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의 미디어 비평

박주현 언론학 박사
박주현 언론학 박사

방송은 신문과 달리 희소성을 지닌 전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이 독점할 수 없다. 대부분 국가들이 방송채널을 공공재로 취급하며 국민을 대신하여 공정하고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방송 규제의 정당성은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한다. 하나는 전파의 희소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방송 미디어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다.

그 중에서도 방송의 자유와 책임에 관한 법적 다툼이 있을 때마다 미국 법원은 전파의 희소성을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거 기간에 방송사들이 모든 후보들에게 똑같은 방송 이용 기회를 보장하는 '동등시간 원칙'도 이러한 규제를 기반으로 한다.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BBC도 칙허장(19절)을 통해 정부 부처장들 혹은 그 외의 어떤 사람들로부터도 지시나 요구받지 않도록 항시적으로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방송사들의 '3등분 원칙'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원칙에 따라 선거 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야당이 똑같은 방송시간을 갖는다. 지상파 방송들은 전체 보도시간뿐만 아니라 각 정당 관계자의 공식적 기자회견, 뉴스 시간에 삽입되는 인터뷰, 시사프로그램 출연 등 방송에서 이루어진 모든 정치 방송 시간을 3등분하여 정부, 여당, 야당에 균등하게 할애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독일은 공영방송 방송평의회가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의 법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이들 국가의 방송 미디어 뉴스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근간이 된다.

그런데 희소성을 띤 전파,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방송 주파수 관리가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다면 결과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기능이 무뎌지고 국민의 눈과 귀는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처한 방송 현실의 바로미터다.

한국 공영방송 위기의 핵심, ‘집권당 부속물’ 전락 가능성 상존

한국의 공영방송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핵심에는 권력의 편에 기대어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의제 설정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와 집권당 등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 하에서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얼마나 철저히 유린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목도하고 경험했다. 최고 권력이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이 공영방송을 통째로 권력에 바치고, 방송을 정권의 애완견 또는 경비견으로 전락시켰다. 또한 여당의 추천을 받은 이사들은 여당의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공영방송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집권당의 부속물로 전락시켰다.

공영방송 뉴스 신뢰도 추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해버린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희소성과 공공성을 감안해 국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장 형성에 봉사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형성에 기여하겠노라고 틈만 나면 다짐하던 방송사들이 정치적 독립은 고사하고 권력의 프레임에 갇혀 꼼짝도 못한 제도적 ·구조적 시스템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만으로도 부족하였던지 거대 보수신문들에게 종합편성채널(종편)이라는 주파수까지 안겨줌으로써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세력을 되레 감시하며 그들에게 '종북'딱지를 붙이거나 '이단세력'으로 매도하는 형국이 반복되어왔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전파의 관리와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수 십 조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4대강 환경파괴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며 ‘환경파괴’나 ‘국고 손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권력의 눈치만 바라보다 권력이 바뀌면 뒤늦게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고 비판하며 수군덕거리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더 가관인 것은 수 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면서 ‘전원구조’라는 대 오보를 내보내 구조에 혼선을 야기해 놓고도 수습에 늑장대처하거나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 대변에 급급한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루어낸 촛불시민혁명은 최고 권력을 사유화한 주변 인물들 외에 공영방송들도 원인 제공자로 보는 이유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시절 권력의 나팔수 수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을 해고·징계·전보 등으로 탄압했다.

그 뿐인가. 현실을 양심에 따라 보고 들은 대로 전하기는커녕 권력의 시녀처럼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찬양하기에 바빴다. 공영방송은 결국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고 두 정권의 연속적인 창출과 유지에 기여했다. 그 대가로 공영방송 기자들은 기레기 취급을 받거나 촛불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쫓겨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다행히 촛불시민혁명으로 이룬 정권 교체 이후 최장기 파업에 나섰던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권력에 부역한 부당한 경영진을 교체하고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했다. 전례 없는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KBS의 이사회나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사장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회를 시민들에게 공개했고 KBS에서는 시민들의 평가를 사장 선임에 직접 반영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실질적 주인인 시민들이 공영방송의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공공성 보장 위한 법‧제도 필요…국민 의견 반영해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난 2016년 10월말부터 2017년 3월까지 이어진 촛불혁명에서 촛불민심이 요구했던 '언론장악 방지법 제정'은 온데간데없이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언론장악법'에 다름 아닌 방송법은 '언론장악 방지법'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한데도 여야 정치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적폐 권력의 언론장악에 맞서 싸운 촛불혁명으로 현재 여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당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외면하고, 여야 타협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가 방송법 개정안을 들고 나오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6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 단체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71.7%라는 압도적 다수가 공영방송 이사의 국민 추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확인했다"면서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고, 공영방송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 단체는 "방송법은 각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참여방안을 논의할 사안“이아며 ”몇 시간의 협상에서 결론을 내리고 정상화시키는 국회는 결코 정상적인 국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재인 방송 전파는 국민의 자산이자 국민이 공영방송 수신료와 광고료를 부담해 운영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 선임 등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에게 의견을 구해야 하는 이유다. 촛불의 민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는 KBS와 방문진 이사진 선출을 놓고 ‘정치권 나눠먹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방송법 개정안 처리도 지지부진해 지난해 정권 교체 전후로 강하게 제기됐던 공영방송 개혁 주장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니 무엇 때문일까?

방통위가 KBS 이사 후보자 49명과 방문진 이사 후보자 26명의 명단을 공개했지만 후보자 지원서가 공개용과 비공개용으로 나눠져 있고, 추천인(단체)마저 공개되지 않아 “정치권의 ‘깜깜이’ 이사 선임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신뢰 잃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은 이사선임 방식 개선부터

현행 방송법은 KBS와 방문진 이사를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에서 추천(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행을 앞세운 현실은 법과 다르다. 여당과 야당이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를 추천해 선임해 왔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들이 결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KBS와 방문진 이사들은 재적이사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한다. 정치권이 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국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간여하니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이사 선출과 이사회 구성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런데 다시 언론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니 촛불 민심이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여름 내내 “공영방송 이사의 방송에 대한 철학이나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성별, 지역별, 계층별, 연령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며 정치색이 배제된 이사진 구성을 촉구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지난 7월 20일 공영방송 이사 후보들 중 부적격 후보 15명(KBS 7명, MBC 방송문화진흥회 8명)의 명단과 그 사유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 공동 대표들은 부적격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경우 방통위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일부 부적격 후보자의 경우 실명 공개와 함께 고발까지 검토한다고 밝혔고, 언론노조 MBC본부는 부적격 이사가 선임될 경우 방통위의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 제반 업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총괄하는 방통위의 출발에서부터 문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첫 단추를 끼우다보니 주요 결정과정들에서 민주적 절차나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 제왕적 또는 초법적 행세를 휘두르기 일쑤였다.

방통위,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독립기구로 환골탈태해야

무엇보다 방통위가 거듭나야 한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 대신 '독립된 합의제 기구'라야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과 보도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모든 결정과정에서 최고 권력, 즉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거나 매번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다면 악순환은 거듭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통위가 담당하는 주요 기능은 지상파방송 외에도 종편·보도PP 정책, 방송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시 조사·제재,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시행, 개인정보보호정책 수립·시행 및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광고, 편성 및 평가정책 수립·시행, 미디어 다양성정책 등 실로 다양하고 막강하다. 이 같은 정책들을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재의 구도 하에서는 방송사 임원구성에서부터 의제설정에 이르기까지 언제든지 권력이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기는커녕 정권을 홍보하는 기능에 우선한 지난 정권 시절 내내 보여준 것도 바로 이런 구조적 시스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사장도 이사회가 임명 제청하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KBS 이사회는 정부·여당 추천인 7명, 야당 추천인 4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친정부·여당 편향적 인사를 대통령이 사장에 임명할 수 있다. '국민의 방송'은 제쳐두고,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MBC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장의 임명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권을 방통위가 갖고 있는 한 공정성 회복은 어렵다. MBC의 대주주로써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방문진 이사는 9명. 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에서 추천(임명)한다’고 명시했지만, 관례적으로 정부 여당과 야당이 6:3 비율로 추천권을 가지고 이사를 선임해 왔다. 즉 여야 정치권,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의 입김이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제도적 폐해로 인해 지난 두 정권 동안 국민들의 머릿속엔 늘 이런 의구심과 대안이 교차했던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방통위가 국민을 대신해 엄정하고 중립적인 전파 관리와 방송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또 공영방송사들이 정치적 중립지대에서 과연 얼마나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며 국민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한낱 구두선에 불과한 ‘방송의 정치적 중립’은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과 민주적 의사결정 확보가 관건이다.

대통령은 방통위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방송사 사장에 낙하산을 언제든지 내려 보낼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도,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 확보가 생명인 국내 방송사들이 권력유지에 십분 활용되는 이유도 결국 이러한 모순 때문이다.

방송채널, ‘정권 나팔수’ 소릴 들었던 이유 잊어선 안돼

법적·제도적 모순을 바로잡지 못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공영방송사들은 편향된 의제설정과 불공정 선거보도로도 모자라 정권 취임 이후에도 수미일관되게 친절한 애완견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까닭도 이러한 모순 때문이다. 비단 공영방송뿐만이 아니다. 종편까지 가세해 방송채널은 그야말로 권력 친화적, 보수일색을 자처해 왔다.

지난 정권에서 이들 방송사들은 '정권 나팔수'란 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뉴스시간만 되면 대통령 보도 일색이란 말이 자자할 정도였다. 보수채널만 어지럽게 난립해 국민의 눈과 귀, 영혼까지도 온통 보수색으로 분칠한 모양새였다.대통령이 국내건 외국이건 마이크만 잡으면 방송사들은 생방송 경쟁을 벌일 정도였으니 전파의 주인인 국민들의 채널 선택권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정부와 집권여당의 입장만을 방송하는 행위로, 시청자들의 균형감 있는 정보습득에 침해를 주었다. 종편은 이 같은 경쟁을 더욱 부추기며 보수 이데올로기를 한층 강화시켰다. 드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종편을 승인한 정부와 여당 은 재승인 과정에서도 무리수를 두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겼으니 가히 점입가경이 따로 없었다.

종편들이 사업계획 불이행에 따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재심 과정에서 모두 통과시켜주는 등 봐주기 심사란 따가운 비판이 일었는데도 방통위와 해당 방송사 또는 신문사들은 해명과 자화자찬만 늘어놓기 바빴다.

심지어 종편채널 내부위원회에서 활동한 인사가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종편 재승인 심사가 얼마나 불공정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막말·편파 방송’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조중동' 종편들에게 재승인 기준을 웃도는 점수를 준 재승인심사위원회의 채점 결과를 그대로 최종 의결하는 등 '편파·밀실 심사'라는 비난과 함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개혁요구 외면한 채 밀실인사 반복하면 더 큰 저항 직면할 것

도덕성과 언론관까지 의심을 사고 있는 자가 방통위 수장이 된다면 방통위는 물론 방송사의 앞날은 안 봐도 뻔하다. 그동안 보아 왔지 않은가. 방송의 편향된 의제설정이 도를 넘어 권력의 시녀 또는 권력의 나팔수로 영영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이제는 공영방송이 제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나줘야 한다. 공영방송은 권력이 장악해서도 안 되고 특정인을 위한 특정인의 소유물일 수도 없다. 방송법 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공적 책임을 위한 법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방송법상 아무 근거 조항도 없이 나눠 먹기식으로 공영방송 이사들 임명해왔다. 실상 정치권의 이러한 관행은 방송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초법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상업방송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하며, 시민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현되는 공영방송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여론은 정치사회나 관료사회의 영역이 아니다. 여론은 시민사회의 영역이다.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이 올바른 여론 형성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양대 공영방송의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는 일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되돌려주는 일의 시작이다. 방통위가 방송 정상화, 개혁요구를 무시하고 밀실에서 짬짜미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면 또 다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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