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실련 ‘지자체·공공기관, 언론사·민간단체에 상 받고 준 돈 5년간 실태조사

최근 풀뿌리 지역 언론인 진안신문이 '돈 주고 받은 지자체 상'을 고발해 시선을 끌었다. '진안군' 하면 떠오로는 대표적 토산품 중 하나가 바로 '홍삼'인데 막대한 혈세를 들여 상을 받았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그 상을 주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의 보수신문사들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지난 5년 동안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돈을 주고 받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상들 중에서 경제력이 타 지역에 비래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지역이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전국 광역 지자체들 중 전북도는 2위를 차지했고, 기초 지자체들 중 고창군은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불명예스러운 순위다. 그러데 이러한 악순환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따라서 경실련이 지난해 11월 4일 공개한 '지자체·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상 받고 준 돈 5년간 실태결과'를 찬찬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도 같은 예산을 반복 집행하려는 지자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장·공공기관장의 치적 쌓기, 돈벌이로 전락한 시상식"

경실련은 ‘지자체장·공공기관장의 치적 쌓기, 돈벌이로 전락한 시상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돈 주고 상을 받는 잘못된 행태와 돈벌이를 위해 비슷비슷한 상을 남발하는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대한 문제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경실련은 전국 지자체 243곳과 공공기관 307곳을 대상으로, 2014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하는 상의 수상 여부와 상을 받기 위해 해당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지출한 돈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경실련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지자체 243곳 중 121곳, 공공기관 306곳 중 91곳이 총 1,145건 상을 받았으며, 광고비·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상을 준 해당 언론사와 민간단체에 약 93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언론사에게 345건 41.8억 원, 민간단체에 284건 7.6억 원을 지출했다. 공공기관은 언론사에 255건 22.3억 원, 민간단체에 261건 21.4억 원을 지출했다. 반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에게 언론사는 629건의 상을 주고 64억 원의 돈을 받았고, 민간단체는 545건에 29억 원의 돈을 받았다.
다수의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자료를 축소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아 실제 금액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됐다.
돈 주고 상 받는 광역 지자체 1위 경상북도, 2위 전라북도

광역 지자체 단위로 살펴보면 경상북도가 광역과 기초 지자체 24곳 중 17곳이 120건의 상을 받고 약 14억 원의 돈을 지출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전라북도 7.2억 원, 경기도 6.3억 원, 충청북도 5.4억 원, 강원도 4억 원, 충청남도 3.7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는 돈을 지출하는 상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는 도와 시군을 포함해 62건의 상을 받기 위해 7억 1,553만원의 혈세를 지출했다. 또한 전북도의 언론사 광고비 지출금액도 271억 9,800만원으로 인근 전남의 239억 4,700만원, 충남의 11억 9,610만원, 충북의 197억 7,500만원에 비해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기사 맨 하단 별첨 표 자료 참고)
더욱 가관인 곳은 고창군이다.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가장 많은 돈을 상을 위해 썼다.
고창군, 27건의 상 받고 3억 3천만 원 지출,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최고' 불명예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전북 고창군이 27건의 상을 받고 약 3억 3,375만 원의 돈을 지출했다. 고창군이 언론사에 지출한 광고금액은 52억 8,700만 원으로 나타나 다른 군지역들보다 두드러지게 높은 점이 특이하다.
이어 경상북도 김천시 2.9억 원(18건), 충청북도 단양군 2.5억 원(17건), 경상북도 울진군 2.4억 원(12건), 경기도 이천시 2.3억 원(14건)가 상을 받고 2억 원 이상의 돈을 지출했다.
경실련 조사결과 광역 지자체보다는 기초 지자체에서 관련한 지출이 많았으며,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시·군에서 지출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실련은 “제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 이상 당선자 79명 중 62%에 이르는 49명이 선거 공보물에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시상한 상을 받았다고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선거 시기에 민간포상을 포함한 상훈 내역은 공약과 더불어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인데 자칫 치적을 쌓아 개인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울 7개 주요 언론사 시상식 싹쓸이

돈을 받고 주는 상들 중에는 서울에 소재한 언론사들이 대부분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등 7개 주요 언론사와 자회사·계열사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많은 상을 주고, 이와 관련된 비용을 받고 있었다.
언론사가 최근 5년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준 시상 건수는 675건이며, 약 64억 원을 받았다. 이 중 7개 주요 언론사가 전체 건수의 96%인 648건, 금액의 98%인 약 63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65건에 약 20억 원, 중앙일보가 151건에 18억 원, 조선일보가 104건에 10억 원, 한국경제가 144건에 9억6천만 원, 매일경제가 49건에 4억2천만 원 등 시상과 관련된 비용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았다.

언론사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주는 시상식 개수는 총 166개였다. 166개 시상식 중 동아일보 계열 31개, 조선일보 계열 30개, 한국경제 계열 30개, 매일경제 계열 26개, 중앙일보 계열 25개 등 5개 주요 언론사가 142개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언론사 간뿐이 아니라, 같은 언론사 내에서도 시상식 명칭도 브랜드, 경영, CEO 등 비슷비슷하고, 주제나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민간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능률협회는 45건에 7억 원, 한국언론인협회는 31건에 1억 5천만 원,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는 16건에 1억4천만 원, 한국인터넷소통협회는 89건에 9천7백만 원, 지속경영평가원은 32건에 8천6백만 원, 한국사보협회는 116건에 7천만 원,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95건에 4천 1백만 원 등 기타 343건의 13억4천만 원 등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총 545건에 29억 원을 심사비, 참가비, 등록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언론사와 민간단체 모두 지자체와 공공기관 외에 기업, 협회, 병원 등 기관이나 의사, 변호사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시상식을 운영하고 있어 실제 시상식을 통해 오고 가는 돈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시상식 운영기관에 대한 정보나 수상자 선정기준과 선정방식 등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조중동, 경제지들 시상식 남발 독점, 지자체장 치적 홍보 활용
지자체장은 선거로 선출한다. 이로 인해 지자체장 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스펙 쌓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현직 지자체장이 재임 기간 받은 상은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선거에 활용할 수 있어 차기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자체장은 개인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상을 받고 세금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자체장의 활동결과를 받는 것이긴 하지만, 상을 선거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개인 수상에 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
지자체와 지자체장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받고 지역을 알리기 위해 공신력 있는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상을 수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비슷비슷한 명칭과 특색 없는 내용으로 상을 남발하고 광고비, 홍보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시정을 감시하고 올바른 정보와 국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할 언론이 상을 무기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가 언론사와 민간단체의 돈벌이에 이용당하는 것도 문제다. 경실련 조사결과 산자부, 과기부, 노동부, 공정위, 금융위 등 다수의 정부 부처가 언론사와 민간단체의 시상식을 후원하고 있었다.

※ 현재 민간포상 참여 심의제 도입은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강원도, 경상남도, 목포시, 양산시, 대구 달서구, 대구 동구, 서울 관악구 10개 지자체에 불과함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민간기관에 돈을 주고 상을 받거나 후원명칭을 사용에 따른 사회적 문제 지적이 있자 제도개선 권고를 했다. 수상과 관련한 심의제도 도입과 조례·규칙 제정, 비용의 적성성 검토 및 한국언론재단을 통한 지출, 후원명칭 사용승인 규정 제정과 통합 관리체제 구축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 심의제도를 도입한 곳은 3개 지자체에 불과했다.
이번 경실련 조사결과에서는 7곳이 늘긴 했지만, 대구시, 광주시, 제주특별자치도, 강원도, 경상남도, 목포시, 양산시, 서울 관악구, 대구 달서구, 대구 동구 등 10개 지자체만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권익위원회나 지자체 모두 상을 사고 파는 관행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의지가 없어서 발생한 결과"로 경실련은 분석했다. 경실련은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총체적인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일선 지자체와 언론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지자체가 상을 받고 돈을 지출하면서도 관련 규정조차 없어"
“상을 받고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면 기준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시상 기관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언론사라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경실련 조사결과 많은 지자체가 상을 받고 돈을 지출하면서도 관련 규정조차 없었다. 지자체장은 받은 상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개인이 받은 상마저도 세금으로 돈을 냈다. 일부 언론사는 시상식을 남발하고 독점했고, 정부 부처는 돈벌이에 이용됐다.
이에 경실련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진행해 줄 것을 촉구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받을 만한 상을 받았는지, 세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지자체장 개인 수상비용을 세금으로 지출한 것이 적정한지, 규정에 맞게 후원명칭 사용을 운영했는지 따지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미비한 현행 규정을 강화하고 입법화해야 한다.
경실련은 계속 공공기관의 돈 주고 상 받는 실태를 발표할 예정이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실태조사 촉구 의견서 제출, 감사원 공익감사청구, 법적 검토 후 일부 지자체장에 대한 검찰 고발, 국회 입법청원 등 건전한 시상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위 기사는 경실련이 2019년 11월 발표한 '지자체·공공기관, 언론사·민간단체에 상 받고 준 돈 5년간 93억 원' 자료를 참고하여 분석한 기사임(경실련의 세부 조사자료 표는 아래에 첨부)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