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특집
길고 긴 장맛비가 많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내리기 시작한 이번 집중호우로 전북지역에서 많은 기록들이 나오고 있다. 전주지역의 일일 강수량이 75년 만에 갱신되는 등 군산지역에서 내린 비도 12년 전 일일 최고 강수량을 갈아치웠다.
특히 군산·익산지역은 지역관측이 시작된 196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또 최고 500㎜ 이상의 비가 5일 동안 쏟아지면서 전북지역에서는 축구장(0.714㏊) 2만여개 크기 면적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전국 농지 피해 면적은 2만 7,094.8㏊로 축구장 3만 8,000여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전북지역 강수량, 기상관측 이후 ‘최고 기록’ 잇따라 경신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0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전북지역 누적 강수량이 400mm 이상인 지역은 익산 519mm, 군산 500.4mm, 완주 420.4mm 등으로 역대 7월 중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4일 하루 동안 군산지역은 429.48㎜의 비가 내려 12년 전 기록된 일일 최고 강수량 308.5㎜보다 70㎜나 더 쏟아졌다. 전주지역도 이날 강수량이 지난 1948년 7월 내렸던 최고 강수량인 222.8㎜보다 30㎜ 더 내린 251.5㎜를 기록, 75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 같은 기록은 지역관측이 시작된 1968년 1월 1일 이후 최고 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비가 계속 내리면서 이러한 기록들도 연이어 경신되고 있다.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강수량은 장수 819.5㎜, 익산 809.5㎜, 군산 790.1㎜, 여산 744.0㎜, 전주 619.5㎜ 등의 순으로 내렸다.
인근 전남지역에서는 같은 기간에 구례(성삼재) 820.5㎜, 광주 747.7㎜, 봉산(담양) 711.0㎜, 곡성 680.5㎜ 등 많은 강수량이 기록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 기간 동안 국내 연평균 강수량인 약 1,300㎜의 절반을 넘은 비가 내린 것이어서 역대급 폭우로 기록되고 있다.
전북, 축구장 2만여개 농지 침수...전국 합쳐 3만 8천여개 크기 '피해'

이 같은 전례없는 폭우에 농축산물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전북지역서는 17일까지 농작물 1만 4,579ha가 물에 잠겼다. 벼 9,577ha, 논콩 4,533ha 등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또 금강하류에 있는 익산 용안면과 용동면, 낭산면의 시설하우스 단지 등 412ha가 침수됐다. 이 같은 침수 면적은 축구장 2만여개 크기다. 익산과 군산의 축산농가에서는 닭 20만 마리와 오리 2만 마리가 폐사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부터 17일까지 농작물 침수 및 낙과 등으로 접수된 농지 피해 면적은 2만 7,094.8㏊로 집계됐다. 축구장 3만 8,000여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지역별로 전북이 1만 4,569.8㏊로 피해가 가장 컸고, 충남(7,832.6㏊), 충북(1,802.1㏊), 경북(1,636.6㏊), 전남(1,195.5㏊)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본 작물 중 벼와 콩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축사·비닐하우스 등 19.3㏊의 농가 시설도 파손됐다. 가축은 돼지 3,000마리, 오리 4만 3,000마리, 닭 53만 3,000마리 등 총 57만 9,000마리가 폐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26일까지 계속 장맛비 예보...“엘리뇨, 더 많은 강수량”

이처럼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전북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농가에 피해가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치솟은 농산품 물가가 더 들썩일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들이 나온다. 문제는 장맛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으며 앞으로 언제까지 내릴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는 21일 잠시 주춤했다가 22일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해 26일까지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기상청의 ‘3개월 날씨 장기전망’에 따르면 “7월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겠으며, 8월에도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상청은 강수량 전망에서 “7월과 8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고, 9월은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예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가 나타나는 경우 열대 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여 대류 활동이 강화되고 열대 중태평양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대기의 파동을 형성하여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된다”며 “이로 인해 남쪽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어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기상 예측과 분석들에서 강한 엘리뇨의 징후를 암시해 주고 있다. 더구나 이번 장마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기상청도 '변동 요인' 등을 이유로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을 정도여서 끝없는 강수량의 기록 경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역대급 폭우와 폭염을 가져 올 슈퍼 엘리뇨가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는 형국이다. 철저한 안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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