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제도지사" 또는 "지역토호"로 불리는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진흙탕 선거전이 볼썽사납다. 후보자들은 몰론 회원사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법정 다툼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단체인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과정에서 잡음과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양태다. 임기 3년인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겸임해 지역 상공인을 대표하는 자리다. 

그래서 ‘전라북도 경제도지사’로 불릴 만큼 명예를 누리는 자리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사실 회장으로서 갖는 권한은 의외로 크지 않다. 회원들을 대표하는 명예직일 뿐, 실제 살림살이는 사무처장 등이 챙기고 있기 때문에 회장은 주로 대외 활동에 집중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회장 자리를 노린 각축전이 매번 치열하다.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출 방식은? 

KBS 전주총국 1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KBS 전주총국 1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2월 중순 차기 회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그동안 상공회의소 회원들이 90명의 대의원을 뽑고 이 90명의 대의원들이 다시 투표로 회장을 선출해 왔다.

그런데 전주상공회의소는 창립 이래 대부분 회장 선거를 추대 방식으로 선출해 왔다. '선거 과정에서 갈등과 앙금이 발생해 상공인들의 화합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상공회의소 측은 밝히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곤 했다. 올해는 유독 그 잡음과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뿐이다.

'매표' 논란, 무엇 때문에? 

전북일보 1월 27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월 27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김정태 대림석유 대표, 김홍식 전북도시가스 대표, 윤방섭 삼화건설 대표 등 3명이다.

그러나 올해는 회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부터 경쟁이 과열됐다. 그래서 단일화 추대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흘러 나왔다.

지역언론들 중 전북일보와 KBS 전주총국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이들 언론의 관련보도를 종합하면, 전주상공회의소에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이 2019년 368명에서 2020년 12월 1,400명이 넘을 정도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회원을 가입시켜 지지 회원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회비 대납까지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전북일보는 지난달 21일 ‘전주상공회의소 감투싸움... 상공인 시선 ‘싸늘’‘이란 기사에서 “문제는 이 같은 회원 동원에 금품이 오갔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법조계는 후보들이 회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회비를 대납한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봉사와 명예를 위해 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세 후보가 당선 뒤 오히려 돈과 꼼수로 회장을 샀다는 불명예를 안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 전주총국은 1월 23일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법적 다툼 예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찌감치 이 문제를 조명했다. 기사는 “최근 6개월 만에 선거권이 있는 회원사가 4배나 늘어나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상공회의소 퇴직 간부가 모 후보 캠프에 들어가 회원 모집에 관여하면서 이 같은 사태가 촉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KBS 전주총국 1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KBS 전주총국 1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이어 기사는 “현재 변호사들조차 각기 다른 법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부 회원은 지난해 7월 이후 가입자에 대한 선거권 여부를 놓고 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선거 전 해까지 25만 원의 회비를 내면 대의원 투표에 한 표 행사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인데, 회비를 낸 기간이 짧아도 2020년 안에 가입했다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논란 ‘법정’으로?...최종 결정, 송하진 지사가? 

전북일보는 28일 다시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논란 ‘법정 다툼’ 번지나‘란 기사에서 “27일 전주상의 회장 선거 한 후보 측은 최근 가결된 정관 개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전주상의는 지난 1월 25일 임시 의원총회를 열고 정관 제15조에 ‘신규 가입 회원은 선거 있는 해의 전기말까지 5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기사는 또 "회장 선거를 앞두고 최근 후보 간 선거권을 가진 회원모집 경쟁이 과열되며 1년 사이 회원이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논란이 생기자 정관을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상공회의호 홈페이지( 초기화면 캡쳐)
전주상공회의호 홈페이지( 초기화면 캡쳐)

그러나 이는 이전까지는 신규 회원이 연간 회비 50만 원 중 25만 원만 납부하면 하반기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회원의 권한을 부여하던 해석을 부정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신문은 기사에서 “문제는 의원총회 과정에서 정족수가 부족했는데도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당시 의원총회는 의원 50명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할 수 있었는데 실제 참여 인원은 43명이었고, 7명이 위임장을 통해 권한을 다른 의원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회의 과정에서는 해당 위임장에 대한 인정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기사는 “의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다수결 원칙으로 위임장을 인정하기로 했고, 위임을 받은 의원이 위임 의원들의 몫까지 투표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회원을 가장 모은 것으로 알려진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정관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신규 회원 선거권 부여 여부는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전북도지사 인가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14일 안에 도지사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지역사회 기득권 카르텔 돼선 안 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1월 28일 논평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1월 28일 논평

전주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바뀐 것은 없다"며 "도지사 인가 전까지는 현행대로 기존 선거 방식이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전북참여자치)는 지난 28일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선거 갈등, 지역사회 기득권 카르텔이 되면 안 된다’란 논평을 내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거를 주문했다. 

전북참여자치는 “전주상공회의소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원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했다”며 “2019년 12월 말 368개사 회원에서 2020년 12월 말 기준 1,550개사 회원으로 1,182개사가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논평은 “전주상공회의소는 임시총회를 열어 신규 회원 중 분납회원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했다”며 “그러나 임시총회의 성립 정족수에 대한 해석을 놓고 또 논란을 벌이고 있고, 개정 정관에 대한 전북도지사의 승인 여부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논평은 “전주상공회의소는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체”라며 “법을 만들어 규정할 만큼 상공회의소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참여자치 논평에 따르면 상공회의소법은 ①상공업에 관한 통계조사와 연구 ②상공업에 관한 계획·조정과 권장 ③정보자료의 수집·간행, ④상공업에 관한 지도·선전과 중개·알선 ⑤ 공업에 관한 제반 증명의 발급·검사·감정 ⑥상공업에 관한 기술·기능의 보급과 검정 ⑦대중·소 기업간의 협조와 조정 ⑧국내외 상사분쟁의 조정과 중재 ⑨공업계 또는 사회 일반의 복리증진 ⑩상공업의 박람회·견본전시회 등의 개최·주선 ⑪상공장려관의 설치·운영 ⑫경제윤리의 확립과 상도의 함양 ⑬국제통상의 진흥과 국제경제협력 등 광범위한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전북참여자치는 이어서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 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 할 때 전주상공회의소가 회장선거를 앞두고 벌이고 있는 갈등은 참담하고 꼴사나운 일”이라며 “갑작스런 회원 증가는 자연적증가라고 볼 수 없으며, 돈으로 회장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마치 선거를 앞두고 당원을 모집하는 정당의 행태와 꼭 닮았다는 지적을 했다. “특정 집단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이러저러한 자리를 독차지하고, 기득권적 카르텔을 형성하여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한편, 지역 선거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카르텔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고 단체는 비판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거를 주문했다.

상공회의소 회장이 되려는 이유? 

전주상공회의소 역대 회장(홈페이지 캡쳐)
전주상공회의소 역대 회장(홈페이지 캡쳐)

‘전라북도 경제도지사’로 불릴 만큼 명예를 누리는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경제인들이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회원들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사업을 확장하고 사회적인 유대 관계와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는 자리여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기업 오너들이나 언론사 사주들까지도 자리를 탐내는 자리다.

토호세력으로 외연을 더욱 확장하는 자리인 만큼 지역사회에서 명예를 추구하는 경제인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회장을 대부분 추대로 선출하는 선거제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선거제도 개선 시급 

"그동안 제대로 된 선거 과정을 거치지 않다보니 부작용이 번번이 작용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선거 규정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선거 문화도 문제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회원들의 분열을 막기 위해 회장직을 대부분 단일화로 선출했다고 하지만 회장 선거에서 탈락한 후보자와 일부 지지자들이 회원을 탈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선례들은 정치인들의 선거판과 흡사하다. 

잘못된 선거 방식이 오히려 갈등과 앙금이 발생해 상공인들의 화합을 해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에 귀 기울일 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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