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기간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학수 정읍시장의 시장직 당선 무효 여부가 기소 후 무려 2년이 지난 이달 말에야 뒤늦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지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해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제규정'을 사법부가 스스로 위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학수 정읍시장, 31일 ‘운명의 날’…임기 반환점 돌고 난 후 지체된 사법부 판결 ‘주목’

대법원 입구 전경.
대법원 입구 전경.

대법원은 31일 오전 10시 10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된 이학수 시장에 대해 최종 선고한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지체된 사법부 판결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시장은 지난 2022년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경쟁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그해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러나 기소 후 2년이 지난 시점인데다 임기 반환점을 지나 이뤄지는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혼란과 갈등, 분열이 지역 사회에 초래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제규정'에는 ‘선거범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 시장의 재판은 1심과 2심 판결 후 1년이 다 지나서야 선고일이 확정돼 사법부의 선거범 재판에 관한 규정이 사법부에 의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들 생활과 밀접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교육감 선거 이후 당선인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과 주민,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선거범의 사법처리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한 법의 취지임에도 이 시장은 변호인단의 도움 등으로 재판이 다른 선거사범에 비해 현저히 지연되면서 각종 민원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심과 2심 모두 1,000만원 선고 '유죄' 인정...대법원은?

이학수 정읍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이 시장은 지난 2022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라디오와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 대해 "구절초축제위원장과 산림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절초 공원 인근에 자그마치 16만 7,000㎡의 땅을 샀다"며 "군데 군데 알박기가 있다"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와 카드뉴스를 언론 등 다수에게 배포했으나 상대인 김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이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시장은 기소 후 8개월 만에 이뤄진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2023년 7월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은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 직위를 잃는다. 하지만 이 시장은 1심 판결 이후 4개월 만인 2023년 11월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지난해 11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2심 판결 이후 1년이 다 돼서야 대법원 상고심 판결 일정이 확정돼 선거범의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셈이다. 그런 사이에 이 시장은 임기 반환점을 지나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1심과 2심에서 선고받고도 각종 시정을 추진하며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은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 “1·2심 당선무효형 판결 후 맘껏 시정 운영...불안하고 불편”

법원 입구 전경.
법원 입구 전경.

2심 선고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이 시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유난히도 다른 지자체장들의 선거법 판결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판 시간 끌기 편법'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변호인의 해임과 선임을 반복하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의 접수를 지원시키는 행위와 늦은 상고 이유서 제출로 담당 재판부의 심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읍지역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군산시장이나 익산시장처럼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상고심 심리가 빨리 이뤄져 무죄를 확정받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아랑곳없이 시정을 맘껏 운영하고, 갑자기 없던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인사를 마음대로 하고 있지만 1심과 2심에서 연속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시장에게 신뢰를 갖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의도적인 재판 지연이나 현실적 제약이 있을 경우 강행·예외 규정을 두는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특히 사법당국의 느슨하고 안이한 선거범 처리가 일차적인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 데는 유권자들의 '묻지마식 투표'와 이를 유도하는 '일당 독식 구도'의 낡은 정치 풍토, 이 외에 '유전무죄·유권무죄'도 한몫 단단히 가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판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기간을 넘겨 선고하더라도 재판이 무효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 탓에 선거법 재판 진행은 지지부진하기 일쑤여서 이로 인한 피해를 유권자들인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제도 개선은 물론 사법부 스스로 관련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문이 비등한 이유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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