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도민일보 2020년 8월 11일 5면 기사.
전북도민일보 2020년 8월 11일 5면 기사.

지난해 7월과 8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참혹한 물난리가 발생한 지 1년이 돼가지만 아직도 수해 복구는 물론 피해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 주민들의 불안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해 참사 이후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들은 곧 피해 복구와 함께 보상을 해줄 것처럼 약속해 놓고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피해 원인을 놓고 정부와 수자원공사, 지자체 등이 서로 떠넘기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놓으려 하자 주민들은 '황당하다'며 비난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수자원공사 책임 회피용 맹탕 보고서”...1년 지났어도 수해 피해 그대로 

피해 발생 1년여 세월이 흐른 26일 오후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는 남원시 금지면 온누리센터에서 해당 지역 주민대표자들과 환경부, 지자체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 원인 조사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져 주목을 끌었지만 애매한 결론을 제시해 공분을 샀다. 

이날 한국수자원학회 등 용역사는 지난해 섬진강댐 하류 수해 원인에 대해 "댐의 구조적 한계, 댐 관리 미흡, 하천의 예방 투자 및 정비 부족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면서 "국가는 기술적, 사회적 제약 등으로 인한 운영 및 관리의 한계는 있으나 홍수 피해의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가는 홍수로 인한 국민의 재산과 정신에 피해를 야기했으므로,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향으로 그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애매하게 밝혔다. 특히 댐 사전 방류 미흡 등 수자원공사 등의 책임을 애매하게 표현함으로써 즉각 반발을 샀다. 

새전북신문 7월 27일 1면 기사.
새전북신문 7월 27일 1면 기사.

이날 모인 섬진강댐 하류 피해 주민들은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 회피용 맹탕 보고서"라고 반발하며 "정부의 즉각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과 정부, 수자원공사 및 지자체 등은 지난해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 발생 직후 "적극적인 피해 보상과 피해 책임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1년 전 수자원공사-전북도 어떤 협약 했었나?  

그래서 다시 1년 전 상황을 자세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전북지역에서는 남원, 임실, 순찰, 진안, 장수 등 동부권을 중심으로 퍼부은 폭우로 인해 섬진강댐과 용담댐 하류 및 인근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3명이 숨지고 2,163명에 달하는 수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주택 990채가 침수되고 축구장 9,618배(6,867㏊) 넓이의 농경지가 잠기는 등 모두 1,358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제방 붕괴사고가 발생한 섬진강댐 하류에 집중된 지난해 집중호우는 이틀 사이 400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에 댐 수위 조절 등 사전 예방 조치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인재'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전북의소리>는 수해 피해 발생 직후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수자원공사와 전북도의 책임 회피성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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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북의소리>는 8월 13일 기사에서 “수자원공사는 정부가 90%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고 보유한 국영기업인 수자원공사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며, ‘수자원의 종합적 이용·개발을 위한 시설의 건설·운영관리, 광역상수도(공업용수도 포함) 시설의 건설·관리’ 등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사의 경영전략도 ‘물안심 서비스, 물나눔 서비스, 물융합 서비스’로 서비스에 모든 전략이 맞추어져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수자원공사, 전북도와 위기대응 협약 열흘 만에 '돌변' 

또한 "‘기후변화에 체계적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재해 취약지역 중심으로 홍수, 가뭄 예방·대응지원 강화를 통해 국가의 물 재해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동시에 ‘수요예측·관리를 강화하고, 수량 확보는 기존 시설(댐, 저수지 등)을 연계 활용 및 대체수자원 개발’ 등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며 홍수 피해 이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수자원공사를 비판했다. 

전민일보 2020년 7월 30일 2면 기사.
전민일보 2020년 7월 30일 2면 기사.

더구나 지난해 7월 29일 전북도는 "‘광역지자체 중 전국 처음으로 유관기관과 함께 수도 관련 재난, 사고 등에 신속 대응하는 통합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송하진 도지사와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정복철 전북지방환경청  청장은 긴급재난, 사고 등으로 인한 지방상수도 위기 대응에 협력하기 위해 전북도청에서 ‘전라북도 지방상수도 통합 위기관리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위기상황 공동협력 협약을 통해 전북도를 비롯한 14개 시·군과 전북지방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는 전라북도 내 주민들에게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위기 상황의 전 과정에 대하여 상호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때 전북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언론사를 대상으로 해당 기관들은 홍보를 실시하며 '전국 처음', '전국 최초'를 부각시켰다.

‘기후 변화에 체계적 대응 피해 예방..’ 수자원공사 중요 임무·역할 '방기' 

그런데 “불과 열흘 만에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인 이 지역의 대홍수 피해를 놓고 수자원공사가 남의 일 보듯이 함으로써 '전국 최초'라며 강조 했던 구호들은 전시행정임이 곧 드러났다”는 지적을 <전북의소리>가 보도를 통해 알렸다. 

지난해 수자원공사는 이러한 위기상황 공동협력 협약 이후 발생한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피해 이후 예상치 못한 폭우 등을 탓하며 ‘천재’ 뒤로 숨으려고 하거나, 심지어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며 주어진 고유 역할과 임무를 스스로 방기했음을 인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후조치와 행동들을 보임으로써 공분을 샀다. 

새전북신문 2020년 8월 11일 2면 기사.
새전북신문 2020년 8월 11일 2면 기사.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도 지난해 수해 피해 현장을 줄줄이 찾아 주민들과 함께 분노하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1년 만에 원인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됐는데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주민들의 반응이 나왔다. 결론은 인재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애매한 결론에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섬진강 댐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가 26일 제시한 내용들 중 수해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제시됐다. ‘이상기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법제도적인 문제’, ‘홍수위 관리나 예비방류 조치 등이 미흡했다는 댐 운영관리 부실’, ‘문제의 댐 하류에 있는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정비관리 미흡’ 등이 그것이다. 

“정부·수자원공사·자치단체 모두 책임”...주민들 반발, 왜? 

한마디로 수자원공사는 물론 정부 부처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들의 허술한 대응책이 맞물려 수해가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도 관계자는 “수해가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댐 운영관리를 부실하게 해온 수자원공사측에 있음에도 그 하류 지방하천이나 소하천 수문관리 등을 맡는 지자체들까지 포괄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남원시 등 해당 지자체들도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은 “피해 원인 조사용역이 마무리된 만큼 이달 말 그 피해 규모를 산정할 용역 결과만 추가로 나오면 곧바로 수재민들이 환경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관련 지자체는 남원시, 임실군, 순창군,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등 모두 7개 시군에 해당한다. 이처럼 예산이 수반되는 피해 보상 문제가 나오자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형태가 1년 내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들도 "피해 복구와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이구동성으로 밝혀왔지만 막상 피해 보상 문제가 나오자 서로 떠넘기기 또는 눈치보기로 돌아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피해 보상은 언제, 누가하나?” 

전주MBC 7월 26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7월 26일 보도(화면 캡쳐)

이날 주민들은 “섬진강 댐이 방류량을 3배 가까이 늘려 1,800톤이 넘는 물을 급작스럽게 내보내면서 하류지역 피해를 키웠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면서 “임실을 시작으로 남원과 순창까지 모두 700억 원에 가까운 주민 피해가 났고 전남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수천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관건은 이 피해가 왜 발생했고 누가 잘못했냐는 것이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고 하소연했다. 

또 주민들은 "책임 회피용 수해 원인 최종 보고서는 맹탕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수해 당시에는 국가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해놓고 이제와서 뒤로 물러서며 서로 두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배덕효 한국수자원학회장(용역사 대표)은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재부나 이런 데서 예산 배정을 해서 하루 빨리 정비를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제시했으나 해당 기관의 눈치보기와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박병태 임실지역 주민 대표 등은 "손해사정에서 선정한 피해금액을 100% 정부에서 배상을 해야 한다"며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정부가 즉각 나서서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명확한 책임 규명을 놓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부와 수자원공사, 전북도 등의 태도를 보아선 책임 주체와 보상 범위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불 보듯 예상된다. 

이날 수해 원인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가 열린 남원시 금지면 문화누리센터 앞에는 피해 지역 주민들이 모여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두루뭉술한 용역 결과를 내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종 보고회장에 소들을 몰고 와 시선을 끌었다.

끝나지 않은 수해 피해 책임·보상, 분쟁조정위까지 갈듯 

앞서 피해 지역 주민들은 ‘사전 방류 미흡 등 댐 관리과 운영 문제에 따른 수해란 결론을 최종 보고서에 넣을 것’과 ‘하천 정비 예산의 종합대책에 반영’ 등을 용역사와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에 건의했다. 

그러나 이날 섬진강댐 피해 주민들의 반발에 이어 용담댐 하류 피해 원인 조사용역 또한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져 역시 반발이 예상된다. 조사용역 최종 보고회는 27일 진안군 정천면 진안고원치유숲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 지자체는 진안군, 무주군, 충북 청주시, 충남 금산군 등 모두 6개 시군이다. 

피해 주민들은 이날 보고회 직후 예정된 피해 산정 용역 결과가 나오면 환경분쟁조정위에 그 구제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해 원인 조사 용역은 지난해 8월 수해를 본 용담댐과 섬진강댐 등 하류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의 의뢰로 지난 1월부터 한국수자원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토목설계 전문업체 ㈜이산이 참여했고, 조사협의회가 용역 전 과정을 자문·감독했다. 조사협의회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추천 전문가, 피해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전북일보 2020년 8월 12일 3면 기사.
전북일보 2020년 8월 12일 3면 기사.

하지만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팽배하다. 과연 수해 참사의 책임 규명과 보상은 언제나 이뤄질 것인가. 지난해 정치권 인사들은 수해 현장을 경쟁적으로 찾아 하나같이 피해 보상이 곧 이뤄질 것처럼 밝혔다. 

그 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 수자원공사, 지자체들은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의지가 있기는 한 걸까?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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