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48)] 디지털 선진국, 뉴스 후진국
포털 뉴스가 지역사회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지역뉴스는 외면하고 있어도 크게 문제 삼는 사람들이 없다.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지역이 무시되고 지역언론이 무시되는 중앙집중 사회에 워낙 오래 살아온 덕에, 지역뉴스와 지역언론이 없는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을 실감하는 한국인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 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지역뉴스와 지역언론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지역언론이 중심 언론인 미국 이나 독일과 같은 연방제 국가의 예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비교적 수도에 정치, 경제, 문화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전국신문과 전국 방송이 주도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신문의 이용이나 신뢰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가들 중 지역신문 이용 빈도 가장 낮은 한국...언론 신뢰도 하위, 왜?

현재 대한민국은 주요 선진국가 중에서는 지역신문 이용 빈도가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술이나 이용 측면에선 세 계 최첨단 위치를 점유한 디지털 선진국이다. 그러나 언론의 현실을 디지털 현실과 중첩시켜 놓으면 양상이 달라진다. 세계 주요 선진국 의 언론이용자 현황을 조사한 로이터 연구소(Reuters Institute)의 'Digital News Report 2020'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언론은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부끄럽게도 언론의 생명인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또 하나의 지표는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이다. 지역뉴스는 평균적으로 가장 관심도가 높은 뉴스 분야로, 2016년 조사대상 전체 국가에서 63%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범죄, 사건·사고, 국제 뉴스보다도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지역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35%로 국제적 평균치에 비해 크게 낮았다. 국민 대다수가 종래의 신문이나 방송 대신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 근하는 이용방식이 정착되면서, 다양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 기되었지만, 지역뉴스의 부재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네이버·다음, 지역뉴스 부재에 대한 지방 언론사들 불만 '모르쇠' 일관
매체 영향력을 상실한 기존 언론사의 반발, 소위 어뷰징과 같이 새로운 디지털 매체 환경을 악용하는 뉴스 제작 관행, 독과점 포털사의 뉴스 선택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편향성,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 조작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네이버와 다음은 그 부작용을 인정하고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지역뉴스의 부재에 대한 지방 언론사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초반에는 기술 측면에서, 이제는 자본력에서도 기존 언론매체를 추월한 포털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유통만 하는 포털의 입장에서는 뉴스 내용에 대한 불만 은 개별 언론사에게 전가하면 되었고, 대다수 국민도 무료로 신속하게 다양한 뉴스를 제공해주는 포털에 굳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포털이 거대 독과점 미디어가 되자 그들과 싸우기보다는 같은 편이 되어 이익을 공유하려는 사람과 집단들이 늘어났다.
디지털 첨단 국가임에도 소수 중앙이 다수 지방 지배하고 통제하는 내부 식민지 국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자국 포털사업자가 구글을 압도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 비결은 포털이 검색 기능만이 아니 라 뉴스 제공 기능까지 장악한 데 있다. 디지털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차별이 없다는 지방사람들의 착각과 환상도 포털로 하여금 디지털 식민지배 구조를 쉽게 구축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디지털 첨단국가이긴 하지만 중앙에 대한 집착과 지방에 대한 편견이 체질화된 전 근대적인 국가이고, 소수의 중앙이 다수의 지방을 손쉽게 지배하고 통제하는 내부 식민지 국가로 남아있다.(계속)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