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43)] KBS의 지방 차별
KBS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의 JODK방송이다. 일본이 한반도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1927년에 서둘러 만든 방송국이다. 해방 직전까지 일제는 당시 경성의 중앙방송국 외에 전국 각지에 18개의 지방 방송국을 설치했다.
식민지·독재시절 수직적 지배구조, 민주화 시대에도 그대로 고수

JODK는 해방 후 미 군정에게 이양되어 지금의 KBS가 되었는데, 서울의 중앙국이 지방국을 관리하는 체제가 그대로 남았다. 이후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지금 KBS의 문제는 식민지와 독재시절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민주화 시대에도 그대로 고수한다는 점이다.
KBS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가장 잘 이용한 사람들은 독재자들이었다. KBS 사장 한 사람을 통해 전국적으로 권력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이후 과 거 KBS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수신료를 더 걷기 위해 '국민의 방송'임을 강조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그보다는 '권력의 방송'이라고 여기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수직적 통제구조, 지방총국의 수평적 연합구조로 바꾸어야
KBS 방송권력의 지역 분산을 도외시한 탓이다. 현재 KBS의 지역국은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이라 보기 힘들다. 지방에서 거두는 수신료가 80%를 차지하지만 KBS는 전체 방송프로그램의 90% 이상을 서울에서 만들고, 직원의 67%가 서울 본사에 근무한다. 전국에 20개 지역국과 지역총국은 퇴임 직전 본사 간부들이 잠시 들렀다 돌아가는 곳이다.
KBS 지역국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을 소유하고, 가장 중요한 언론으로 행세하지만, 실제는 지역주민과 가장 괴리된 공공기관이다. KBS가 더 이상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하려면 흩어져야 한다. 서울에 권한이 집중된 수직적 통제구조를 지방총국의 수평적 연합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서울 본사와 20개의 지역국이 지금과 같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 되지만, 지역국이 해당 지역의 수신료로 운영되며 일정 정도 자율권을 갖는 독립된 방송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KBS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국 국장 중에서 선출하는 상향식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다수의 분산된 지역국이 중앙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 구조로 KBS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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