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4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예상했던 대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 여야 강대강 충돌이 일고 있다.
여기에 농민단체들은 개정안을 주도한 야당은 물론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후폭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농업과 농민을 포기한 것”이라며 “농민들의 요구를 담아서 양곡법을 전면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진통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전형적인 포퓰리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
윤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그동안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양곡법 개정안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5월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7년 만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항의 집회와 즉각적인 성명서 발표 등으로 맞섰다.
민주당, 릴레이 삭발식 이어 규탄 대회 등 강공 맞서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전국농어민위원회·쌀값 정상화 TF팀 의원들은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대회'와 '릴레이 삭발식'을 펼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 등은 하루 앞선 3일 오후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쌀값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릴레이 삭발식을 전개했다. 전북 출신 민주당 이원택·윤준병 의원은 "윤 대통령은 전국 240 만 농민의 염원인, 농가 소득보장을 위한 ‘쌀값 정상화 ’을 거부함으로써 국민과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국민과 농민의 뜻을 무시한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와 ‘쌀값 정상화법’ 거부를 건의해 농민들을 배신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등은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굴하지 않고 ‘쌀값 정상화법’ 을 지지한 66.5%의 국민만 바라보며 농민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국회 169석의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론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농민단체들 “농민 요구 제대로 담아 양곡법 전면 개정해야”
농민단체들은 예견된 일이라면서 정부와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야당은 벼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 정부가 쌀을 사들이지 않아도 되고, 재배 면적이 늘어난 자치단체에는 불이익을 준다는 조항까지 담으면서 누더기 법안을 만들었고,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개정안마저 거부하면서 농민의 뜻을 저버렸다는 이유다.
따라서 농민단체들은 최저 생산비 보장 등 농민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 양곡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종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의장은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생산비가 보장되는 최저가격제가 도입이 돼야 한다”며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 수급제 등 국가 책임 농정이 대폭 확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대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당분간 양곡법을 둘러싼 여야 강대강 대치 정국과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 등으로 후폭풍과 후유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양곡법 개정안 폐기 가능...농민 의견 수렴, 새로운 대안 필요
한편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재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재의결이 될 경우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재적 의원 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115명으로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재의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양곡관리법은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양곡관리법 외에도 간호사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야당이 준비 중인 법안이 대기 중이어서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때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건건이 충돌이 예상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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