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10월 1(금)

2010년 10월 26일 장점마을 주민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보상 대책을 촉구했다.
2010년 10월 26일 장점마을 주민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보상 대책을 촉구했다.

조용하고 살기 좋은 농촌 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 때문에 20명이 넘는 주민들이 암에 걸려 그 중 16명이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익산의 한 농촌 마을에서 20여 년간 진행돼 왔다. 

기업의 탐욕과 부도덕, 행정의 무책임과 무관심, 거기에다 지체된 사법 정의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참극은 2001년 익산시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부터다.

20년 간 진행 중인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투병, 지금도 끝나지 않아

장점마을 뒷산에 자리한 비료공장(지금은 폐업 중).
장점마을 뒷산에 자리한 비료공장(지금은 폐업 중).

마을 주변 비료공장에서 담뱃잎 찌꺼기를 불법 건조해 배출된 발암물질로 암 발병의 원인 규명이 되기까지 20년 동안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왔다. 더구나 익산시와 전북도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2001년부터 마을에 들어선 비료공장으로 마을 주민들 22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 중 16명이 사망한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전북도와 익산시로부터 공동으로 50억원의 위로금을 받고 행정과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전북도와 익산시, 지역언론들은 "암 집단 발병의 원인이 됐던 비료공장 건립 이후 20여년 만에 일단락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그동안 주민들이 요구해 온 금액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다 이미 암으로 사망한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막막한 상황이다. 

전북도·익산시 50억원 위로금 합의...당초 요구액 3분의 1수준

전주MBC 10월 1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10월 1일 보도(화면 캡쳐)

전북도와 익산시는 30일 장점마을 주민에게 50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체계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민사조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금은 마을 주민들이 애초 요구했던 157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민사조정 과정에서 이를 80억원으로 낮췄으나 전북도와 익산시가 50억원 이상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여 협상이 결렬된 이후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손해배상 소송을 내 소송전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물밑에서 조정 절차를 이어왔다.

하지만 의료비 지원 범위는 비료공장으로 피해를 본 장점마을 모든 주민의 치료비 일체로 지원하는 것으로 일단은 정리됐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다음 달 안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상할지 막막..." 한숨만 가득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조용하고 살기 좋은 농촌 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 때문에 20여 년간 수 많은는 주민들이 암에 걸려 그 중 20여 명이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데 대한 책임과 사과가 여전히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탐욕과 부도덕, 행정의 무책임과 무관심, 거기에다 지체된 사법 정의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참극이 20년 동안 빚어져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50억원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날 합의 소식에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암으로 죽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할지 막막하다"며 긴 한숨을 지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을 신청해 조정에 나섰지만 수 차례 조정까지 오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을 불러온 비료공장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무려 20여년 걸렸다.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집단 암 투병 원인 20년 만에 밝혀져 

대법원은 지난 2월, 비료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금강농산'의 전 대표 이 모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금강농산 측이 용도가 제한된 담뱃잎 찌꺼기를 KT&G로부터 받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재가공했고 환경재앙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농촌진흥청 역시 연초박의 부실 관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초박을 함유한 퇴비를 썩히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오는 데도 사전 유해성 실험 없이 퇴비 연료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KT&G와 농촌진흥청 등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여지껏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이뤄지지 않고 행정과의 민사조정만이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을 제공한 비료공장.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을 제공한 비료공장.

더욱이 이번 조정안은 민사조정을 신청한 전체 주민 175명 중 찬성한 146명에게 우선 적용되며, 반대한 20여명은 현재의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정안은 이르면 다음 주께 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 사건은 비료공장이 건립된 뒤 21년, 암 집단 발병이 표면화한 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보상이 이뤄지게 됐다. 앞서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이 알려진 뒤 환경부의 역학조사가 시작돼 발병 원인이 비료공장의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익산시 등 행정기관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점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장점마을에서는 인근에 비료공장이 생긴 후 많은 주민들이 각종 암으로 숨졌고, 지금도 여러 명이 투병 중이다.

주민들 한 발 양보해 합의했지만 암 투병·후유증 지금도 진행형

앞서 지난 1월 28일 열린 민사조정에서 장점마을 측 변호인단은 80억원의 피해배상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5년간 주민에 대한 3,000만원 한도의 병원비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북도와 익산시는 피해배상으로 50억원을 제시했고 결국 민사조정은 무산됐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피해배상 액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의료지원체계 마련 등에 주민들이 한 발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인근 비료공장 배출 오염물질(연초박)과 주민 발암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했지만 지난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중 22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 중 16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투병 중이어거나 후유증으로 고통을 참으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많다. 장점마을 집단 암 투병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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