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읍참마속(泣斬馬謖)

자신이 살기 위해 또는 정당이 살기 위해 '정치적 동지를 버리고 가자'는 요구가 매정하게 울려 퍼진 곳은 정치권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천대유'를 향해 거친 공세를 펼치던 국민의힘이다.

중국 촉나라 제갈량이 '사랑하는 부하 마속이 군령을 어기자, 군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울면서 그의 목을 베었다'는 일에서 유래한 '읍참마속'이란 표현이 적절한지 난해한 상황이지만, 다급한 상황에 몰렸음을 반증해 준다. 

문 대통령 가족 겨냥하던 곽상도, 국민의힘 탈당...아들 50억 퇴직금 논란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곽상도 의원.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곽상도 의원.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로 부각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자신의 아들은 '월급이 고작 200-300백만원의 직원에 불과했다'라고 큰소리쳤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 아들이 퇴사하면서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50억원의 불똥이 결국 곽 의원 자신과 국민의힘에 옮겨 붙은 형국이다.

곽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 특혜 감별사'를 자처하며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의 공모에 의한 예술 지원금을 특혜성으로 몰아갔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묘한 느낌을 준다. 

문 대통령의 아들뿐만 아니라 사위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해야 한다'며 압박을 해온 곽 의원은 ‘이스타항공 비리 진상규명 TF'를 맡고 있어서 그동안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무소속)의 수사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7월 26일 곽 의원은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직함은 ‘전무이사’였다”며 “항공업 경력이 없는 서 씨가 어떻게 고위직으로 취업할 수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곽 의원이 대통령 사위에 대한 항공사 채용 특혜 의혹을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해 논란이 컸었다.

곽상도, "대통령 사위, 타이이스타젯 항공사 채용 특혜" 수사 촉구

'이상직-이스타 비리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구속된 상태에서 여러 혐의들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직 의원과 관련 있는 인물들 중에서 하필 대통령 가족을 지목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곽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이스타항공과 구속 중인 이상직 의원의 비리 의혹들을 제기하며 전주지검을 찾아 잇따라 수사를 촉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어왔다.

JTV 5월 3일 보도(화면캡쳐)
JTV 5월 3일 보도(화면캡쳐)

지난 5월에 이어 7월 전주지검을 직접 찾아 “타이이스타젯 대표이사는 회사 메일을 통해 연락이 와서 서모 씨를 채용했다고 설명했다”며 “공개 채용도 아닌데 이 회사를 어떻게 알고 지원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수사를 촉구한 그가 이제는 아들 문제로 수세 국면에 몰렸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불똥이 자신에게 옮겨붙은 것이다. 곽 의원 아들인 곽병채(32)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한 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26일 드러나면서부터다. 

곽 의원은 50억원 수령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도 안 돼 이날 오후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당 지도부가 제명 등 중징계 가능성을 시사하자 선제적 탈당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으로부터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는 공격을 받아왔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국민의힘 게이트임이 명백해졌다”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곽 의원은 일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아들 곽 씨가 성과급 및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령한 것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뒤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한 곽 씨는 대리 직급으로 보상팀에서 근무하다 올해 3월 퇴직하면서 받은 50억원이 명분이 불분명한데다 액수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30대 초반의 곽씨가 회사를 떠나면서 받은 50억원을 두고 정치권에선 “곽 의원을 보고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곽 의원은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 대주주인 언론사 부국장 출신 김만배씨와 성균관대 동문으로 평소 친분이 깊다”고 중앙일보가 27일 보도한 내용도 예사롭지 않다.

곽상도 탈당에 특검 요구...홍준표·유승민·원희룡 "읍참마속" 시선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성과급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자며 특검을 요구하는 등 호들갑이 요란하다. 대선을 앞두고 역풍이 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곽 의원의 거취를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며 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유승민·원희룡 등 대선 주자들까지 앞 다퉈 출당과 제명을 요구했다.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미 당사자는 앞서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의혹에 휘말린 사람들을 읍참마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이 몰랐겠느냐”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겨냥했다. 이처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고구마 줄기마냥 캐면 캘수록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아버지 권유로 이 회사에 들어간 것도 이상하지만 입사한 지 6년도 안 돼 수십억원대의 퇴직금을 받은 곽 의원 아들 건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곽 의원 아들은 열심히 일한 대가라지만 퇴직 전까지 세전 월급 380여만원을 받던 직원이 어떻게 갑자기 50억원의 뭉칫돈을 챙길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곽 의원이 아들 문제와 관련해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이번 의혹이 꼬리자르기식으로 유야무야돼선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화천대유 자금 흐름 수사, 이상직 수사·재판에도 영향 미칠까?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

화천대유에 법조계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유력 주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관련된 의혹인 만큼 오랫동안 정국을 뒤흔들 굵직한 이슈임에 분명하다. 이를 두고 세간에선 “얽히고 설킨, 요지경 정치”란 비난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겨냥하던 야당 국회의원이 수세에 물리자 탈당을 하는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구속 중인 이상직 의원의 수사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마전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신속한 진실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당국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