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한 제자가 붓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 세상을 질식시키는 것은 무엇입니까? 삶의 참모습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상을 질식시키는 것은 무지이며, 삶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탐욕과 무관심이다. 세상을 오염시키고 가리는 것은 욕망의 갈구이고, 두려움의 근원은 고통이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욕망(慾望)의 강물은 시방세계로 흘러 나갑니다. 어떻게 하면 그 강물을 막을 수 있습니까? 무엇이 그것을 저지할 수 있습니까? 수문(水門)을 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욕망의 강물은 깨어있는 의식이라는 댐으로 막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홍수를 방지해주는 수문이라고 부르겠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수문을 닫을 수 있다.”

'초기경전'에 실린 글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지혜일 것이다. 지혜는 늘 깨어 있어야 터득할 수 있는데,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소리가 깨어 있고, 냄새가 깨어 있고, 시각이 깨어 있으며, 맛과 촉각, 즉 느낌이 깨어 있고, 생각이 깨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삶의 지혜, 인생의 지혜, 그 지혜를 터득하기만 하면 어려움이 없을 터인데, 그 지혜라는 것이 하늘에 있는 것인지, 땅에 있는 것인지, 허공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참다운 지혜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고 더더욱 지혜로운 자가 되기는 힘드니 살아가는 것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지혜여! 어디에 있느냐?' 라고 물으면 대답 없는 참다운 지혜인 그대를 찾아 헤매고 헤매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찾을 길 없고, 오로지 돈과 권력만 쫓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한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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