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 의미와 전망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입구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입구

“한국방송공사(KBS전주총국)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 판정 결과 ‘인정’”

“저희가 이겼습니다. 연대의 힘으로 이뤄낸 값진 승리입니다. 엉엉...”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지노위)에서 9일 오후 열린 KBS전주총국 방송작가 부당해고 신청에 대한 승소 판정 결과가 나오자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 전북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일제히 환호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KBS전주총국에서 지난 2015년부터 라디오 작가, 콘텐츠 기획자 등으로 7년 간 일해 온 방송작가 A씨가 지난 9월 28일 전북지노위에 자신이 일했던 KBS전주총국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결과에서 승리한 때문이다.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 전북 첫 번째·전국 두 번째 사례...큰 의미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정문에서 열린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정문에서 열린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

전북지노위는 이날 방송작가 A씨가 KBS전주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A씨 승소로 판정함에 따라 방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는 방송작가 A씨가 전북지노위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전북지역 첫 사례인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3월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들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승소에 이어 방송작가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두 번째 사례를 기록했다. “계약상 지위와 무관하게 정직원과 다를 바 없이 일했기에 구두로 통보받은 계약 해지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한 A씨에 대해 전북지노위는 방송사가 아닌 작가의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A씨는 지난 2015년 8월 '생방송 전북은 지금'의 라디오 작가로 일을 시작해 지난 7월 계약이 해지되기까지 7년여 동안 KBS전주총국에서 라디오 작가, 보도국 뉴미디어팀 콘텐츠 기획자, 생방송 '심층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일을 해왔다. 

그런데 “계약서는 5년 동안 쓰지 않다가 지난해 9월이 돼서야 프리랜서 계약인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썼다”는 A씨는 “계약 만료 한 달 전 해고를 통보한 보도국장으로부터 해지 사유를 '조직 내 불화' 외에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프로그램 구성과 원고 작성 외에도 출연진 관리를 포함한 각종 행정 업무, 물품 관리, SNS 컨텐츠 업로드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으며 업무 주요 내용은 보도국 CP와 연출이 정했고 자신은 이 지시를 받으면서 일했다”고 밝혔다. 

“헌법에 명시된 ‘근로의 권리’ 인정 받고 싶다” 

KBS전주총국 전경
KBS전주총국 전경

A씨는 이날 오전 전북지노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지만 당연한 근로의 권리가 방송작가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며 “무조건 방송작가를 정직원으로 채용해달라는 주장이 아니라, 정직원처럼 쓰려면 직접 고용을 하고 프리랜서면 프리랜서처럼 계약하고 그대로 이행을 하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기사]

"일 시킬 땐 직원처럼, 해고할 땐 프리랜서...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우려했던 사건이 KBS전주에서"

"KBS전주 7년 방송작가 부당 해고"...방송작가들 성명·시위 '파문'

KBS전주총국 방송작가, "말 한마디로 해고" 파문 

이날 오전 전북지노위 앞에선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 외에 12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허울뿐인 계약서가 작가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해고의 명분만 만든, 그동안 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우려했던 사건이 끝내 벌어졌다”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프리랜서라는 허울 대신 방송작가의 노동 실질을 제대로 따져 전향적이고 상식적인 판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방송국이 말하는 관례가 노동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부디 공의롭고 정의로운 심판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지역방송들에 영향 미칠 듯

방송작가유니온 및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대 기자회견 모습
방송작가유니온 및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대 기자회견 모습

한편 이번 전북지노위 승소 판결로 인해 다른 지역방송사들은 물론 전국 언론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C 보도국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두 방송작가가 지난 3월 19일 중노위로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당시 중노위는 두 방송작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 판정에서 두 작가의 부당해고와 노동자성을 인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서울지노위가 내린 1심 판정을 뒤집은 것이어서 이후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최근 MBC에서 일하던 작가 4명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아 "부당한 계약 해지"라는 비판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지역에서 인정받은 사례가 나온 것이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전북지역 언론들 무관심...아쉬움 

이날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이번 전북지노위의 판결은 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해 이루어낸 값진 방송작가의 근로자성 인정”이라며 "하지만 방송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니 연대의 힘으로 방송사가 두려워하는 여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열린 방송작가유니온 및 지역 시민단체들의 연대 기자회견을 비롯해 전북지노위의 방송작가 부당해고 관련 판결에 대한 예고가 오래 전부터 있었음에도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들의 취재·보도는 보이질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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