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칼럼
○○일보 3년 연속 지역 유료부수 1위 '수성’
○○일보, 지역 일간지 중 발행·유료부수 1위
○○일보, 전국 104개 지역일간지 중 유료부수 ○위
한국 ABC협회가 지난해 연말 '2017년도 일간신문 발행 및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발표하자 지역의 일부 신문사들은 1면에 자랑을 톱기사 또는 박스기사로 큼지막하게 다뤘다. 얼마나 생존경쟁이 치열했으면 민망한 자화자찬 기사를 1면에 올렸을까, 측은함이 묻어났다. 적게는 수 십 만부에서 많게는 100만부 이상 유료부수를 발행하는 서울의 족벌(재벌)신문들도 있는데, 겨우 1만부 안팎의 부수를 당당하게 ‘최고’라며 칭송하다니, 자신감과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한국 ABC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등록된 일간지 163개 사의 발행부수는 967만3천885부, 유료부수는 713만5천778부로 작년 대비 각각 0.78%, 0.59% 감소했다. 유료부수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업계의 고질적인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11개 종합일간지들의 전체 발행부수는 476만7천648부(전체 49.3%), 전체 유료부수는 376만2천730부(전체 52.7%)다. 전국 163개 신문사들 중 서울에서 발행되는 11개의 신문사 유료부수가 전체 발행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스포츠지 등을 포함하면 더 큰 비중이다.
이에 비해 서울 외 지역에서 발행되는 104개 일간지의 발행부수는 163만6천788부(전체 16.9%), 유료부수는 101만9천855부(전체 14.3%)에 불과했다. 수적으로는 서울에 비해 10배가량 많은 지역신문사들의 발행부수는 다 합쳐도 20%에 못 미치는 수치다.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형성돼 온 서울중심의 과점신문 체제가 고착화된 때문이다. 갈수록 왜소하고 척박한 지역 언론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하다.
<조선일보> 100만부 이상 발행, 지역 1위 <부산일보> 11만부와 큰 차이
발행부수 인증 신문사 가운데 유료부수가 100만부를 넘는 신문사는 <조선일보> 한 곳뿐이다. 유료부수 50만 부 이상의 신문사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3개 사로 나타났다. 유가부수와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이른바 <조중동>의 과점·독식은 변함이 없다.
진보세력 또는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수구’니 ‘꼴통’이니 조롱을 받고 있는 <조선일보>가 123만8천548부의 유료부수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반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부산일보>는 겨우 11만3천703부에 머물 정도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부산일보>는 선방한 것이다. 나머지 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유료부수 1만부 미만인 신문사들이 무려 70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겨우 수천, 수백부의 유료부수를 찍거나 아예 유료부수 등재가 전무한 신문사들도 존재한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과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유료부수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동종업계에서 이렇게 큰 차이(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가 나는 품목을 생산하여 유통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종이 신문 말고 또 있을까?
더구나 종이신문의 발행부수는 2013년 전년 대비 9.09% 감소, 2014년 8.97% 감소, 2015년 5.94% 감소, 2016년 1.36% 감소, 2017년 0.78% 감소 등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신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신문사들은 여전히 기사를 출고하면 그걸로 끝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지도, 확인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일방향식 의제설정과 독과점 판매시장은 아무리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다. 자사의 이념을 가득 채색한 지면, 폐쇄적 게이트키핑에 의존한 뉴스 생산과 판매 시스템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는 사이에 디지털 중심으로 저널리즘의 지형은 급변했다. 소수의 언론이 경쟁하던 과거와는 전혀 딴 세상이 됐다. 무한경쟁의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 공룡’으로 둔갑한 포털은 이미 뉴스 이용자들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일방향 의제설정이 아닌 쌍방향 의제설정만이 뉴스 이용자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 사막의 확산>, 전 세계 ‘신문의 멸종’ 경고
이 때문에 ‘신문이 위기’라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유행가처럼 흘러나왔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뉴스 소비가 확산되면서 종이신문을 펼쳐든 독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독자가 이탈하고 광고주도 독자를 따라 서서히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들은 여전히 기존의 관행을 고집하고 있다. 위기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선진 외국들도 신문사들의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문과 방송> 1월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의 발표 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2004년 이후 미국에서 62개의 일간지와 1천749개의 주간지가 문을 닫거나 합병됐다. 2018년 미국 전체 카운티의 절반인 1천449개 지역에서는 평균 8천부 미만 발행의 소규모 주간지 하나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171개 카운티에는 아예 지역신문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종이신문 독자의 감소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2004년 이래 일간지 2천100만, 주간지 2천800만의 발행부수가 감소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한 교수가 2018년에 발간한 <뉴스 사막의 확산(The Expanding News Desert)>은 이 같은 현상을 잘 소개했다. ‘확산되는 뉴스 사막’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150년 역사의 <록키마운틴뉴스>는 2009년 문을 닫았다. 창간 150주년 기념일을 두 달 남긴 시점이었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도 경영이 어려워져 매각됐고, 동북부 지역의 유력 일간지 <필라델리아 인콰이어러>는 사옥까지 매각하며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다.
또한 미국 서부의 최대 신문사 <LA타임스> 역시 2018년 매각됐다. 독자 감소와 광고수입 저하로 인력을 감축하고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뀌며 버티다가 2008년 파산보호 신청 상태에서 결국 매각에 이르렀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990년에 비해 발행부수가 85%까지 감소하자 결국 2016년 3월 26일 인쇄판을 접고 온라인신문으로 전환했다.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신문사 편집국 인력은 2006년 7만4천410명에서 해마다 감소해 2017년 3만9천210명으로 10여 년 사이에 절반가량인 48%가 줄어들었다.
종이신문 이용시간 바닥 수준...독자는 떠나도 광고·협찬 수입은 유지되는 기현상
국내 종이신문의 위기 상황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1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그 실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996년 85.2%였던 종이신문 열독률은 매년 감소하다가 2017년 16.7%까지 떨어졌다. 하루 평균 종이신문 이용시간 역시 1996년 43.5분에서 매년 감소하다 2017년에는 4.9분까지 추락했다. 종이신문 열독률과 하루 평균 열독시간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경우 열독률 5.4%, 열독시간 1.1분, 30대는 열독률 9.0%, 열독시간 2.2분에 그치고 있다. 젊은 세대로부터 종이신문은 더 외면 받고 있다. 신문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종이신문의 광고수입과 전체 매출에 어떤 변화가 왔을까? 2011년 2조200억 원이던 종이신문의 광고수입은 2014년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2015년 반등하면서 2017년에는 1조9천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6년간 710억 원 정도 감소한 결과다. 신문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1년 3조9천987억 원에서 감소하다 역시 2015년부터 다시 증가해 2017년에는 3조7천694억 원을 기록했다. 기이한 현상이다.
독자는 속속 떠나고 있는데 광고와 전체 매출은 크게 줄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2017년 종이신문 종사자 현황을 보면 주간지 종사자는 감소했지만 일간지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종이신문 독자의 급격한 이탈과 신문이 위기라는 절박한 목소리에 비하면 조사결과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신문사 매출액의 변함없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다. 서울의 종합일간지 11개사 총매출액 기준으로 2011년 1조6,050억 원에서 2017년 1조3,705억 원으로 2,344억 원 정도 감소했으나 여기에서도 상위 3개사(조중동)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출이 1천억 원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심각한 부침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독자 감소에 비하면 크게 선방한 셈이다.
기업·관공서 자양분, 언제까지 의존할 것인가?
신문이 위기라는 이야기는 종이신문에서 멀어진 독자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수입을 보면 여전히 절실하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기업과 관공서의 광고·협찬은 위기의 신문사들을 지탱하게 만드는 자양분과도 같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의 독자 이탈이 지속된다면 발행부수뿐만 아니라 광고수입에도 타격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세상으로 떠난 독자는 종이신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러 조사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더구나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언론산업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터넷이 태풍이라면 인공지능은 쓰나미’라고 비유할 정도로 신문산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디어 이용 환경이 변화하면서 종이신문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대신 미디어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와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이동형 미디어를 점점 더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의식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났다.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2011년 36.7%에서 2018년 약 2.4배인 86.7%로 5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종이신문 열독률은 1996년 85.2%에서 2017년 16.7%로 5분의 1 수준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신문기업 매출액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수입의 59.9%로 여전히 높다는 점이 미스터리다.
이런 와중에 포털의 공룡으로 불리는 <네이버>는 종이신문들이 생산한 뉴스를 유통시키면서도 되레 뉴스 플랫폼에서는 갑의 위치에서 군림하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 맞춤형 화면을 제공하는 방식의 뉴스판 개편안을 발표하자 당장 신문사들은 비상이다. 커피 쿠폰 같은 소소한 경품에서부터 해외여행 상품권, 안마의자 등 고가의 상품을 내걸며 <네이버>를 통해 자사의 뉴스를 이용해 달라는 홍보를 하고 있으니 누가 갑이고 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또한 기인한 현상이다.
이처럼 신문의 위기는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돼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막상 신문사들과 종사자들의 행태를 보면 전혀 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들이 설정하는 의제만이 최고라고 여기며 여전히 취재현장에서나 광고시장에서나 제왕적 행세를 일삼는다. 기업과 관공서는 그들의 생존을 위한 먹잇감으로 제격이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의도 좇는 신문사와 종사자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사들의 생존비법을 참으로 궁금해 하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윳거리는 이유이다.
특히 발행부수 1만 부 미만의 수많은 지역 일간지들의 생존경쟁은 날로 처절하지만 하루하루 버텨 나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고정 독자와 자체적으로 노력해 수주한 광고 수입만으로 매일 신문을 발행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발행부수가 겨우 한 자리 숫자인 일간신문들이 연명하는 데는 기업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대학 등이 결정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혈세로 신문 구독료·광고·협찬, 기자들 오찬·만찬·선물까지
전북지역의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이 전북도 및 14개 시·군에서 지출한 2017년 신문 구독료 비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18년 상반기 정보공개를 청구해 분석한 결과, 전북 지자체들이 한해에 모두 16억5천531만7천570 원을 구독료로 지출했다. 일간지 수가 16개로 전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지역에서 개인 구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구독료를 지자체가 혈세로 부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북도와 14개 시·군 및 의회의 신문 구독료 지출액 순위 상위 10개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이다. 그 중 <전북일보>가 1억2천485만4천 원으로 가장 많고 <전북도민일보> 9천854만8천 원, <전라일보> 8천508만2천 원 등의 순이다. 다른 신문사들은 연간 5천만 원 내외에 달한다. 발행연도 순으로 지출 예산이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신문 구독료 외에도 전북민언련이 발표한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북도 및 14개 시·군에서 언론인 간담회·오찬 만찬에 지출한 비용과 선물구입에 지출한 금액은 3억2천771만9천970원으로 나타났다. 간담회와 오찬·만찬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세부 내역들을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간담회 형식으로 지출한 기자들의 밥값이 여전히 적지 않다. 간담회를 통한 업무홍보라는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자들과의 식대를 시민들의 세금인 공적 예산으로 지출한 것이다. 출입기자 식사대접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치단체장 등의 업무추진비에서도 관-언 유착의 냄새가 풀풀 난다.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특정 금액 이상이 되면 누구에게 지출했는지, 무엇을 구입했는지를 공개하도록 규정짓고 있으나 대부분 모호하게 ‘언론 관계인’이라고 지칭하거나 구입한 물품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선물 구입비용의 경우 누구를 대상으로 몇 개를 구입하고 어느 시기에 지출했는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관급공사 수주 대가로 차량 받은 기자도
지역 언론사와 종사자들의 비리와 구속 사례도 끊이질 않고 있다. 관공서 또는 기업에 무리한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는 다반사이다. 심지어 업체나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금품을 요구하다 적발된 비리도 잦다.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지난해 3월 하도급 업체로부터 관급공사를 수주해주는 대가로 리스 차량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지역 일간지 주재기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전북지역 언론사들의 비리를 7개월 동안 집중 수사한 검찰은 보조금 횡령과 김영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언론사 대표 등 26명을 재판에 넘겼다. 전주지검은 일간지 편집국장 등 3명을 포함해 지역 14개 언론사 간부 10명과 기자 13명 등 모두 26명을 기소했다. 비리유형들이 가관이다.
한 지역 일간지 편집국장은 기업체 등으로부터 광고비 수수를 가장해 수천만 원을 수수하고, 홍보성 기사 게재 대가로도 역시 수천만 원을 챙겼으며, 지자체 행사 보조금을 받아 하도급업체에서 1억2천20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 또 지역 일간지 대표는 행사 후원금 명목으로 8천만 원을 챙기고, 근로자가 아닌 주재기자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등재해 3천900만 원의 보험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주재기자 등 6명은 국책사업을 주관하는 업체로부터 1인당 226만 원의 해외여행 경비를 수수하고, 11명의 주재기자는 업체에 우호적 기사를 쓴 대가로 수백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금품갈취, 횡령에서 최저임금법 위반까지
언론사 또는 언론인 범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과 배임수재, 금품갈취와 보조금 횡령, 최저임금법 위반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등 다양하다. 대부분 지역 신문사 간부와 기자들이다. 이들은 특정 기업체 등에 우호적인 기사를 쓴 대가로 금품을 받고, 영세한 기업체 등에게 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지만 실제 광고를 싣지 않기도 했다. 지역 주재기자들은 주민 찬반 의견이 극명히 갈리는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업체를 위한 기사를 쓰고 해외여행 경비 등 이득을 챙겼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뒤 비용을 과다 계상해 하도급업체로부터 일부를 되돌려 받은 사례도 있다. 다수의 지역 신문사는 기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부는 주재기자를 고용하는 대신 형식적 용역계약을 맺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근로자로 올려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한 사례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지역 신문사들은 기자별, 지역별 광고수주 목표를 설정해 놓고 수주한 광고비의 10~30%를 기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역 언론사는 신문 판매 매출보다 광고수익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광고를 수주하지 못하면 인건비 등 기본적 경비조차 조달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검찰 관계자는 “낮은 임금을 받는 기자들은 광고비의 일정 부분을 보전받기 위해 홍보성 기사를 쓰고 금품을 받거나 기업체 등의 약점을 잡아 금품을 갈취하는 악순환 구조가 확인됐다"면서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언론사가 구조적 비리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에서도 광고비나 보조금 지급에서 심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적폐청산, 우선 실천해야 할 지점은 신문사 내부
이 같은 사례는 올 연초부터 다시 불거졌다. 전북 임실군청 일부 공무원들이 건설업자를 상대로 언론사 광고비 명목 등의 뒷돈을 요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일부 지역신문 주재기자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금품을 뜯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도 연초 지역신문 간부가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산업단지 입주를 도와주겠다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지역신문 편집국장 출신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지역신문사 기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환경산업단지에 입주를 원하는 환경폐기물 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게다가 공무원과의 친분을 통해 입주 승인을 받게 해주겠다며 휴가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까지 포착됐다.
경남지역에서도 직원들이 직접 고발해 수사기관에 넘겨진 지역 일간지 전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및 뇌물수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창원지법 제2형사부는 지난 1월 지역신문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 및 2000만원 추징도 명했다. 2014년부터 2016년 동안 5억9천만 원을 횡령하고, 약 2396만 원을 배임한 혐의다. 이 전 사장은 횡령한 신문사 자금 대부분을 그가 소유한 건축공사업체 운영에 썼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신문사 명의 자금을 자신의 계좌를 거쳐 업체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2015년 6월에 2억 원, 2016년 1월에 1억4,000만원, 2월에 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사건들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이들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러고도 지역 언론사들과 기자들은 자신들만의 취재 공간인양 관공서의 기자실에 안주하며 폐쇄적으로 기자단을 운영하며 떵떵거리고 있다.
그런 자신감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디지털과 모바일 세상으로 독자들은 속속 떠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신문에서 눈을 뗀지 오래다. 신문이 계속 존재하려면 종사자들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향해 혁신과 적폐청산을 목청껏 주문하고 있는 신문사들이야말로 혁신과 적폐청산이 절실한 지점이다. /<사람과 언론> 제4호(2019 봄).
/박주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