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와 관광 플랫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 '재단 소개' 머리에 ‘지역과 상생’을 대외적으로 강조해 놓고 있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최근 ‘지역 민간 문화단체 끌어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의 설립 취지와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장기간 재단 이사장 공백 사태에 이어 송하진 도지사 측근의 낙하산성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재단이 2년 연속 전북도 투자기관 가운데 최하위 경영 평가를 받아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런데 출범 5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전북도 산하 기관, 민간 문화단체와 공모경쟁에서 탈락하자 앙갚음?
재단은 최근 지역 민간 예술문화단체와 경쟁에서 밀리자 절차상 문제를 만들어 이를 뒤집으려다 들통이 났다. 정부 공모사업에서 경쟁 상대인 지역의 민간 문화단체를 찍어 누르려한 정황이 드러나 지역 예술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 산하 기관인 문화관광재단이 젊은 예술가들의 버스킹 무대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하는 '청춘 마이크' 사업을 놓고 벌이는 해프닝이 가관이다. 이 사업은 정부 공모 사업으로 3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올해 전북에서 이 사업에 응모한 단체는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전주시에 소재한 민간 예술문화 단체인 '사단법인 아이엠' 두 곳이었다. 그런데 최종 심사결과,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탈락하고 민간 단체인 (사)아이엠이 선정됐다.
그런데 선정 결과 발표 이후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벌인 행태가 구설에 올랐다. 사업 주관처인 지역문화진흥원에 공문을 보내 ‘민간 단체인 아이엠의 프리젠테이션 발표자의 자격 등 절차'를 문제 삼는가 하면, 법률 자문서까지 첨부해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주관처는 ‘법률 검토 끝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승복하지 않고 있는 행태에 대해 지역 예술인들과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연간 250억 원의 도민 혈세를 집행하는 전북도 산하 재단이 민간 단체와 경쟁하는 모양새도 우습거니와 공모 경쟁에서 탈락하자 절차상 문제를 만들어 결과를 뒤집으려 한 게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심하다는 반응이 잇따라 나온다.
“민간 단체 도와야 할 전북도 산하 기관이 민간 단체와 맞서 경쟁...어불성설”
특히 열악한 지역 민간 문화단체를 상대로 4대 보험 가입 여부까지 따져 묻는 등 어떻게든 문제를 삼겠다는 행태에 지나치다는 반응이 시민사회단체와 예술계에서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민간 단체를 도와야 할 전북도 산하 기관이 맞서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언론들 중 전북도민일보가 지난 21일 이후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한데 이어 전주MBC가 31일 문제점을 심층 취재해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보도를 종합하면,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한 ‘청춘 마이크’ 공모에서 떨어지자 최종 선정된 (사)아이엠 측에 결격 사유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재단은 3월 8일 지역문화진흥원에 “전북 주관처로 응모한 (사)아이엠의 2차 PT 발표자가 해당 단체의 소속직원으로서 발표자 자격에 합당한지(4대 보험 가입여부)의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다. 만약 자격이 없을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재단은 지역문화진흥원에서 별도의 회신이 없자 3월 15일 두 번째 공문을 보냈다. 앞선 공문에 대한 회신 촉구와 함께 “소속 인원의 범위는 근로·고용관계 있는 자로서 4대 보험 가입 여부를 하나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바, 발표자는 아이엠 소속 직원으로 볼 수 없고 외부협력 인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재단 의뢰 변호사의 의견을 포함시켰다.
재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선 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일종의 결탁 의혹을 제기해 아이엠 측의 공모 신청 및 준비과정에 부정한 측면이 있는 것처럼 지역문화진흥원에 얘기를 흘리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역문화진흥원에서는 '아이엠 측의 소명자료 검토와 함께 두 명의 변호사 법률 검토를 거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려 3월 19일 당초 선정 결과를 그대로 확정·통보했다.
“반성은커녕 민간 단체를 부정한 단체로 몰아세워 재단 설립 취지 스스로 부정”
재단이 중앙 공모사업 탈락 후 지역 민간 단체에 ‘딴지’를 거는 부적절한 행태가 드러나 도마에 오르자 전북도의회 조동용 의원(군산3)은 지난 24일 5분 발언을 통해 “공모 사업에 탈락했으면 반성하기는커녕 민간 문화예술 단체를 경쟁 상대로 간주하고 나아가서 부정한 단체로 몰아세움으로써 재단의 설립 취지와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발표자 자격 규정에 대한 해석을 요청했을 뿐, 민간 단체를 음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많은 전북도 예산을 지원 받고 있는 재단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의 처사에 대해 예술인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도내 30개 청년 문화예술단체 대표들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재단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통과 협력의 대상자인 도내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공격과 음해의 대상으로 삼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청년 예술인들은 “지역문화진흥원의 ‘청춘 마이크’ 공모사업 진행 과정에서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보여준 옹졸하고 부끄러운 행태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재단의 무지, 자체적인 확인 과정도 없이 다짜고짜 공문을 접수하는 경솔함, 유선전화를 통해 아이엠을 음해하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을 동원해 진흥원을 압박하는 오만함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낄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의 책임 관계자를 징계하고, 합리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재단의 드러난 문제점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재단은 해마다 문화계를 지원하는 예산을 집행하면서 불공정 시비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예술가치 확산, 문화 참여 확대 등의 추진 전략이 무색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더욱이 재단의 경영실적이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라등급’에 머물면서 사실상 낙제점을 연속 받았다. 신규 정책개발 및 기관 혁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2년 연속 라등급으로 평가된 전북도 산하 15개 출연기관 중 문화관광재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설립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지역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2년 연속 경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바람에 "재단 설립 이후 문화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의 의미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대안도 없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 계획, 체계적으로 마련하라” 지적 받고도 '물의'
특히 지난해 전북도 평가에서 문화관광재단은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그에 따른 성과 점검 프로세스를 체계화시켜야 한다'는 개선 과제를 부여 받았다. 이밖에도 공모사업이나 공연 객석 점유율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더니 올 들어 공모사업에서 민간 단체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은데 이어 무리한 찍어 내리기를 시도하다 되레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전북도는 "지난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임금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라며 “경영개선 계획 보고를 진행해 부진한 부분에 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개선되지 않은 채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재단의 역할과 정체성을 확립하여 전문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문화에 대한 현실 참여,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 향상,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의 문화ㆍ관광 융ㆍ복합, 메세나를 통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그러나 그가 취임한 이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취임 전 전북도의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도지사 측근의 낙하산성 인사’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역의 권력기관이 아니라 도민의 혈세로 어려운 지역 문화예술계를 도와 문화 창달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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