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김희수(변호사․‘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공저자)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아니하여 민주적 정통성이 박약한 사법 권력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을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를 침탈할 우려가 있고,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
1. 정치인의 거짓말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별다른 의식 없이 선의의 거짓말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거짓말 잘하는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정치인들입니다.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서 선거 공약(公約)이 거짓말, 빈말로 바뀌는 공약(空約)은 일상적으로 목도해 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공약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행할 수 없었다면 이는 수긍할만한 이유가 상당히 있습니다. 하지만, 공약불이행을 넘어서 국가를 불행으로 이끈 국가 대표선수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도 많습니다.
1950. 6. 28. 이승만 전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십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라고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대전으로 도주해 버렸습니다. 한강 폭파로 수 백 명의 무고한 사람이 수장되어 몰살당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우리는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했다. 우리는 생물연구소들을 발견했다”고 말하며,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였습니다. 부시 스스로 ‘제2의 십자군 전쟁’이라고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주권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은 정보공작이나 범행 은폐 시도에 대해 자신은 아는바가 없다고 계속 거짓말하다가 미국정치 사상 최초로 탄핵 위기에서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불명예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평범한 사람들의 거짓말과 비교하면, 영향력이나 파괴력에 있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국민은 정직한 정치인을 요구하고, 갈망하기까지 합니다. 정치인들 거짓말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심판 이외에 정치인의 거짓말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앞서 말한 거짓말로 처벌받은 사실은 없습니다. 거짓말한 정치인을 감옥에 보낸다면 아마 정치인 모두 감옥에 가게 될 것입니다. 어떤 거짓말을 법으로 처벌할 것인지는 문제는 곧 법과 도덕의 영역을 구분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영원히 해결되기 어려운 ‘법철학의 케이프 혼’으로 불리는 논쟁 과제라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아니하여 민주적 정통성이 박약한 사법 권력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을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를 침탈할 우려가 있고,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2019. 9. 6. 수원고등법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재선의 강제입원절차와 관련해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한마디로 피고인이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은 경우 그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300만원의 벌금형 선고는 경기도지사직을 박탈하는 법적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하였는데 과연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법적 판단은 정당하고 정의로운지, 정치인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사건 개요 및 재판 경과
1) 검사 공소사실 요지
검사는 피고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범죄사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인이 피고인 형 이재선의 정신건강상태가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한 사정이 없음에도 이재선을 사회에서 격리시킬 의도로 직접 또는 000를 통하여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이재선에 대하여 (구)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하는 등으로 직권을 남용하여 분당보건소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요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10.경 이재선을 용인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시도한 적 있고, 2012.경 주도적으로 이재선의 정신병원 입원을 지시하였는데도, 피고인이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선의 강제입원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므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소제기 하였습니다.
2) 제1심, 항소심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는 기초 사실 및 경과
검사의 직권남용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제1,2심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인정하고 있는 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이재선은 2002. 2.경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성남시 수정구 청소년수련관 매점을 특혜로 위탁받았고, 유부녀와 두 번 불륜관계를 가졌음’을 고백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 이재선은 그 무렵 취재 기자와 주변인에게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는데, 이 발언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정신질환이 다소 의심될 정도로 특이한 내용이다. 또한, 이재선은 그 무렵 의사 000로부터 조증약을 건네받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상당하다.
② 이재선은 2012. 2.경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까지 사이에 다수의 성남시청 공무원 및 일반시민 등에게 과도한 폭언, 욕설, 협박 등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모친인 000와 피고인을 비롯한 여러 친족들에게도 과도한 폭언이나 저속한 발언 등을 해 왔다. 이재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그 빈도, 발언 내용,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일반 평균인의 행위로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③ 이재선은 ⓐ 2012. 5. 28. 모친인 000을 협박하고, ⓑ 2012. 7. 15. 모친000와 동생들인 000, 000을 폭행하여 각 상해를 가하고, ⓒ 2012. 7. 1. 성남시청 시의회 청사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성남시의원들의 의장 후보 선출 업무를 방해하고, ⓓ 2012. 7. 26.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소재 롯데백화점 지하2층 의류매장에서 소란을 피워 그 영업을 방해하고, 롯데백화점 보안요원을 폭행하였다.
④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이후의 사정으로서, 이재선은 ⓐ 2013. 2. 20.‘00한의원’에서 심신안정을 위한 약재를 처방받았고, ⓑ 2013. 3. 13. ‘00과 00’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으며, ⓒ 2013. 3. 16. 처인 000에게 죽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한 후 차량을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기도 했고, ⓓ 결국 2014. 11. 21. 처인 000와 딸인 000에 의해 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에 강제입원되었고, 그때부터 2014. 12. 29.까지 위 병원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았다.
⑤ 이재선에 대한 진료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재가 있다. ⓐ 국립부곡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000의 2015. 2. 9.자 소견서에는 “이재선은 2012년부터 과잉행동, 과대망상, 수면욕구 감소 등의 증상이 시작되었고, 울증과 조증 증상이 반복되다 2014년 재발된 과대망상, 피해망상 및 과잉행동 등의 증상으로 본원에서 입원 치료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00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000의 2017. 8. 17.자 협의진료 회신서에는 “이재선은 이 무렵(피고인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경 무렵으로 보인다)부터 조증 삽화를 간헐적으로 경험하며 가족들에게 충동적으로 욕설을 하며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있었음. 2012년에는 가족회의 자리에서 말다툼이 심해지며 몸싸움까지 하였고, 당시 조증 삽화가 있던 환자는 백화점 앞 노점상들에게 공격적 행동을 하여 잠시 내과에 입원하기도 하였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⑥ 피고인은 2012. 3.경부터 직접 또는 비서실장인 000을 통하여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인 이재선에 대하여 (구)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 또는 독촉한 사실이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제1,2심 법원은 피고인이 이재선에게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오로지 이재선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는 의도로 이재선에 대하여 (구)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요지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다만,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은 제1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선고하였는바, 그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3. 거짓말이라고 판단한 항소심 법원 판결 요지
1) 거짓말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발언 내용
수원고등법원이 피고인 발언 중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고의에 기한 거짓말(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8. 5. 29. 한국방송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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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피고인 :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 김영환 : 왜 없습니까? 그 보건소장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피고인 : 그런 일 없습니다. 김영환 : 그러면 성남시청 8층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에서 위탁한 성남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이재선 씨에 대해 아무런 문진이나 검진도 없이 정신병자라고 판명했습니까? 피고인 :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
2018. 6. 5. 문화방송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발언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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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 보자라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후략) |
2) 거짓말이라고 판단한 이유
(1) 무릇 어떠한 사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나, 나아가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소극적으로 이를 숨기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덧붙이는 진술을 하였고, 그것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 역시 위 법조항 소정의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은 2012. 4.경부터 8.경까지 사이에 분당구보건소장 및 그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이재선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의 절차 진행을 직접 지시하고, 이에 따라 이재선에 대한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하였음은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비록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고, 그 나머지 발언은 일부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기는 하나, 이 부분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선거인이 위 발언을 접하였을 때 받게 되는 인상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이재선에 대하여 위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이재선에 대한 위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숨긴 채 이러한 발언을 함으로써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은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거짓말이라는 법원 판결의 위법성
항소심에서 유죄라고 허위사실로 지적·판시한 발언 내용의 핵심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답변입니다. 항소심은 이 답변을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일부 관여한 사실”을 숨기고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해석하고, 해석의 결과를 유죄 근거로 삼았습니다.
피고인이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위와 같이 발언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을 통해서 발언 취지가 거짓말(허위사실)로 판단되므로 유죄라는 논리입니다.
1) 죄형법정주의 확장해석금지 위반 판결
대법원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누차 판시해 왔습니다.
피고인의 발언 답변은 ‘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 ‘강제입원을 시킨 것은 이재선 처와 딸이다.’라는 취지, ‘난 시장으로 적법한 권한을 행사한 사실밖에 없다. 강제로 위법하게 입원시키려 한 적은 없다’또는 ‘시장 권한으로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지시한 사실만 존재한다.’라는 취지, ‘자세한 내용도 모르면서 불운한 가족 문제에 대해 제발 그만 좀 공격해라’는 취지, ‘난 패륜아가 아니다’라는 취지 등 발언 내용은 매우 다의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질문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지 않고 너무 포괄적이고 애매한 내용으로 질문자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해석은 더욱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인은“ ①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②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 보자라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을 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피고인의 ① 발언만을 분리시켜 놓고 보면 항소심 판결처럼 해석할 가능성이 일부 존재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② 발언 내용은 법원에서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피고인이 시시콜콜 자세하게 발언하지 않았지만 이재선의 정신질환에 가족과 피고인 본인이 관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즉 피고인 발언이 전체적으로 사실에 입각해 있고, 최종적으로는 이재선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시킨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항소심 해석은 수용하기 어려운 견해입니다.
피고인의 짧은 발언 내용이 위와 같이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전체적인 피고인 발언이 사실에 입각해 이루어진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법원은 그 의미를 오로지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라는 취지로만 제한해서 해석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의미를 모두 제외하고 오로지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라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확장해서 독단적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위법한 판결입니다.
2) 부작위범 법리 위반 판결
엄마가 유아에게 젖을 주지 않아 유아가 굶어 사망한 경우 엄마는 살인죄 죄책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의 전형적인 예에 속합니다. 강학 교재에 흔히 나오는 것처럼 길을 걸어가다가 하천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어린 아이를 목격하고도 이를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경우, 목격한 행인에게 모두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으로 살인죄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런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적인 의무이어야 하므로 단순한 도덕상 또는 종교상의 의무는 포함하지 않는다.」판시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법원이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하지 아니하였으나, 이재선에 대한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절차 일부가 진행된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유죄 판시 이유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리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이라고 판단한 내용입니다.
피고인에 대해 재판을 진행한 제1,2심은 ‘친형 이재선이 피고인 모친, 형제자매 등은 물론이고, 다수의 시청 공무원 및 일반 시민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과, 협박, 상해 등을 가한 사실, 이재선이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 피고인은 법령에 따라 정신질환 의심 자에 대한 진단 절차에 지시·관여한 행위는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항소심이 이재선에 대한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절차 일부가 진행된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적법한 행위입니다. 피고인은 시장으로서 적법한 권한에 따라 2012. 3.경부터 직접 또는 비서실장인 000을 통하여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인 이재선에 대하여 (구)정신보건법 제25조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 또는 독촉하였습니다. 제1,2심은 이러한 행위가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논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강제진단 및 입원절차를 지시한 적법한 행위를 TV토론회에서 마땅히 전부 말했어야 하는데 숨기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논리입니다. 항소심 판결에서 논리 모순의 극치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피고인이 정신질환 의심 자에 대한 진단 절차 진행 지시 및 관여행위를 선거 토론회에서 진술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러한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으로서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떠한 법령에도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항소심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을 발언해야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토론회에서 A시장이 정신보건법에 따라 B라는 정신질환 의심 자에 대해 경과 내용 등을 자세히 발언하는 경우, 업무상비밀누설이나 명예훼손 등의 법적 문제로 비화되고, 도덕적으로도 극심한 비난이 일어 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친형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밝히고, 발언해야 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항소심이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가족관계에서의 비극적인 내용으로 철저하게 보호받아야 할 매우 민감한 프라이버시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는 도덕적·윤리적 의무도 인정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입니다. 정치인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개인 사생활 프라이버시권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전부 말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 정신을 침해하는 위법한 것입니다.
따라서 항소심의 판단은 부작위범에 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한 판결입니다.
3) 입증책임과 증거취사선택 위반 판결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 것만으로는 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직접적으로 발언한 사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답변에 대해 「“이재선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일부 관여한 사실”을 숨기고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해석한 것이 항소심의 유일한 유죄 근거입니다.
항소심이 판결이 적법하고 정당한 판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항소심이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피고인 발언을 오로지 강제입원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죄라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피고인 답변을 “이재선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만 오로지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증거로 입증한 사실이 전혀 없고, 그런 증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원심 판단은 재판부의 독자적인 주관적 해석 이외에는 달리 증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검사의 입증책임 원칙과 증거취사선택에 있어 위법을 저지른 위법한 판결입니다.
4) 증명정도에 관한 법리위반 판결
유죄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답변은 여전히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 발언이 거짓말(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합리적 의심이 배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항소심은 재판부의 주관적 해석과 판단에만 근거하여 유죄로 판결함으로서 증명 정도에 관한 법리를 위반하였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항소심은 해석에 따른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심의 편견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판결문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형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사적 이익이 전혀 없지 않은 이상 --- 정치적·도덕적으로 비판을 받은 여지가 있다.”는 부분입니다.
피고인과 가족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사적 이익이 존재한다는 편견으로 피고인을 과도하게 의심하고, 의심을 처벌하기 위해 증명정도에 관한 법리를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보이기 이유입니다.
5) 피고인 고의 존재 여부
항소심은 피고인의 범의를 인정하고 있는바, 주요 근거로 피고인이 정신질환 의심 자에 대한 진단 절차 진행 지시 및 관여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서 이를 발언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항소심 논리는 피고인에게 강제입원 절차 진행 지시 및 관여행위를 발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논리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법적의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점은 이미 지적한 내용과 같습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피고인에게 강제입원 절차 진행 지시 및 관여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곧 범의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항소심은 성립하기 어려운 전제 위에 있어 위법합니다.
나아가, 항소심은 피고인의 강제입원 절차 진행 지시 및 관여한 행위를 적법행위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를 이유로 범의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 역시 성립 불가능한 논리입니다.
더욱이 질문자가 “피고인이 이재선에 대한 불법적인 입원을 시키려 하였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였다는 점, 피고인은 “의혹제기를 멀쩡한 사람에 대한 불법적인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하려고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해하고 부인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토론회에서 발언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분·초 단위로 매우 짧은 점, 발언의 다의적인 취지, 피고인 지시 및 관여 행위의 적법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6)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 여부
제1,2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주요 증거를 은폐하고 증거의 조사 및 현출을 방해하는 등 객관의무를 위반하여 공소권을 남용하였으므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검사가 미필적이나마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주요 증거를 은폐하거나 증거의 조사 및 현출을 방해하는 등으로 객관의무를 위반하여 공소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간략히 판단하였습니다.
검사가 공소 제기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핵심 쟁점 사실은 ‘피고인이 피고인 형 이재선의 정신건강상태가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한 사정이 없음에도 이재선을 사회에서 격리시킬 의도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이재선의 정신과 치료여부, 이재선의 언행, 정신과적 상태 등은 핵심쟁점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
검사는 디지털포렌식 분석결과 2013. 3. 16. 이전부터 이재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재선과 백기주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2013. 3. 16. 교통사고는 졸음운전이 아니라 자살시도였다는 명백한 증거(각종 녹취록 10개)를 확인, 확보하였음에도 이를 증거에서 누락시키고, 은폐하였습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누락시킨 증거를 발견하고, 검사에게 증거 개시를 요구하였으나 검사는 5번에 걸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증거에 대한 열람등사를 막으려고 방해하였습니다.
검사가 누락시킨 증거 내용이 이재선의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한 사정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변호인의 증거 열람등사를 방해한 점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항소심이 사후에 마지못해 증거 열람을 허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검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어떤 의도를 가지고 증거를 은폐하고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사 항소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하여 피고인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로 기소를 강행한 것이라는 의심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5.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가.
정치를 도덕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려는 마키아벨리 의견도 있고, 정치와 도덕의 상호관련성을 중시하고 도덕도 정치도 선의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 견해 등도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취하든 현대사회 도덕과 윤리 실종이라는 위기 앞에서 정치인의 도덕적·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특이합니다. 검찰이 기소하고, 항소심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짓말(허위사실공표)이라는 내용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거짓말과는 전혀 결이 다른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법원이 사실을 숨긴 채 발언하였다면서 거짓말이라고 유죄로 인정한 내용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통한스러운 개인 가족사이고, 낯부끄러워 남에게 말하기 싫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영역입니다.
항소심 논리에 따르면, 피고인이 TV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질환 행태, 정신질환에서 기인한 각종 행패 내용, 피고인과 가족 모두에게 발생한 중대한 문제, 그래서 시장으로서 권한에 따라 (구)정신보건법에 따른 요건에 해당하는지 지시하고, 독촉하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전부 말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러내기 힘든 부끄러운 가족 이야기를 온 천하에 공개적으로 전부 말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길 즉 도덕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침묵이 미덕인 경우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결국 피고인이 숨긴 채 발언하지 않았다고 법원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피고인이 발언해야 할 법적의무가 인정되는 사항도 아닌 것은 물론이고, 도덕적·윤리적으로도 발언 의무가 있다고도 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검찰은 이것을 거짓말이라고 문제 삼아 기소하였고, 법원은 적법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모순된 논리로 유죄라 판단하였습니다. 정치도 그만하라고 못 박았습니다.
검찰이 피고인을 도덕적·윤리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의 이름을 빌어 법의 판단 영역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합리적 의심까지 고려해보면, 고도의 정치적 계산 없이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와 정의를 외면하고, 정치와 법과 도덕의 경계를 무너뜨려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피고인이 거짓말 한 것이 아니고, 거꾸로 검찰과 법원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과 언론> 제7호(2019 겨울).
김희수 : (전)검사, (전)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전)전북대 법과대학 부교수,
(현)변호사(법무법인 리우), (현)인권연대 운영위원 (저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삼인, 2011년) 공저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