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맹탕’, ‘용두사미’, ‘통과의례’란 따가운 질책과 비난을 받으며 급기야 ‘무용론’까지 제기된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공석이었던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에 대한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가 31일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맹탕 청문회', ‘있으나 마나 청문회’란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의회는 이번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 또는 ‘부적격’ 여부를 가리게 된다.  

그러나 민선8기 전북도 산하 기관장들 중 지난 4일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첫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으나 제기된 도덕성과 적격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적격' 의견이 아닌 통과를 의미하는 '긍정 의견'을 채택하면서 제12대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줘 실망감이 컸다. 이 때문에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맹탕·무용론’ 지적 받은 전북도의회, 31일 전북개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다시 '시험대'

전북도의회 전경.(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전북도의회 전경.(사진=전북도의회 제공)

특히 '인사청문회 무용론' 등 따가운 비판을 받아 온 전북도의회가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 내정자에 대해서도 통과의례 절차에 불과한 청문회 수준을 보여줄 것이란 지적이 벌써 나온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가 담당 상임위원회란 점 때문이다. 게다가 서경덕(65) 전북개발공사 사장 내정자는 과거 경력이 전북개발공사의 고유 업무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점에서 적합성 여부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전북도는 지난달 전북개발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사 중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담당 부사장을 지낸 서 내정자에 대해 인사청문을 요청했으나 업무의 적격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전북개발공사의 주요 업무와 사업들이 택지개발, 주택건설, 산업단지, 관광·레저, 대행사업, 신재생에너지 분야인데 반해 서 내정자의 경력은 주로 자동차 회사에서 오래 근무했다. 기아자동차 중남미팀 팀장, 기아자동차 CS경영실 실장, 기아자동차 광주전남지역본부 본부장, 기아자동차 정책지원팀 상무, 기아자동차 정책지원팀 전무를 거쳐 2년 전인 2020년에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관광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회서 제기된 ‘전북에 대한 이해도 부족’ 닮은꼴" 지적 

지난 4일 열린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후보자 인사청문회.(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지난 4일 열린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후보자 인사청문회.(사진=전북도의회 제공)

게다가 광주·전남 출신인 서 내정자는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생활한 후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주로 서울에서 생활한 때문에 전북도와는 직접적인 연고가 전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앞선 지난 4일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및 적격성 논란을 일으켰던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경우도 전남 출생으로 전남대를 졸업하고 정무직으로 국회와 문화관광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역임했지만 전북과 연관된 업무를 하지 않아 ‘전북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문제점으로 제기된 바 있다. 

지역 정서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그러나 이번 전북개발공사 인사청문회도 닮은 꼴이란 점에서 싸늘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앞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경우 이러한 지적 외에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음주운전 전력, 친인척 채용, 논문 표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자질 논란이 거셌지만 도의회는 추천서와 다름없을 정도의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더욱 거센 비난을 샀다. 

따라서 전북도의회가 이번에는 검증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주관으로 31일 오전 10시부터 열리게 될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위원은 해당 상임위원 8명과 도의회 의장이 추천한 4명 등 12명의 위원들이 도덕성과 업무능력 등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검증하게 된다. 

도덕성 검증 비공개 청문회, 취지 무색...‘거수기’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 

전북개발공사 입구 전경.
전북개발공사 입구 전경.

그러나 이번에도 도덕성 검증 과정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어서 ‘밀실 검증’, ‘통과의례’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지난 9월 6일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국주영은 전북도의장은 민선8기 전북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기존 5개 기관에서 9개 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도덕성 검증 과정은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북도 산하 기관들 중 인사청문 대상 기관은 기존에 전북연구원, 군산의료원, 신용보증재단, 전북개발공사, 문화관광재단 등 5개 기관에서 전북테크노파크,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자동차융합기술원,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등 4개 기관이 새로 포함돼 9개 기관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편 전북도의회는 이번 전북개발공사 사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도덕성 검증과 업무능력 검증의 순서를 바꿔 오전 10시부터 도덕성 검증에 주력한다는 계획이지만 앞서 진행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청문회와 닮은꼴이란 지적과 함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시각이 교차한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북도 산하 기관장의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던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경우 음주운전과 부동산 투기 의혹, 가족 채용 등의 각종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도의회 경과보고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서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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