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10월 8일

전국 지자체들의 대세인 ‘초광역화’에 송하진 전북도정의 전략 부재가 도마에 올랐다. 7일 열린 전북도의회 제385회 임시회 이틀째 도정질문에서 송 지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메가시티 구상에 관한 질의와 답변이 주목을 끌었다.
전국 지자체들이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초광역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의 전략이 부재하다는 질타가 이날 이어졌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문승우 도의원은 “전북은 독자권역을 유지하면서 주변 메가시티와 협력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메가시티와 관련 논의가 부족한 이유와 현재 전북도가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에 대해 물었다.
"광역시 없는 전북, 메가시티 구상도 못해?“
그러나 이에 대해 송하진 지사는 “전북이 메가시티를 구상하지 못하는 것은 전략 부재가 아니라 정부의 불균형 정책에 의한 광역시 중심의 공론화 탓”이라며 “불행히도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그 논의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이 억울할 뿐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메가시티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북 독자권역에 대한 필요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초 기자회견에서 “통큰 행정구역 개편과 전주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 구축이 전북의 미래를 결정짓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전북 광역도시 추진 방침을 강력히 밝혔던 것과는 대조를 보여 실망감을 준 대목이다.

이날 도의회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지자체간 초광역 생활경제권을 위한 메가시티 구축 논의가 불붙은데다 중앙정부 또한 이를 촉진할 다양한 지역개발 사업을 밀어주겠다고 나선 가운데 전북도는 도대체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들이 나왔다.
나인권 도의원은 “독자 권역화만 외치다 고립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혁신도시 시즌 2가 미완성으로 끝날 경우 국가 균형발전 후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데, 어떤 준비와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송 지사는 “지역 발전 전략에 부합하고 기존 이전 기관과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는 기관을 선별해 유치 전략을 세웠다”며 “균형발전 차원에서 소외되어 있고,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을 들어 중앙 부처와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계속 진행 중’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답변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신년 기자회견 때 강조했던 ‘통큰 행정구역 개편, 초광역 구상’ 어디로?

이날 도의회에서 한 발언과 달리 지난 1월 5일 송 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큰 행정구역 개편과 전주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 구축이 전북의 미래를 결정짓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전북 광역도시 추진 방침을 작정한 듯 밝혔었다.
송 지사는 이때 “전주·완주 통합을 넘어선 ‘전북 광역화 작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전북 광역화와 서해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새만금에 전북도청 제2청사 설치를 가시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송 지사의 언급은 초광역 지방자치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북지역 행정구역 대개편’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피력한 것이어서 향후 전주와 새만금을 잇는 ‘전북형 메가시티’의 완성에 도정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송 지사는 특히 “단순히 전주·완주 통합뿐만이 아닌 플러스 알파(α)까지 고려하는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전북에서 광역도시에 준하는 중심도시를 빠르게 만들려면 지금까지 논의돼 왔던 단순한 통합의 논리를 벗어나 영역을 확대해 인구를 조금 더 보태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광역시를 배출하지 못한데다 통합에도 실패한 전북지역의 한계가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9개월 만인 이날 도의회에서 밝힌 송 지사의 광역화 관련 발언은 상당 부분 퇴색했거나 후퇴한 의지가 역력히 묻어났다.
메가시티 구축은 다른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이다. 현재 동남권(부산시·울산시·경남도), 대경권(대구시·경북도), 광주전남권(광주시·전남도), 충청권(대전시·세종시·충남도·충북도) 등 전국 곳곳에서 불붙은 상태다.
정부 또한 메가시티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이달 말까지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통해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북 신규 철도사업 모두 물거품...좌절·실망 안겨줘

사실상 이 같은 지원책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확정 고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2021∼2030년)’에 담긴 신규 사업안은 물론 8월 말 발표된 그 선도사업까지 메가시티 후보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전북지역 주요 철도사업들이 대거 탈락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홀대론을 꺼내든 이날 송 지사의 발언은 희망보다는 좌절과 실망을 더욱 안겨준 것으로 해석됐다.
특례시 지정 반대, 광역시 부재 탓...앞뒤 안 맞는 '모순'
전주시의 특례시 논란이 고조될 무렵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송 지사가 지방자치법 개정안 중 특례시 관련 조항을 분리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020년 10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시도지사협의회장이었던 송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소망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논란이 되고 있는 특례시 조항을 삭제하거나 또는 분리해서 별도 법안으로 심의하는 등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이게 대부분 시도지사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언급했다.
특례시 지정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날 발언으로 순항하는 듯 했던 전주특례시 지정 문제가 암초를 만났다. 시도지사협의회가 특례시 지정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필 협의회 회장을 맡게 된 송 지사가 특례시 지정 반대에 총대를 메면서 지역 정치 상황도 꼬여버렸다.
특례시 지정을 추진해온 김승수 전주시장과 이를 1호 법안으로 제출한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의 정치적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승수 시장은 특례시 지정을 위해 시도지사협의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송 지사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그의 약속은 싱겁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송 지사의 이날 도의회에서의 답변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모순과 자가당착이 자칫 갈등과 불협화음, 불통의 먹구름을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한 이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