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초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0명 넘는 사망자를 낸 '핼러윈 압사 참사'는 일어나선 안 될 참사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9일 밤 발생한 참사는 국내 유사 사고 가운데 역대 최다 인명 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될 정도다.
대한민국 수도 심장부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란 점에서 외신들도 비중을 크게 두며 보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 도심에서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몰려 초유의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며 분노를 자극시키는 형국이다.
이 장관은 30일 낮 1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브리핑 과정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책임 회피성 답변을 내놓은 게 화근의 부메랑이 됐다.
“우려할 정도 많은 인파 아니었다?”...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 ‘파문’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예년의 경우하고 비교해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고 밝힌 이 장관은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공분을 키웠다.
이날 오전 6시 30분, "많은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49명이며, 부상자는 76명으로 전체 사상자 수는 225명"이라고 소방당국이 밝힌 지 불과 5시간 30분이 지난 후였다. 심지어 중상자들 중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사망자 수가 15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혀 오전보다 사망자는 5명 더 늘었다. 여성 98명, 남성 56명의 사망자들 중에는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근래에 보기 드문 '압사 참사'란 점에서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경찰, 소방당국에 싸늘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참사 희생자 계속 늘어가는데 책임 회피성 발언만...주무 장관 맞나?
그런데 사회 안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있는 행안부 장관은 ‘광화문 등에서 발생한 시위로 인해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물론 전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민주·한국노총 집회와 진보·보수단체 주최 집회 등이 열렸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도 10만명 이상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과 달리 이날 오후 이태원역 주변에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0%가량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끔찍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에는 이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더욱이 이번 참사는 서울 한복판 열린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전대책 부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년 만에 '노마스크 축제'가 도심 복판에서 열리는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핼러윈이었다는 점 때문에 인파가 예년보다 훨씬 더 늘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결국 끔찍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자체와 경찰 양쪽을 함께 관할하는 주무 장관의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이 공분을 더욱 확산시킨 꼴이 됐다. 비통함 속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유다. 이번 참사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국가'란 오명을 떨구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이태원 갔는데 연락 두절"...전북지역 소재 파악 요청 87건, 사망 1건 확인
-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계속 늘어 153명, 부상 103명...많은 인파 예상 불구 '안전대책 소홀' 지적
- 서울 도심 한복판 ‘핼러윈 대형 참사’ 149명 사망, 76명 부상...사망자 계속 증가
- '이태원 압사 참사' 전북 연고 사망자 7명…모두 20~30대
- 주최자 없는 자발적 행사엔 '안전 매뉴얼' 없는 대한민국...참여 국민들 생명·안전 누가 지키나?
- 대한민국 '치안 컨트롤 타워' 마비가 끔찍한 거리 참사 키웠다...국가는 무엇 하나?
- '10·29 참사' 이후 '시민사회단체 사찰'이라니..."정권 보위 골몰 중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