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46)] 방송 권력의 지방 차별 구조
내부식민지 산업구조는 중앙의 정책적, 제도적 결정에 의해 유지되고 심화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 지방 거주자들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제한되어, 경제개발과 자본확산, 경제적 자원 배분 등이 중심지역에 유리하게 결정된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식민지 시절 통용되던 지배 논리가 동원된다. 원주민은 그들의 후진성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식민지배 논리에서, 원주민을 지방민으로 대체한다. 유능하고 우수한 중앙의 인물들이 결정하는 정책이 지방 자체의 인물들이 내리는 결정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방송정책 고위 인사들, 서울에서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업활동 해온 인물 대부분
제한적으로나마 지방의 인물들에게 지방의 고위직이나 중앙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 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지방의 이익보다는 중앙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 방송산업의 서울집중은 방송 정책 입안과 시행과정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방송정책기구와 중앙방송사 고위직에 (무능한)지방사람들이 철저히 배제된 채 (유능한)서울사람들로만 채워졌기에 가능하다.
국내 방송정책과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직 인사들의 학력과 경력을 점검한 결과,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업 활 동을 해온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의 방송정책 입안과 시행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방송 통신위원회가 담당한다. 방통위는 방송사업자의 허가 및 재허가, 방 송 관련 기술정책, 방송프로그램의 유통질서, 방송프로그램 및 방송 광고의 운용·편성 등 방송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방통위원의 자격은 방통위법에 규정되었는데, 전문성과 경력 연한 등 에서 구체적인 요건을 갖추어져야 하지만, 지역적 거주 요건은 존재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방통위원의 지역별 안배는 법적 요건이 아니다.
지방시청자 권리, 지역방송 종사자 권익 대변할 사람들 찾을 수 없는 현실
2007년 이후 임명된 방통위원의 출신대학과 직업경력을 조사한 결과,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인사였다. 18명의 위원 모두 중앙의 언론사나 법조계와 정치계 출신으로 지방에서 활동해온 인사는 전무했다.
지상파 방송사 사장
국내의 지상파 방송 구조는 KBS, MBC, SBS 3 개 중앙방송사가 지역방송사들을 통제, 관리하는 형태이다. KBS는 본사가 업무, 재정, 편성을 직접 관리하고, 지역방송국은 본사에 소속된 지국, 지사 형태로 운영된다. MBC는 서울의 본사가 전국 16개의 지방 MBC를 계열사로 소유하고 있다. 비록 지방 MBC가 각각 독 립된 회사이지만, 대주주로서 경영권과 인사권은 서울 본사가 갖고 있다.
12개의 지역민방은 각각 독립된 방송사이지만 그중 9개사가 서울 SBS의 가맹사로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방송 사의 최고결정권자는 중앙방송사 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이후 지상파 방송사 사장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17명 중 2명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고, 모두 서울 본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이다. 지방이나 지역방송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은 없다.

조사대상 KBS 사장 5명 중 3명이 지방총국장을, MBC 사장 5명 중 2명이 지방계열사 사장을 잠시 지낸 경력이 있지만, 지역방송 경력자로 간주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KBS 지방 국장과 지방 MBC 사장은 KBS와 MBC 본사 출신의 간부들이 잠시 1-2년간 머물다 돌아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

공영방송 이사 중에도 지방 출신 인사나 지역방송 출 신 인사를 찾기 힘들다. 11인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 이사는 방송 법에 따라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 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KBS 이사의 지역별 안배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한국의 KBS 이사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일본 NHK 경영위원회의 경우, 위원의 지역별 안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11명의 KBS 이사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고, 지방소재 대학교수 2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이다. KBS 수신료의 80.5%를 지방시 청자들이 부담하고 있지만, KBS 이사회에서는 지방시청자의 권리와 지역방송 종사자의 권익을 대변할 사람들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MBC 사장의 임면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KBS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2019년 기준 방문진 이사 9명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지방대 출진자는 한 명도 없고, 대부분 서울에서 활동해온 중앙의 인사들이다.
각 방송의 '지방권력자'들 주된 역할, 중앙 이익 최대한 반영·종속관계 유지
지방 MBC 사장을 역임한 2명의 인사가 있지만, 그들의 주된 경력은 서울 MBC에서 쌓은 것이다. 한국 방송정책을 수립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들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공영방송의 이사회와 지상파 3사 사장 거의 모두 중앙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방송권력에서 지방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방통위원과 공영방송 이사진들을 공개적이고 균형 있게 구성하도 록 되어 있지만, 지역적 대표성은 외면받고 서울의 인사들이 방송권 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방송 국장/사장

내부식민지에서는 중앙과 지방을 연결해주는 고리로서 지방권력이 필요하다. 봉건사회에서 지주와 소작인을 연결하는 마름의 역할과 비슷하다. 이들 "지방권력자"의 주된 역할은 중앙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되, 중앙과 지방 간의 종속관계를 계속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때문에 지방권력은 중앙에서 전적으로 독차지 않고 부분적으로나마 지방출신에게 개방된다. 중앙은 해당 지역과 무관한 인물보다는, 해당 지역 출신의 인물 중 에서 선발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지방의 저항을 최소화하며 중앙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산업에서는 KBS 지역방송국장, 지방 MBC 사장, 지역민방 사장 등이 “지역권력자”에 해당하는데, 해당 지역 출신이 그나마 끼어들 여지가 있는 영역이다. KBS 지역(총)국장 18명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방송 분야 “지방 권력”에는 지방 인물들이 일부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개된 학력 면에서는 지방대 출신이 2명이었고, 방송사 경력 측면에서는 지국 경력가 7명이었다. 중앙에 예속된 KBS 방송구조 하에서 지역 방송 경력자가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지역 국장이지만, 중앙에서 파견된 본사 경력자들에 비해 그 숫자는 적었다. MBC는 “지역 권력”조차도 중앙 인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송산업, 지방분권이나 국토 균형발전 방향과 반대로 향해

지역 MBC 사장은 16명 중 5명만이 지역방송사 경력자였다. 10개 지역민방 사장의 분포를 보면, 해당 지역민방에서 경력을 쌓고 사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3명, 중앙방송사 출신이 3명, 방송 비경력자가 4명이었다. 한국의 방송산업의 중앙집중 구조는 방송권력을 중앙이 독점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한국 방송정책을 수립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공영 방송의 이사회, 지상파 3사 사장 모두 철저하게 지방사람들을 배제 하고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방통위원과 공영방송 이사진들을 공개적이고 균형 있게 구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역적 대표성은 무시되고 서울의 인사들이 방송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자연 중앙과 지방 간의 방송격차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나 대안이 제시되기 불가능한 구조이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자치와 분권을 지향하며 중앙과 지방 간의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 자기 결정권을 확장하려 시도해 왔지만, 방송산업 분야에서는 과거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집권제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 한국의 방송산업과 방송권력 측면에서 중앙과 변방의 격차가 극명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차이가 전 지방에 걸쳐 매우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방송 측면에서 서울에 비해 차별을 받기는 모든 지방이 마찬가지이다.
민주화 이후 도입된 위성방송, DMB, 방송채널사용사업, IPTV 등 뉴미디어 분야 방송산업의 격차는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분야보다 훨씬 심각하다. 방송산업만큼은 지방분권이나 국토 균형 발전 등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이 설정한 국가적 방향과 반대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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