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남원 내기마을, 정읍 정애마을, 익산 장점마을에 이어 고창 외토·외일마을, 완주 고산면 그리고 장점마을 인근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집단 암 발병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전북지역 농촌마을이다. “사람이 죽어간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조용하던 농촌 마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 모두가 '행정의 무관심·사각지역'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게다가 지역언론들 중에는 관심을 갖고 심층취재·보도를 하는 소수 언론과 행정의 보도자료 위주로 피상적인 보도를 하는 다수 언론들로 나뉜다.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농촌마을의 집단 암 발명 실태, 원인과 대책 등을 짚어본다.

“우리도 집단 암 발병 피해자”, 장점마을 인근 왈인·장고재마을 피해 호소

KBS전주총국 4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KBS전주총국 4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2001년 익산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30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각종 암에 걸려 숨지거나 투병하고 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을이다.

그런데 20여년간 주민 상당수가 암에 걸려 고통 받고 있는 장점마을 인근에 집단 암 발병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또 다른 2곳의 마을이 있다. 특히 이 마을 주민들은 집단 암 발병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을 일으킨 비료공장과 불과 200미터 남짓 떨어진 왈인마을과 인근 장고재마을 주민들이 잇단 암 발생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은 지 오래다. 

KBS전주총국이 23일 이 마을을 찾아 실상을 자세히 취재해 보도했다. 방송은 ‘“우리도 집단 암 발병 피해자인데”…왈인·장고재마을의 호소’란 제목의 기사에서 먼저 “왈인마을 주민 최경자(73) 씨는 지난 2007년 위암 진단을 받았고, 폐암으로 고통 받던 남편은 3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소개한 뒤 “이 마을 주민 47명 가운데 암에 걸려 숨지거나 투병 중인 주민은 모두 18명으로 전체 주민의 4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사는 또 “장점마을과 이웃한 또 다른 마을인 장고재마을에서도 주민 52명 가운데 12명이 혈액암, 위암 등에 걸렸고,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며 "장점마을에서 겪는 상황이나 장고재마을에서 겪는 상황이나 사실 똑같다"고 했다. 기사는 "거리상으로 60여 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공기로 오염되고 있다“는 마을 이장의 말을 인용해 덧붙여 보도했다.

“지난 2019년 환경부 역학조사 담당자들은 장점마을 인근 두 마을도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 영향권에 있다며 추가 역학조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환경부는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는 “익산시 역시 지난 2019년 한 해, 건강검진을 지원한 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장점마을과 똑같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인근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을 밝히고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암 환자 많은 고창군 외토·외일마을"...왜?

주간해피데이 4월 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주간해피데이 4월 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지난 3월 31일, 고창군 외토‧외일마을 주민들은 마을 내 집단 암 발병의 철저한 원인 규명을 고창군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외토·외일마을 주민들이 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여 온 시간은 벌써 10년이 지났다.

고창의 풀뿌리 언론인 <주간해피데이>는 이와 관련해서 “실거주 34세대 50여 명인 외토·외일마을. 1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 두 마을에서 암이 발생하거나 암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은 총 16명”이라며 “이 중 3명은 사망했고, 11여 명은 여전히 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2명은 현재 암 전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인근 가축분뇨 퇴비공장을 의심하고 있다. <주간해피데이>는 기사에서 “2005년경부터 악취가 극심했으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이 지하수 등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민원에 고창군은 성내면 외토·외일마을에 대한 환경기초조사를 지난 4월 7일에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이미 16년여가 지나버린 상황이어서 지금에 와서 실시하는 환경기초조사로 그때의 영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 마을 가까운 곳에 다른 가축(염소) 사육장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대형 축사(소)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여러 상황을 감안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간해피데이>는 ‘“사람이 죽어가요” 성내면 외토·외일마을 주민들 암과 사투’(4월 1일), ‘고창군청, 성내면 월성리 외토·외일마을 환경유해물질 조사 착수’(3월 29일), ‘암 환자 많은 고창군 외토·외일마을…환경기초조사 실시’(4월 12일) 등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석산 때문에 더 이상 살 수가 없다...10년 내 인근 마을 암환자 50명“ 

완주신문 4월 23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완주신문 4월 23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완주군 고산면 석산 인근마을에서 10년 내 암 발생 주민이 50명으로 집계됐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23일 <완주신문>은 ‘고산석산, 10년내 인근 마을 암환자 50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석산 인근 마을은 안남, 종암, 신상, 대향, 운용 5개 마을로, 안남마을 64세대, 종암마을 75세대, 신상마을 88세대, 운용마을 45세대, 대향마을 40세대가 살고 있다”며 “석산과 암 발생의 연관성을 밝히는 게 쉽지 않겠지만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고, 소음 및 진동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암 뿐만 아니라 모든 병의 근원이기에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한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처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석산 개발이 30년 넘게 진행된 점을 감안해 집계 기간을 늘릴 경우 암 발생 주민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근 마을의 10년 내 암 발생 주민 명단'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4월 13일 완주군 고산면 안남마을 주민 60여 명은 인근에 있는 석산 운영 반대 서명을 해 완주군청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소음 분진 등 일상 생활에 대한 피해는 물론 주민 건강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안남마을 주민 일부는 19일 완주군 의회에 찾아가 “완주군 행정이 석산에만 관심이 있지 주민은 방치하고 있다”며 “암에 걸린 안남마을과 종암마을 주민이 28명이고 이 중 4명은 사망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완주신문>은 이와 관련해 “우리 집사람도 암에 걸렸다!”(4월 20일), "석산 때문에 더 이상 살 수가 없다"(4월 13일) 등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해 보도했다. 

전북민언련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축소, 행정 보도자료 우선 보도” 지적

'전북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이와 관련해 “암 집단 발병'을 주장했던 남원 내기마을, 정읍 정애마을은 역학조사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종결되었고, 익산 장점마을은 처음으로 집단 암 발병과의 관련성을 인정받았다”며 “느슨한 환경 규제로 누적되어온 문제들이 집단 암 발병이라는 폭탄으로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전북민언련은 “행정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가운데 일부 지역 일간지들은 지역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생략하고 행정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만 우선해서 보도하는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며 “문제는 축소하고 행정의 대응력만이 높이 평가되도록 조장하는 보도”라고 강조했다.

전북민언련은 전라일보의 ‘고창군, 환경민원 엄중 해결책 총력 다짐’(4월 14일), ‘고창 성내면 외토 외일마을 환경피해 기초조사’(4월 7일), ‘고창 성내면 외토마을, 환경유해물질 조사 착수’(3월 27일)의 기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이 외에 다른 지역 일간지들도 행정의 보도자료를 기초로 피상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의 보다 세심한 지도·관리와 지역언론들의 적극적인 취재·감시가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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