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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200여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전라북도체육회(전북체육회)가 민선 2기에 들어서도 부실·방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전북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자율성이 커진 반면 회계관리와 수익금 운영 등에 문제점을 잇따라 드러내는 등 관리·감독까지 부실하다는 따가운 비판도 받았다.
특히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소속 윤영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익산3)은 지난 6월 9일 ‘자정노력으로는 역부족인 체육계 비위 실태’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점들을 낱낱이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윤영숙 도의원 “현직 체육회 임원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등 문제” 지적
당시 윤 의원은 전북체육회가 전북도로부터 받은 주요 지적 사항인 ▲체육회 임원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한 것도 모자라 마치 무상으로 봉사해준 것처럼 체육회가 나서서 허위 홍보자료를 작성·배포한 점 ▲B연맹 회장이 연맹 소속 도 대표 선수로부터 금품 수수한 행위 ▲체육회 자체 수입을 목적에 맞지 않게 방만하게 집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윤 의원은 “현직 체육회 임원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문제가 있고, 체육회는 회계원칙이나 계약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비용을 집행한 과실이 있다”며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 아님을 모를 리 없는 체육회가 무상 봉사인 것처럼 미담사례로 꾸민 것도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보름이 지나 또 다른 사달이 났다.
신준섭 사무처장 “윤 의원 청탁 후 기념품 1,500만원 구입...제품 항의에 보복성 괴롭힘” 주장
신준섭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25일 "윤영숙 전북도의원에게 갑질을 당했고 외압과 청탁을 받았다"면서 기자회견도 모자라 항의성 사직 의사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러자 윤 의원도 이에 맞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두 사람의 주장이 첨예한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신 처장은 지난해 9월 민선 2기 정강선 회장 출범 이후 전북체육회 실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그런데 신 처장이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올해 1월 체육예산 확보 과정에서 상임위원회 소속 윤 의원이 선수 출전비를 문제 예산으로 삭감해 설명을 위해 접촉하려 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며 ”수소문 끝에 지난 1월 6일 윤 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 A씨가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윤 의원이 저에게 '업체 사장을 도와주라'고 말해 이후 A씨에게서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방선거 기간에 윤 의원을 도왔던 인물이자 신 사무처장의 대학교 후배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처장은 “이날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은 A씨를 도와주라고 말을 했고, 2월 민선 2기 회장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기념품을 구입하는데 체중계 500개, 총 1,500만원(개당 3만원) 상당의 물품을 A씨로부터 구입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때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신 처장은 “납품 받은 제품이 체육회 측에서 요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등 하자가 있어 항의를 했는데 A씨는 매우 불쾌하게 대했다”며 “이때부터 보복성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도정 질문 통해 전북체육회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질타?”
그는 또 “취임식이 끝난 며칠 후 곧바로 윤 의원은 체육회 측에 수차례에 걸쳐 자료를 요구하는 등 지난 6월에는 정례회 도정 질문을 통해 전북체육회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질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달 19일 진행된 체육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인신공격적인 발언으로 본인에게 수치감을 느끼게 했다”면서 “윤 의원의 외압이 없었다면 A씨에게 물품을 구입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갑질로 인한 피해는 저로 족하다. 이 시간 이후 사무처장직을 사직하고 국민인권위원회와 사법기관 고발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 “수의계약이나 외압 등의 주장 모두 소설” 반박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날 신 처장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을 밝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식사 자리는 체육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위한 자리였다고 기억한다"며 "이후 도 체육회가 A씨와 수의계약을 한 사안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신 사무처장이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 의원은 “2023년 도체육회 본예산 심의에서 전년 대비 증액분을 지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이 삭감된 적은 없었다”면서 “(신 사무처장의 주장대로) A씨와 함께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의계약이나 외압 등의 주장은 모두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무처장과 익산시 체육관계자(A씨) 두 사람의 일이지 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며 말할 것도 없다”고 말한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이 자리를 맡은 지 2년이 지났어도 업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어떻게 사무처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타했고 이는 의원으로서 당연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또 윤 의원은 "2월에 한 건, 도정 질문을 준비하며 5월에 2건의 자료 요구를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는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신 사무처장이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은 도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물타기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체육회, 막대한 공적예산 지원...무거운 책임·견제 뒤따라야
끝으로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의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서도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직서가 정식 수리되면 인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현직 도체육회 사무처장이 도의원을 상대로 갑질과 외압을 주장하고 나선 반면 당사자인 도의원은 억울함을 넘어 황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함으로써 두 사람의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전북도의회와 전북체육회 간 날선 신경전과 논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북체육회가 한해 받는 혈세 지원만 200억원이 넘는다. 공적 역할에 걸맞는 무거운 책임과 견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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