 꿔온 '새만금 로또 꿈'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야만 전북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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