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말하다

“검찰은 또한 범죄 수사와 처벌을 통하여 국가 질서를 지키기 위하여 밤잠 설치며 일해 왔다는 것을 자랑 삼아 떠들고 있다. 검찰이 지키려고 한 것은 누구의 질서였단 말인가.

그들이 지킨 질서는 일본제국주의 질서였고, 군사독재의 질서였으며, 분단의 토대 위에서 성장해온 재벌과 권력의 질서이다.

일제하에서 독립을 외치던 독립운동가를, 군사독재 하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인주인사를, 분단의 시대에 통일을 외치던 학생들을 잡아 가둔 주범이 바로 검찰이다. 이것이 검찰의 역사이다.”

-「검찰 개혁의 방향과 과제」, 『민주범학』 제24호, 이창호, 2003.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관련해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논란이 서초동 촛불집회로 까지 나타났다. 표창장 위조라는 혐의에 대해 검찰은 조국이 후보자 시절부터 임용되어 한 달 남짓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까지 미세먼지 털 듯 조국 일가와 관련 70군데의 압수수색을 펼쳤다. 언론은 무차별적으로 검찰에서 나온 말을 바탕으로 기사를 남발하여 황색언론의 모습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이는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이는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정치검찰 OUT을 외치며 검찰개혁을 주창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누가 봐도 조국이란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 되면 안 된다는 자들의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검찰개혁을 기필코 하겠다는 사람을 그 대상자들이 원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국 장관은 35일 만에 물러났고, 그 부인은 구속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검찰은 아무 곳에나 검찰권이란 칼을 들이대고 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것도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할 검찰권이 마구잡이식으로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유력한 판단자로 행세하고 있다. 그들의 판단이, 국민적 판단 또는 국민적 판단의 근사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여론과 동떨어지고 법률과 먼 곳에 있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뿐이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고 그 죄에 맞는 법률을 적용하며 범죄자를 법정에 세우면서 법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검찰에게 주어진 사명이지만 우리나라 검찰의 역할과 영향력은 법률이 정한 그것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사실상 가치와 정의를 판단하는 심판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사용한 예는 많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특히 많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시민들의 인권보호 보단 인권 침해에 앞장섰던 몇 사례를 보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점을 다룬 MBC –TV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와 기소, 조·중·동에 광고주에게 불매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시민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어처구니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다. 또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로 드러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과 기소 등 검찰이 정의를 버리고 권력의 도구로 사용된 예는 더 있다.

“검찰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의 대표자라는 본연의 역할에 반하는 법집행을 하고 있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한층 노골적으로 그들만의 특권적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임무를 저버린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은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던 과거로 완전히 돌아갔다. 과거 독재정권시절과 같이 정권만을 위한 안보 기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본문 중에서-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윤성열 검찰 총장은 중립성이 언제 잘 지켜졌느냐는 질문에 ‘MB정부는 검찰에 쿨 했다’는 발언을 했다. 어찌 보면 검찰의 흑역사일 수도 있는데 가장 중립적이었다는 검찰 총장의 발언에 당시의 참혹함을 겪었던 정연주 KBS 전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항변을 했다.

“MB 때 쿨 했다고? 무소불위 권력으로 늘 가해자가 되어온 입장에서야 권력은 쿨 할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그 무지막지한 권력에 참혹하게,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하고, 인격살해를 당하고도 쿨 하다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세 개의 공화국 그리고 검찰공화국

누구나 알고 있듯, 대한민국 현행 헌법의 제1조 1항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라 쓰여 있다. ‘민주공화국’. 헌법 첫머리에 명시된 이 한 마디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음을 우린 알고 있다. 친일파를 앞세워 정권을 유지하려했던 이승만 정권과 싸웠고,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 정권과도 깨어있는 시민들은 싸웠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자유는 그들의 피흘림에서 비롯되었다.

대한민국엔 ‘민주공화국’ 외에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두 개의 집단이 더 있다. 하나는 삼성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다. 이 중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검찰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국민에게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 아무런 제한과 제약 없이 권력을 사용해 왔다. 또 그들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그 권력을 마음껏 사용하기도 한다. 죄가 없는 게 뻔해도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기소를 감행해 당사자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이들은 법원에서 무죄가 나고 안 나고는 상관치 않고 수사와 기소를 통해 상대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언론에 필요한 정보를 흘리고 언론은 무차별적 기사를 쏟아낸다. 검찰과 언론의 협공에 의해 당사자는 사법적 판단을 받기도 전에 이미 죄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로 인해 무죄가 나도 대상자는 만신창이가 됨으로써 검찰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검찰이 죄를 저지른 경우 그들을 단죄할 방법은 거의 없다. 기소권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는 쓰디 쓴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그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기도 없고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런 검찰에 대해 해부하거나 그 문제를 정리하는 노력들은 미미했다. 한때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로 불리기도 했고, 자기들만의 공화국,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조직을 만들어 공고한 울타리를 쳐놓고 그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게 하며 지금까지 막대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검찰, 그 검찰의 60여 년의 역사를 그나마 파헤친 책이 있다. 2011년에 출간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지음)이다. 책을 출간한 지 9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검찰 개혁은 요원하고 그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크게 세 부로 나누어 검찰의 부정적 속살들을 파헤치고 있다. 제1부 ‘검찰의 길을 묻다 검찰의 역사’에선 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법률 기능공으로 고문 사건, 조작 사건을 은폐하고 엄호하면서 권력에 기생한 검찰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제2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에선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수사권과 기소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과 특히 수사권을 완전히 검찰이 장악하고 있고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을 지니고 있는 검찰의 모습을 다루었다. 이로 인해 표적 수사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로 인한 사건들을 보여주며 특히 이명박 시대의 검찰의 실체와 파트너로서의 검찰의 모습과 현주소를 다루고 있다.

제3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에선 조국 전 장관으로부터 시작된 법무부의 탈검찰화, 지금은 특수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 폐지, 감찰권 강화 등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권력이 강화된 검찰에 대에 권력을 통제할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감찰권 강화 등을 통해 검찰의 폭주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통제하는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검찰의 폭주를 통제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서초동 촛불 집회에서 드러나듯 많은 이들은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사법 개혁과 검찰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외청이지만 검사들이 법무부의 장관, 차관, 실장과 국장 등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법무부 각 부서의 과장이나 실무책임자도 대부분 현직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에 의한 법무부 장악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하급기관의 종사자인 검사들이 상위기관인 법무부를 거꾸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 본문 중에서 -

검찰에 의해 장악된 법무부. 이런 법무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조국은 이런 잘못된 상황을 고치기 위해 검찰 개혁을 최우선으로 삼고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일환의 하나로 법무부와 관련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제자리로 돌리고자 했고, 제2기 범무·검찰 개혁위원회에서도 법무부 내 감찰전담팀을 구성하고 법무부 감찰관, 감찰담당관, 감사담당관 등을 비검사로 임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즉시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조국 장관이 사퇴로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질지 두고 볼 사항이다.

“대한민국의 검은 조직, 검찰을 말한다”

책의 뒷면 표지에 쓰인 이 문장이 책장을 덮고 나서 내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뒷골목 조폭에게나 쓸법한 ‘검은 조직’이 검찰에도 쓰이고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검찰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직선은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대 검찰은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집단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검찰 개혁을 말할 때마다 검찰은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하는 척 하긴 하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듯 하는 셀프 개혁은 늘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지난 역사에서 보여주었다.

검찰은 인식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국민을 위해 쓰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왜 대다수의 국민이 검찰개혁을 원하는지를.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건에 대해 연이어 압수수색을 기각한 현실을 보고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 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토로하는 임은정 검사의 낙담이 단지 임은정 검사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임을. 지금도 서초동에서 여의도에서 촛불을 들고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권력의 성(城)이 ‘그들의 성역’에 머물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김현. <사람과 언론> 제7호(2019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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