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20년 8월 8일 섬진강 범람으로 인근 지역들은 제방이 무너져 피해를 입었다.(남원시 제공)
2020년 8월 8일 섬진강 범람으로 인근 지역들은 제방이 무너져 피해를 입었다.(남원시 제공)

2020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생한 용담댐·섬진강댐 주변의 엄청난 홍수 피해는 그 후 1년 만에야 ‘댐 운영 관리와 하천 정비가 부실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당시 피해 지역 여론이 들끓자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2년여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주민들의 배상 요구 상당 부분이 뒤늦게 내놓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안에 수용되지 않아 분노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20년 발생한 용담댐과 섬진강댐 방류로 인한 인근 지역 수해 피해에 대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댐 운영·관리 미흡으로 인해 재난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보상안이 주민들의 요구안과는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논란이 거세다. 

용담댐 방류 피해 배상금 38% 조정 결정...무주·진안 피해 주민들 ‘반발’

MBC 2021년 8월 3일 보도(화면 캡처)
MBC 2021년 8월 3일 보도(화면 캡처)

용담댐 주변 홍수 피해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진안 용담댐 관리단이 2020년 8월 8일 오전 11시부터 수문 5개를 모두 개방해 초당 3,200톤을 방류하는 과정에 하류 지역 주택 및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제기한 보상이 일부만 수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갑작스런 용담댐 방류로 전북지역에서는 무주군과 진안군의 농경지, 주택 등이 침수돼 97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용담댐 방류 피해 보상과 관련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중조위)는 무주·진안지역 주민 357명이 신청한 97억 2,900만원의 피해액 중 38.1%인 37억원만 배상을 결정했다. 

특히 배상 금액을 인정하는 범위에서도 범람과 피해 우려가 있는 하천·홍수관리 구역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다 수해를 입은 무주·진안지역 주민 49명이 신청한 금액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반발이 거세다. 

“댐 관리 실패로 인한 피해 49명 보상 제외, 기대치 못 미쳐” 불만 

KBS전주총국 1월 6일 보도(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1월 6일 보도(화면 캡처)

중조위 결정안에 따르면 무주군 지역에서 피해 보상을 신청한 주민 289명 가운데 250명만 배상(29억 1,000만원)이 인정됐으며, 진안군 지역은 피해 보상을 신청한 주민 68명 가운데 58명(7억 8,000만원)만 인정됐다. 하지만 무주와 진안지역 주민들 중 49명이 제외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중조위 결정안에 따라 전북도는 전체 배상액 37억원 중 3억 7500만원, 무주군은 3억 2,000만원, 진안군은 5,500만원을 각각 부담하게 된다. 나머지 배상금은 국가와 수자원공사가 부담한다. 전북도는 이의신청 기간인 오는 16일까지 주민들의 의사를 파악한 뒤, 다음달 중 피해 주민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용담댐 인근 주민들의 홍수 피해는 갑작스러운 방류로 인한 댐 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배상금과 대상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협의 절차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섬진감댐 홍수피해 국가 책임 48%만 인정...해당 지역 반발 거세

수해 피해 주민들이 지난 1월 6일 화형식을 하는 모습.(구례군 제공)
수해 피해 주민들이 지난 1월 6일 화형식을 하는 모습.(구례군 제공)

섬진강댐 주변 수해 피해 지역은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중조위가 2020년 8월 섬진강댐 수해 피해에 대해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련 기관의 책임을 48%로 인정하는 1차 조정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조위는 섬진강댐 방류로 제방이 붕괴되면서 수해 피해를 입은 남원·임실·순창지역 피해 주민 1,879명 가운데 1,595명을 조정 대상에서 제외한 15%인 284명만 40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국가 책임을 48%로 인정해 반발이 더욱 거세다. 

중조위는 지난해 12월 31일 전북·전남·경남지역 7개 시·군(남원·순창·임실·구례·곡성·광양·하동)에 1차 조정문을 보내 손해 사정 결과를 토대로 한 배상 신청액 대비 48%로 1인당 1,500만원 수준을 배상할 것을 통보했다. 배상액은 정부(환경부·국토교통부) 60%, 한국수자원공사 25%, 나머지 15%는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자 시·군 피해 주민과 지자체들은 조정안이 신청액 대비 48%에 불과하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전남지역 섬진강댐 수해 주민들 '울며 겨자먹기' 배상안 수용...전북은?

전국 17개 시·군 수해 피해 주민들이 1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정부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 17개 시·군 수해 피해 주민들이 1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정부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전남지역의 경우 피해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민사소송 준비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해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순청시와 광양·곡성·구례군 등 4개 시·군 피해 주민과 지자체들은 조정안이 신청액 대비 48%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전북지역 피해주민들과 함께 반발해왔다. 

전남지역 4개 시·군 주민들은 그동안 3,607명에게 2,026억원을 배상하라고 환경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위는 823명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되 시·군별, 기관별 분담 비율을 다르게 할 것을 권고했다. 823명에 대한 1차 조정안이지만 신청액 대비 배상 비율이 48%에 그쳐 반발이 더욱 극심했다. 

특히 비슷한 피해의 경남 합천댐 수해는 배상 비율이 72%에 달한 데 반해 전남은 48%에 그치면서 영호남 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사실상 조정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낮자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당 지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조속한 배상금 지급 절차를 진행해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앞당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지방하천 정비와 방재 사업을 적극 발굴해 정부에 건의한다는 내용도 공지했다. 

전북도는 아직 구체적인 합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피해 배상 범위와 규모를 놓고 주민들과 마찰과 갈등이 지속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늑장 대책에 반토막 보상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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