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주상공회의소 전경(사진=전주상공회의소 제공)
전주상공회의소 전경(사진=전주상공회의소 제공)

‘경제 도지사’, ‘경제 토호’로 불리는 지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불씨가 회장 취임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 되살아났다. 

전주상공회의소(전주상의) 일부 의원들이 윤방섭 현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고등법원이 1심과는 다르게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회장의 직무가 중도에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법원, 전주상의 회장 직무집행정치 가치분 인용 결정...내년 1월까지 공석 

광주고등법원 전주제1민사부(재판장 이예슬)는 29일 전주상의 회장 직무 집행 가처분 사건 결정문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윤 회장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회장 선거 직후 이례적인 신규 회원 급증과 매표 논란 등이 불거지며 극심한 갈등이 일었던 전주상의는 윤 회장의 직무 정지로 다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재판부는 “전주상의 회원으로서 선거권을 비롯한 권리를 행사하려면 연간 회비 50만원을 모두 납부해야 하는데, 2020년도 하반기에 부과된 회비 25만원만 납부하고 가입한 신규 회원들에게 전주상의 의원 선출에 관한 선거권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한 “연간 회비 납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온 회원과 그렇지 않은 회원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를 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자격 없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회장은 적법하지 않다. 전주상의 회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경우 전주상의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회장 선거 앞두고 회원모집 과열 경쟁, 이전투구...법정 공방 장기화 

지난해 2월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된 윤방섭 회장(사진=전주상공회의소 제공)
지난해 2월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된 윤방섭 회장(사진=전주상공회의소 제공)

이날 법원 판결에 따르면 전주상의 의원 선거일이 상반기에 있는 경우 직전년도 하반기에 신규 가입한 회원들은 25만원만 납입하면 50만원 회비를 모두 납부한 회원과 구별 없이 선거권 1개를 똑같이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간 회비 납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온 회원과 그렇지 않은 회원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를 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형평에 어긋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이처럼 전주상의는 지난해 2월 회장 선출 과정에서 벌인 진흙탕 선거 싸움 여진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채 법정 공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주상의는 윤방섭 현 회장이 당선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거 결과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어 내부 갈등과 반목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앞서 전주상의는 지난해 2월 회장 선거 이후 일부 회원들이 선거 결과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5월 법원에 윤 회장을 대상으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종결한 뒤 지난해 이들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기각 결정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에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의 의원총회가 의원 및 특별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구성원들에 의해 이뤄진 선거라고 보기가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은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전주상의 선거를 앞두고 회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회원들의 선거권 행사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함으로써 1심 판결이 뒤집혔다. 이날 법원이 윤 회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문을 송달함에 따라 갈등이 다시 예전처럼 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윤 회장 체제 2년 다 돼가는 데 갈등 앙금 다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 확산 

전주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캡처
전주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캡처

전주상의는 지난 2월 16일 실시된 회장 선거에서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 회장과 당시 후보였던 김정태 대림석유 부회장이 똑같이 45표씩을 얻었으나 윤 회장이 생일이 한 달 빨라 당선됐다. '동률일 경우 연장자가 당선된다'는 정관에 의해 생년 월일에서 1개월 앞선 윤 회장이 최종 당선됐다.

앞서 전주상의는 지난해 2월 9일 회장 선출을 위한 의원 선거에서 90명의 의원을 선출했다. 이 때 90명의 의원들은 회장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윤방섭 후보 40표, 김정태 후보 28표, 김홍식 후보 21표로 과반수를 넘은 후보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전주상공회의소 내부에서는 신규 회원 급증과 매표 논란이 불거지며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난 3월 전주상공회의소 일부 회원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가 가동되기도 했다. 전주상의는 무엇보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2020년 말 각 후보들은 선거에 유리하도록 신규 회원사 모집 전쟁에 나섰고 2019년 12월 말 375개사 정도였던 회원사는 1년 만에 무려 1,500여 개사로 급증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더욱이 회장 선거가 끝나고 잠잠해지는가 하더니 회원들의 항고로 갈등의 불씨가 아직도 꺼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법원의 최종 결정과 함께 내부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질지, 되살아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현 회장 체제가 2년이 다 돼가는 마당에 갈등의 앙금이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장기화로 회원사들 어려운 판국에 파행...회장 대행 체제 불가피

이날 재판부도 “2021년 2월에 있을 상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2020년 12월 2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갑작스럽게 1,160명의 회원이 신규가입을 신청하면서 25만원의 회비를 납입했다”며 “신규 회원들 중 90% 이상인 약 1,100여명의 회원들이 이후 2021년에 부과된 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선거권 행사를 위해 신규 회원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고 적시했다. 

특히 법원은 “적법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신규 회원이 선거권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선출된 의원 90명 중 22명은 피선거권이 없음에도 의원으로 선출됐다“며 ”의원 구성의 위법은 결과적으로 회장 선출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회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전주상의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회장 직무 정지로 인해 직무대행 체제 전환을 해야 하는 등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내년 1월 예정된 본안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윤 회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만큼 부회장 또는 사무처장 등의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하게 된 전주상의에 싸늘한 시선이 다시 쏠리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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