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5일. 오늘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에서 열린 유엔(UN)인간환경회의에서 지정된 날로,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매년 6월 5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제25회 환경의 날 주제는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환경가치가 내재화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하는 ‘녹색전환’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경보존에 대한 가치기준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들이 환경의 날을 맞아 새삼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킬만한 의제이기도 하다.
언론이 설정하는 의제는 각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희귀성, 시의성, 저명성, 영향성, 갈등성, 흥미성 등이 뉴스 밸류의 척도로 사용되는 게 보편적이다. 여기에 관습적인 요소 즉,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의 뉴스도 하나의 밸류 기준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오늘과 같이 환경의 날을 맞아 기획하고 사전에 심층 취재한 보도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환경의 날을 맞아 전북지역 언론들은 어떤 의제들을 생산했는지 톺아본다.
마침 하루 전 진안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이 5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진안군이 환경청을 상대로 ‘케이블카 사업 반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사업 백지화를 환영하면서도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여서 후유증은 금세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대부분 신문들은 단순하게 다뤘다. 전주지법 제2행정부가 4일 결정한, ‘진안군이 전북지방환경청장을 상대로 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협의 의견 취소 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환경파괴 논란 속에 오랫동안 끌어왔던 중요 의제다. 환경의 날을 맞아 의미가 큰 의제임에도 행정의 입장에서 비슷하게 취급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은근히 개발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다.
전북일보는 4면에서 ‘마이산 케이블카 ‘제동’… 진안군, 행정소송 패소‘란 제목으로 내용을 다뤘다. 전북도민일보는 ’말 많았던 ‘마이산 케이블카’ 사실상 중단‘이란 제목으로 다뤘다.
그러나 기사는 리드에서 “진안군의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함으로써 환경단체들보다는 진안군 입장을 많이 고려했다.
새전북신문은 사회면에서 ‘진안 마이산 케이블카... 결국 백지화’란 제목으로 기사를 다루었다. 전북중앙신문과 전민일보도 사회면에서 각각 ‘진안 '마이산케이블카' 무산··· 법원, 청구기각’, ‘진안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 사실상 백지화’의 제목으로 단순하게 보도했다. 신문들은 저마다 “진안군은 행정소송까지 내며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패소하면서 사업을 접었다”는 기사에서 진안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점이 비슷하다.
진안군의 마이산 케이블카사업 논란은 1998년 전북도가 도립공원 계획에 포함하면서 오랫동안 찬반 논쟁에 휘말려왔다. 행정력과 예산도 많이 수반됐지만 이로 인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유무형의 피해와 심신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신문들이 환경의 날을 맞아 단순하게 취급한 것과는 달리 JTV 전주방송이 문제점을 파헤쳐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제목부터가 다르다. ‘마이산 케이블카 백지화.."예산 낭비 책임져라"’란 제목과 함께 “환경단체들은 사업 백지화를 환영하면서도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신문들이 행정의 편에서 기사를 작성했다면 이 기사는 반대측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무게 중심이 당연히 신문들과 달랐다.
“진안군이 그동안 쏟아 부은 행정력과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사는 “케이블카 타당성 조사와 실시 설계용역, 소송 등에 6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은순 마이산케이블카저지위원회 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도 곁들여 오랫동안 찬반논쟁 속에서도 강행을 굽히지 않았던 행정에 대한 구상권과 책임책론을 강조했다.
언론의 의제형성 방향과 게이트키퍼들의 판단이 뉴스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다.

환경의 날을 맞아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기사는 KBS전주총국의 ‘산단 공장 수상한 돈벌이, 관리 안하나?’란 기획보도이다.
“두 달 전, 산업단지 안에서 불이 난 공장에서 불을 끄는 데만 꼬박 16시간 넘게 걸렸다”는 기사는 “제조업을 하겠다던 공장 안에서 나온 건 온갖 쓰레기뿐이었다”고 전했다.
“공장을 지은 뒤 폐기물 업체에 몰래 빌려준 것”이라며 “임대업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이라고 고발했다. 기사는 또 “산업단지공단은 공장에서 불이 나고서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며 허술한 산업단지 관리와 운영 시스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 준 기사다.
해당 방송사와 기자는 ‘제조업을 하겠다며 공장을 차려놓고 임대업을 하는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의 실태’와 ‘보조금까지 받아 공장 건물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들어놓은 ‘수상한 돈벌이’ 실태’를 연속 보도함으로써 차별성이 돋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전주MBC는 ‘표류하는 남원 허브밸리 사업’이란 기사에서 남원시의 부실한 사업구상으로 매년 수억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허브밸리 사업’의 문제점과 실태를 고발해 역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기사는 “인근 철쭉 군락지에 해마다 50만 명이 찾는다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시작된 남원시 허브밸리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조차 관광객은 고작 17만 명으로, 운영비도 감당하지 못한 채 매년 수억 원의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혈세는 지금도 낭비가 되고 있고 남원시는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서 “부실한 사업구상의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진행된 민간위탁사업이 결국 적자운영의 책임은 다시 남원시로 넘어온 채 수백억 예산이 투입된 관광단지 한 가운데 마치 알박기처럼 민간소유의 판매시설과 호텔이 들어선 모양새만 남기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5일 금요일 전북지역 주요 신문의 1면과 방송의 기획기사 제목들이다.
KBS전주총국
산단 공장 수상한 돈벌이, 관리 안하나?(연속보도)
전주MBC
표류하는 남원 허브밸리 사업
JTV전주방송
마이산 케이블카 백지화.."예산 낭비 책임져라"
전북일보
'유턴 기업' 유치 도내 시·군 '비상'
"전북제품 판로 개척, 경제 위기 극복"
전북 올 첫 폭염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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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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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았던 ‘마이산 케이블카’ 사실상 중단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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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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